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 STOP!

내가 몰랐던 연애의 내면

by 도피라이터

과거에 나는 연애를 하면서 다툼이 생겼을 때

그저 내가 옳다고 공감받기 원했고


둘만의 문제를 너와 내가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와 친한 제 3자에게 판단을 요청했다.


'그 사람이 잘못했어'

'이건 진짜 이해 못하겠지 않아?'


다행히 나는 나와 친한 제 3자가

내 편이 아닌 객관적인 판단을 해주며

내 잘못을 나무라는 사람이었고

나도 그 판단을 수용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제발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다.

그 3자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결국 내 주관적인 기준일 뿐이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둘만의 관계 속에

제 3자를 끼워넣어 판단하게 되면

사랑을 수치화하며 재고 따지는

거래관계가 된다.


그 3자가 나와 친한 내 편이라면

더 큰 문제다.


나는 잠깐의 답답함을 참지 못했고

내가 옳다는 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제 3자에게 둘만의 문제를 떠벌리며

공감을 원했었다.


나와 친한 내 편에게

내 입장에서 느낀 상대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 땐 몰랐다.

내가 옳고 상대가 틀렸다는 대답을 듣고

내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이 좋았다.

그 달콤한 말에 이가 썩어가는 줄도 몰랐다.


게다가 이들은 공감만 해주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담, 혹은

자기가 들었던 타인의 경험담도

함께 얘기하며 내 편을 들어준다.

그들은 내 편이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 상담을 해준다.


하지만 내 편에게 얻은 일방적인 공감

타인의 연애와 비교하는 마음들이 쌓여서

상대가 주는 사랑의 갯수를 세어보며

의무적인 기준을 부여하게 된다.


내가 부여한 기준을

상대가 충족하지 못할 때마다

서운하고 투정부리게 되고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랑은 셀 수 없다.

정확히는 사랑의 모양들이 다 달라서

상대가 내게 주는 사랑과

내가 상대에게 주는 사랑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세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둘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처음엔 대화방식도 어긋나서 오히려 싸움만 늘거고

서로의 사랑의 모양을 파악하는 방법도 모를 것이다.


정말 둘이 해결하기 어렵거나

아직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조언이 필요하다면

제 3자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단, 몇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사람,

즉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 사람에게 하자.

이왕이면 좋은 가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어른에게 상담을 요청해보는 것이 좋다.


상담요청할 때도

상대와 둘이 나눈 대화를 얘기해서는 안된다.

또 상대의 개인적인 사실도 얘기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아닌 나의 문제를 말하거나 상황 자체를 말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물어보자.




돌이와 순이로 예를 들면 이렇다.

일을 하고 있는 돌이와 아직 학생인 순이가 커플이고 둘은 편도 1시간 정도 거리의 중거리커플이다.

순이는 돌이를 매일 보고 싶지만 돌이가 힘드니까 만나자고 말을 잘 못하며 돌이는 직장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있다.

둘은 일주일에 1회 정도 만나서 데이트를 한다.

순이의 이전 연애는 완전 장거리였지만 단 30분 순이를 보기 위해 2시간을 달려온 적이 있었다.

순이는 과거를 회상하며 돌이에게 난 너가 너무 보고싶은데 너는 나 보고싶지 않냐, 그래도 주에 2번 정도는 만나고 싶다며 투정부렸고 돌이는 솔직히 매주 2번씩 만나는건 자신이 없다며 이해해달라 했다.

순이는 그 말이 서운하다.




이 상황에서 순이가 상담을 요청한다면?

<나쁜 예>

"아니, 매일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2번 만나자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워? 전에 그 사람은 겨우 30분 보고싶다고 2시간을 달려오기도 했는데 얜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나를 진짜 사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날 별로 보고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진짜 보고 싶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달려올 수 있는거 아니야? 한 번쯤은 그래줄 수 있는거 아니야? 표현도 잘 안하고 맨날 나만 보고싶다 징징대는 것 같아. 짜증나. "


<좋은 예>

"제가 아직 학생이라 상대적으로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서 돌이랑 더 자주 만나고 싶은데, 돌이는 일을 하니까 자주 보는 게 힘든가봐요. 사실은 많이 서운한데, 이걸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요?

그러면 안되는데.. 제가 자꾸 이전 사람하고 돌이를 비교하게 되서 큰일이에요"


무엇이 다른지 깊게 들여다보자.

나는 그동안 어떤 예시에 가까웠는가?


나쁜 예시대로 한다면

제 3자는 순이의 편에 서서 돌이를 같이 욕해줄 것이고

좋은 예시대로 한다면

제 3자는 돌이의 문제가 아닌 순이의 문제로 보고 순이를 위한 조언을 해줄 것이다.


나는 정말 남이 돌이를 욕하기를 바라는가?

내가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을 남들이 욕해주기를 바라는가?


좀 더 깊게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서운하고 미운 마음을 잠시 누르고. 내가 나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돌이에게 사랑받고 싶은 것인지, 돌이를 미워하고 정말 욕하고 싶은 것인지.

돌이는 순이에게 욕을 하지도, 상처주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순이는 사실 화가 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돌이에게 화를 낼 수 없다.

이건 순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단지, 서운할 이유는 있다.

그 서운함을 화로 표현하고 싶은데 화를 낼 수 없으니 제 3자에게 대신 화를 내는 것이다.


이제 나를 돌아보자.

나는 당장의 내 감정을 풀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남들이 욕해주길 바라는가?


아니면 당장의 내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고

그 사람이 나를 더 사랑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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