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주는 사람

에스컬레이터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

by 도라해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날


니니는 지하철 상행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끼긱끼긱

힘겨운 기계음을 내며

지하철 입구에 다다랐을 때

니니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기 위해

발을 뻗었다.


뻗은 발이 쭉 미끄러지면서

니니의 몸이 기우뚱 뒤로 넘어졌고

순식간에

차갑게 날이 서 있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몸이 닿았다.

다리부터,

엉덩이,

허리,

어깨까지 닿아서


이제 곧 머리겠구나


본능적으로 느낀 순간,


따듯하고 두꺼운 손이 니니의 머리를 받쳤다.


그 손은 점차

온 힘을 다해

온몸을 써서

니니를 일으켜 세웠다.


니니의 뒤쪽 4칸 아래 계단에 서 있던 다다였다.


다다는

조금의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지체 없이,

빠르게 니니 쪽으로 올라오면서

니니의 무게를 견뎌냈다.


당연하게

니니의 무게를 버텨내어

니니가 무사히 에스컬레이터를 나갈 수 있게,

더 이상 다치지 않게


기꺼이

온 힘을 꺼냈다.

온 힘을 주었다.


지하철 입구로 나온 니니가 고개 숙여 구십 도로 인사하자,

다다는 니니의 손에 자기 손수건을 쥐어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니니의 손에 피가 나고 있었다.

니니는 다다가 준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내며

피가 나고 있는 다다의 다리를 보았다.


다다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주었다.


니니의 걸음에,

일상에,

하루에

다다가 준 힘이 붙었다.


생기 어린

웃음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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