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큰 애벌레
그가 어둠 속에서 나무에 달린 사과 꼭지를 잘라냈다.
옆에 서있는 소년을 보지 않은 채로 건넸다.
소년이 두 손으로 받은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계속 한 방향으로 사과를 돌리며 먹었다.
사과는 핑글핑글 돌아가며 드문드문 구멍이 생겼다.
그가 다시 새로운 사과를 건넸다.
소년은 먹고 있는 사과를 오른손에 옮기고, 왼손으로 사과를 받아냈다.
사과를 든 그의 손이 소년에게 계속 다가왔다.
소년은 더 이상 받을 손이 없어서 망설였다.
그가 사과를 받지 않는 소년을 쳐다봤다.
손에 들고 있던 사과와 가위를 땅에 내려놓고, 짜증이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걸 먹었냐? 바구니에 넣으라니까. 너 그냥 집에 가 있어.”
그가 소년의 왼손에 들린 매끈한 사과를 바구니에 넣었다.
소년은 오른손에 들린 구멍 난 사과를 마저 바구니에 넣었다.
“누가 그걸 먹으라고 거기에 넣어. 그냥 너 먹어.”
소년에게 구멍이 난 사과를 들이밀었다.
사과의 속이 반짝였다.
“삼촌, 잘못했어요.”
그가 달빛을 등지고 소년을 보고 있었다.
소년은 그의 몸을 얇게 둘러싼 빛을 보았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크고 묵직한 손이 소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소년은 빠진 앞니 한 개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그의 큰 손이 소년의 살이 오른 볼 앞에서 멈췄다.
다시 가위를 집었다.
사과 꼭지가 똑 잘려나가고, 바구니에 통 던져졌다.
소년은 쭈그려 앉아서 사과에 이빨자국을 내며 말했다.
“삼촌, 애벌레는 문을 만들잖아요. 나는 입이 큰 애벌레예요.”
소년의 말은 아무에게도 닿지 못하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질긴 가위질 소리와 아삭한 사과를 먹는 소리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