제6장 - 자서전은 누구를 위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나?

작가가 세상에 관심을 주지 않으면, 세상도 작가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by 도파민

제6장 - 자서전은 누구를 위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나?

“작가가 세상에 관심을 주지 않으면, 세상도 작가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사람마다 자서전을 쓰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책을 내서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에게 정리된 삶을 보여주기 위해 자서전을 쓴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 후손들이 내 인생을 조금이라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펜을 든다.

동기는 어떻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서전은 ‘누군가가 읽어야’ 완성되는 글이다.


열심히 만든 자서전을 지인들에게 선물했지만 “감동적으로 잘 읽었다”고 말만 할 뿐 읽지도 않고 처박아두거나 처분한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너무 슬픈 일이다.

읽히지 않는 글은 존재하지 않는 글과 같다.
그것이 자서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읽고 싶은 자서전'은 어떻게 쓰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읽히는 자서전’을 쓸 수 있을까?

의외로 해답은 단순하다.
'내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독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는 것.


“아니, 자서전은 내 인생 이야기인데, 왜 남 이야기를 신경 써야 하죠?”


이 질문은 아주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서전을 단순한 ‘회고’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중요한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내 이야기가 진짜 힘을 가지려면, 독자가 ‘자기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에는 잔인할 정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작가가 세상에 관심을 주지 않으면, 세상도 작가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나는 한때 글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꾸짖곤 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작가가 ‘소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대한민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에 살면서 이야기거리가 없다는 건- 그 작가가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자서전을 쓰는 당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글이라고 해도, 그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닿아야 진짜 자서전이다.
단지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난날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전해야 한다.


'금일성(今日性)' - 이건 옛날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신의 이야기

나는 [조선왕조500년]을 집필하신 사극의 대가 고(故) 신봉승 선생님께 극작법을 사사받았다.
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극은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어느 시대의 이야기냐보다, 어느 시대에 이야기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옛날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 정신은 자서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니까, 자서전은 단순한 '작가의 경험담'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자서전은 ‘조언의 형식’을 빌린 공감의 문서다

당신이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 한 시간 동안 조언할 수 있다면,
어떤 시절로 돌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시절?

첫 이별로 괴로워하던 젊은 날?

사업이 망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꼈던 순간?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가 지금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눈을 뜨게 해주는 빛일 수 있다.

그렇다. 자서전은 결국 ‘지혜의 전달’이다.

단순히 내가 무얼 했고, 어떤 고비를 넘었는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비를 지나며 내가 느꼈던 감정, 깨달았던 생각,
다시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선택들까지.

이 모든 것을 담아 ‘지금 누군가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자서전을 쓸 때 기억할 것

자서전은 과거를 다루지만, 현재를 위한 글이다.

자서전은 자기 이야기지만, 남의 마음에 남아야 한다.

자서전은 기억의 복기이지만, 지혜의 전달이어야 한다.


자, 이제 다시 돌아가 보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지금 당신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은 무엇인가?
가장 자랑스러운 결정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지금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길목에 서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이 질문들에서 자서전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진심을 담아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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