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쟁자로 만났지만
사탕을 건네받았다.
내 얼굴크기만 한 막대사탕이었다.
사탕을 먹기 시작하자 치아에 달콤한 막이 형성됐다.
사탕을 준 사람은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나도 이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모두가 이 시험에 합격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간절함의 크기는 재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게 서로에 대한 예의였다.
애초에 우리에겐 마음의 크기를 견제할 만큼의
그릇은 없었다.
“고마워.”
나는 사탕을 다 먹어갈 무렵에 내 마음을 표현했다.
달달함에 홀린 듯이 사탕을 입에 물고
말을 하지 않다가,
조금 남겨두고 질려버렸다.
그래서 입을 열어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는 함께 벤치에 앉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시험을 보지 않은
내 주변 사람이었다면
분명 물어봤을 질문 하나.
‘어때? 잘 봤어?’
나는 그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질문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최대한 긍정의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아
또다시 면접시험장에 앉혀진 기분이었다.
벤치 하나에
그는 오른쪽 끝에 앉았고,
나는 왼쪽 끝에 앉았다.
우리 사이에는
덩치 큰 사내 한 명이 앉아도 될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멍하니 어떤 것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와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졌다.
목에 달달한 설탕물이 녹아 가래가 되었다.
기침을 하며 가래를 끌어 모았다.
그의 표정을 보니
나조차도 멍하니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에
그런 표정을 쉽게 습관처럼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야 했기에
지금 그의 눈에 말이 없는 것이다.
말없이
다시
사탕을 먹었다.
사탕이 모두 녹아 사라졌다.
그와 나 사이에 있는
덩치 큰 사내를 밀어냈다.
내가 그 자리에 앉기로 했다.
가방 속 깊은 곳에 뒹굴던
알사탕 하나를 찾아
그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