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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 May 14. 2019

일본 향기 물씬 풍기는 '블루보틀 교토점'

그럼 한국은...?

 나는 처음으로 혼자 일본에 여행을 갔다. 3박 4일이라는 시간 동안 오사카와 교토를 돌아봤다. 생각해보니 혼자 이유 없이 해외여행을 간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괜히 혼자서 외롭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했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동안 너무 즐겁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 날은 오로지 교토의 유명 카페들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날이다. 교토의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씨를 안 좋아한다.) 블루보틀은 어느 지점이든 우리가 생각하는 크고 화려한 간판을 내걸지 않는다. 오로지 작은 잇 간판이나, 파란색 보틀만이 덩그런히 있다. 다들 이것을 보고 블루보틀을 찾아간다. 이런 로고나 외관에서도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찾아볼 수 있다. 

블루보틀 교토점 덩그러니 놓여있는 간판

 제임스 프리먼은 바리스타와 소통하고 오직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다른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한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실제로 흰색, 갈색, 파란색만 있었다.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바는 스테인리스, 흰 대리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 많다. 그만큼 미니멀하게 보이고자 최대한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색상을 줄이며 무채색을 활용한다.) 건물의 색은 최대한 심플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화려한 프랜차이즈 메뉴판과 달리 소박한 메뉴판과 메뉴 개수를 자랑한다. (예전에는 오로지 커피 메뉴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요즘에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몇 가지 커피가 아닌 음료 메뉴를 추가해 넣는 추세다.)     

 블루보틀은 인테리어를 현지에 맞춰 입점한다. 지금 이 곳도 일본의 신사, 전통가옥 같은 느낌을 뽐낸다. 이런 인테리어는 각 지역의 로컬 문화를 존중한다고 느껴진다. (교토 블루보틀은 내가 전에 가 본 미국의 블루보틀 인테리어와 많이 다르다.) 

 내가 간 시간대는 다행히 4시 정도여서 줄이 길지 않아, 10분 이내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충격 먹은 것은, 바로 계산대가 3개인 것이다. 요즘에 카페야 젊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어 SNS를 통해 인기가 생기면 줄을 서는 것은 간간히 봤었다. 하지만 계산대가 3개인 카페는 생전 태어나서 처음 봤다. 그만큼 사람이 많아서 그럴 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줄 서서 음식을 먹는 것을 안 좋아한다. 그래서 예약을 하거나, 예약이 안 되면 가지 않는 편이다. 근데 카페를 줄 서서 간다니... 내 인생에서 줄 서서 들어간 첫 카페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약 10분 정도 줄을 서서 들어갔다. 보통 얼마나 줄을 서야 메뉴를 주문할 수 있냐고 물으니, 점원의 말로는 이것도 손님이 얼마 없는 거라고 했다. 그럼... 얼마나 손님이 넘쳐나는 것일까... 한 카페가 이토록 유명해질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인테리어는 사진에서 본 그대로 전부 나무였다. 큰 아일랜드 테이블은 흰색이고, 바를 형성하는 대리석 재질 테이블만 제외하면 전부 나무에 맞춘 색이다. 그만큼 심플하다.

 원두는 블랜드 된 원두(여러 원두가 섞인 것)와 한 가지로 이루어진 단일 원두 중 선택할 수 있다. 블랜드는 무거운 커피(바디감이 좋은 커피, 입안의 mouse feel이 무거운 것을 의미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우유와 물 중 무엇이 무거운 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구성하고 단일 원두는 산미(커피에서 느껴지는 신맛) 위주의 커피로 구성했다.(요즘 많은 카페들이 블루보틀처럼 두 가지 블랜드 커피를 구성한다. ex: 투썸플레이스, 빈 브라더스, 스타벅스 등)

 제임스 프리먼이 처음에 리어카에서 원두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브루잉 방식을 사용하여 커피를 판매했다. 그래서 블루보틀은 일본에서 문화가 파생된 핸드드립(hand drip), 브루잉(brewing), 필터 커피(filter coffee) (세 가지 다 같은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를 강조한다. 드리퍼 위에 원두를 담고, 바리스타가 주전자를 사용하여 약 3분~5분간 중력에 의한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에 의해 정성 들여 커피를 내리는 것을 말한다. 블루보틀 교토점은 한 사람당 총 3개의 브루잉(상업용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중력을 통해 흐르는 물에 의해 여과되어 추출된 커피) 기구를 담당하여 추출한다.

 블루보틀만의 추출 도구를 만들어 드리퍼를 사용하였다. 원형 모양에 리브(물줄기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형성해놓은 물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중간부터 직선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추출구는 작은 구멍 하나다. 이를 통해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커피를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다. 드리퍼에 리브가 중간부터 형성이 되어 있고 작은 추출 구멍 한 개를 사용한다. 이건 반 침출식 커피 추출을 한다는 거다. 추출구가 크고 리브가 길게 형성된 것에 비해 더 많은 커피 성분을 추출하겠다고 선포하는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 침출식 드리퍼를 좋아하지 않는다. 추출에 있어 까다롭고 바리스타의 역량을 많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바리스타의 역량에 따라 커피 맛의 편차가 심한 것은 매장 고유 브랜드를 잘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갔던 카페에 그 커피 맛을 맛있었던 커피 맛을 기억하고 매장에 재방문했는데, 내가 전에 먹었던 같은 커피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기억한 커피 맛이 아닐 때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여러 번 있다. 그래서 바리스타 역량에 매장의 커피 맛이 좌지우지되는 변수를 두는 것은

 글쎄?


 와 함께 고개를 꺄우뚱하게 만든다. 이런 개인적 경험과 생각에 빗대어 봤을 때, 블루보틀에서 이런 추출 도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바리스타 역량에 자신이 있고 개개인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은 해본다.


블루보틀에는 신기하게 우리가 카페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 중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진동벨

이다.


진동벨이 없는 이유는 그만큼 바리스타와 고객의 소통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 고객에게 음료를 전달할까?

 결제할 때 고객의 이름을 포스기에 입력한다. 카드의 경우 카드에 적힌 이름이 알아서 포스기기에 입력된다. 그 후 음료가 나올 때마다 고객의 이름을 호명하며 음료를 준다. 이건 스타벅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회원들에게만 호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블루보틀은 누구에게나 호명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벅스는 우리 회원들에게만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느낌인 것에 반해 블루보틀은 누구든지 우리 고객은 똑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

자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고객들

 이 곳은 너무나 독보적인 곳 임으로 일하는 바리스타의 수와 평수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계산대의 개수를 보고 일반적이지 않은 카페임을 감안했다. 그럼에도 한 번 보자면, 내가 갔을 때 일하는 직원 수는 카운터 포함하여 약 10명이었다. 실내 카페 공간만 약 30~40평 정도 되어 보였다. (실외에도 테이블이 5개 정도 있으며, 카페 앞 편에는 블루보틀 MD제품과 원두들을 판매하는 건물이 따로 있다. 그곳은 텅텅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나는 이 곳의 커피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싱글 오리진(단일 원두) 아메리카노를 구입했다. (오기 바로 직전에 길거리에서 타코야키를 먹었기 때문에 입을 깔끔히 헹궈 줄 아메리카노를 더 절실히 필요로 했다.) 그럼 그 유명한 커피 맛은 어땠을까? 결론은 맛이 없었다. 산미가 너무 강해서 내 입 맛에 맞지 않았다. 나는 평상시 산미 위주의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건 강해도 너무 강하다고 느꼈다. 

 서양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신맛에 대한 역치가 강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식 문화를 생각하면, 신맛을 내는 음식이 거의 없다. 그리고 신맛이 나는 것은 상했다고 무의식적으로 몸에서 반응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식 문화는 대체적으로 산미 커피와 친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식 문화가 서구화가 되어가며 많은 사람들이 산미 있는 커피에도 적응을 하는 듯이 보인다. (2019년 얼마 전에 서울 성수동에 블루보틀 1호점이 들어왔다. 블루보틀은 대체적으로 산미 커피 위주다. 과연 한국 시장에서는 블루보틀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 바이다.)

 위의 생각을 하며 커피에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물을 더 넣어달라고 부탁하면 되지만, 여러 카페를 돌아다녀서 솔직히 먹고 싶지 않았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커피를 가지고 바로 나왔다. 내가 몇 년 전 다녀온 미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일단 이렇게 사람이 북적거리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아마 미국에서는 블루보틀같이 산미 위주의 맛있는 카페가 이곳저곳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로컬 문화임에 반해 한국과 일본에서는 유명 관광지로 통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블루보틀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카페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연 이 상황과 분위기가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는 블루보틀의 원래 취지와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블루보틀은 창업한 지 약 18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초창기 창업자가 생각한 가치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다. 잠깐 동안 그곳에 있었는데도 브랜드 가치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고객과 바리스타의 소통을 위한 낮은 바 설계, 신선한 커피, 커피에만 집중시키기 위한 심플한 공간. 

 정보와 브랜드 홍수 속에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마케팅은 본질에만 집중하는 심플함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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