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야 커피 랩 리뷰
카페 창업 A to Z에 글 기재 목적으로 이디야 카페 창업 설명회를 갔다. 그래서 가게 된 이디야 커피 랩. (이디야 창업 설명회 후기는 곧 업로드하겠습니다.)
이 날 힘들게 힘들게 걸어서 이디야 커피 랩에 방문했다. 적당히 쌀쌀한 날씨였다. 하지만 공기가 맑고 쾌청하기에 찬바람을 맞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숨을 제대로 쉬는 느낌이었다. 헐 떡 헐 떡 숨을 쉬며 언덕에 있는 이디야 커피 랩에 도착했다.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이디야 커피 랩 앞에 있는 태극기다. 이렇게 태극기를 걸어놓은 카페 업체는 이 곳 밖에 없으리라 지레짐작을 했다. 태극기를 지나쳐 가니 이디야 커피 랩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멋지다.
으리으리한 문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겨울 난방문제로 옆으로 돌아가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나는 픽하고 김이 빠졌다. 저 문으로 통과하여 대접받는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건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옆의 쪽문으로 들어갔다.
바 테이블은 개인 카페를 창업하는 자 들의 로망이다. 나도 한 때 바 테이블에서 손님과 커피 한 잔을 두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을 꿈꿨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 테이블의 활용도는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가 소통의 창구가 아닌 공간의 창구로서 더 활용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바 테이블이 크게 존재한다. 핸드드립을 시킬 경우 바리스타가 추출하는 시연을 볼 수 있다. 이 날은 시연을 보지 않았으나 예전의 경험을 빗대자면 마치 고객 앞에서 하는 대회 같은 느낌이었다. 이 원두의 특징은 무엇인지, 얼마나 추출할 것인지, 물의 온도는 어떻게 되는지, 왜 그렇게 추출하는지 등 다양한 설명을 해줬다.
나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지만, 다른 일반 고객의 경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옥션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인지. 파나마 게이샤를 판매하고 있었다. 여태 안 먹어봤기에 냉큼 먹었다. 한 잔에 10,000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간다. 그래 봤자 게이샤 최고 등급은 아닐 거다. 그래도 파나마 게이샤니깐 한 잔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켰다!
다양한 디저트와 제빵류가 있었으나, 내가 이 날 창업 설명회를 듣고 빈속으로 먹기에 알맞은 제빵류는 없었다. 다 달짝지근하고 자극적인 제빵과 디저트였다.(나 같은 특이 케이스는 적을 것이기에 커피와 어울리는 자극적인 제과, 제빵류를 준비한 모양이다.) 그중 그나마 만만한 크루아상을 먹었다.
이 회전 계단을 밟으며 2층에 올라가는 길은, 내가 꼭 귀족이나 왕 같아진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계단의 폭이 굉장히 넓다. 그리고 층계가 낮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단지 편하게 오르내리라는 이유에서였을까?
일부로 콘셉트가 다르게 보이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해 보여도 그곳에 놓는 가구와 배치, 소품, 액자, 조명 등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나는 같은 카페임에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카페를 좋아한다. (물론 작은 카페에서는 그렇게 하면 정신 사납다고 생각한다.)
이디야 본사 다운 서비스였다. 카운터에 계신 분이 웃으면서 커피 추천을 해줬다. 내가 파나마 게이샤에 대해 한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 친절히 답변해줬다. 내가 커피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을 텐데, 전혀 '이런 것도 몰라.'라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커피를 조금 안다고 하는 카페들 중 그런 눈치를 주는 곳이 있었다...) 핸드드립의 경우에 이디야 커피 랩은 직접 시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 날은 시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선택하지 않았다. 핸드드립 시연을 커피에 대해 바리스타가 설명해준다. 그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내가 통화를 하는 도중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시켰기에 남기고 가는 것이 아까워 '테이크 아웃 잔에 옮겨 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전화기를 떼고 바리스타를 보며 말하려는 순간, '테이크 아웃 잔에 담아드릴까요?'라고 먼저 묻더라. 나는 통화 중이어서 무례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을 통해 항상 고객을 살피며 편하게 하기 위해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빵가루로 인해 더럽혀진 좌석들이 많다. 좌석이 많은데 직원들이 잘 치우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직원의 수를 디테일하게 안 세어봐서 모르지만, 얼핏 보기에 넓은 평수에 비해 직원이 적지 않았나 싶었다.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어도 더러워서 가지 않았다. (애초에 셀프서비스기 때문에 고객들이 잘하면 좋겠지만, 빵가루 같은 건 고객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긴 하다.)
이디야 커피 랩의 공간은 정말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한다고 느낀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통일되지만 각 구획마다 디테일이 다르다. 그리고 전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전혀 질리지 않는다. 각 구획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앉으려 해도 8번 이상은 와야 될 듯싶다.
커피 랩이라는 이름과 걸맞은 커피 맛이었다. 내가 파나마 게이샤라는 네임드 커피를 시키긴 했지만, 로스팅이 잘못되면 그 맛은 다 일그러지기 마련이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워시드를 먹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기억에 의하면 꽃 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져 났다. 과일은 햇과류로 기억한다. 기억이 안 나는 게 아쉽다.
다른 커피를 안 먹어봤지만, 이 날 먹은 핸드드립은 정말 맛있었다. 내 스타일과 잘 맞는 커피 맛이었다.
이 날 내가 먹은 빵은 크루아상이다. (개인적으로 크루아상을 좋아한다.) 크루아상은 일반적인 느낌이었다. 파리바게뜨에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맛. 다른 디저트는 안 먹어서 잘 모르겠다. 아마 디저트가 주력일 것 같다. 이 날 내가 먹은 빵 맛에 의하면 이 정도 점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디야 커피 랩은 평생에 한 번쯤 가볼 곳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공간, 커피, 서비스 등 평균 이상의 카페라고 생각한다. (당연 커피 업계 중 큰 기업 중 하나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루 날 잡고,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을 카페 중 하나이다. 혼자 책 읽고 작업하다가 혼자 센치해 질 수 있는 카페랄까?
카페 탐방을 좋아하는 가족, 연인이라면 꼭 한 번 가보길 바란다. 넓은 공간 높은 천장이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저것 인테리어 요소가 볼거리가 많다. (나도 하루 날 잡고 진득하게 즐겨봐야겠다.)
이디야 커피 랩이 논현동 한가운데에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멋진 값비싼 차 들이 많이 온다. 차 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좋은 차를 몰고 갈 날을 기대하며
오늘의 도르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