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버텨내야만 했던 스물셋에게

by 도라해


아직 자라지 않은 손톱을 더 짧게 깎아

많은 것을 덜어내고 싶었을 때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눈빛 속에서

살아야 하는 할머니의 눈과 마주했을 때


부르지 않은 배를 갈라

너를 꺼내고 싶었다는

엄마의 말을 가끔은 잊을 수 있었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악쓰는 너의 머리칼을 잡은 채로

불안을 꿈 삼아 자는 아이를 지울 수 없었을 때


잠결에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다가도

가위에 눌릴 때마다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했을 때


발버둥 치다 깨버린 일상 속에서

후회와 욕망이 튀어나왔을 때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다가도

아주 작은 것에 놀라 도망치며

세상에 있는 모든 신들을 찾아 서글퍼했을 때


애써 찾은 사랑이

밤마다 증질 하던 너였을 때


아주 좋은 것들에게 구멍을 두고

뒷걸음쳐야 했을 때


촛불 켜진 방안에 놓인 영정사진 앞에

홀로 서야 했을 때


벗겨진 아이의 작은 신발을 훔쳐

맞지 않는 발에 욱여넣고 싶었을 때,


스물셋의 여름을 찾는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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