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이 찍히면 반짝이는 자리가 생긴다
그녀는 맨발이었다.
발뒤꿈치의 굳은살이 모래 위를 지나갔다.
푹 파인 모래 위에 햇볕이 반짝였다.
반짝이는 자리에는 다시 개의 발자국이 찍혔다.
개는 그녀가 찍고 간 자리를 바라보며
그녀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갑자기 개가 코를 킁킁댔다.
개의 시선이 그녀의 발뒤꿈치 너머로 향했다.
그녀는 개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가 바다 물결에 쓸려온
쓰레기더미 뭉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손가락 두 개로 코를 틀어막았다가 허리를 숙였다.
형광 빛의 장우산이 그녀의 손에 들렸다.
개가 그녀의 발아래까지 걸어왔다.
그녀는 발아래 개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 어릴 때 내가 망가뜨린 우산이랑 똑같네.
만날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면서
소리 내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항상 우산 꼭지가 부러졌었는데
이 우산도 꼭 그래….”
그녀는 우산으로 모래 위에 선을 그으며 걷기 시작했다.
우산의 움직임에
개의 작은 발톱들은 쓰레기더미 위에 굳게 박혀버렸다.
개의 눈동자와 살결이 떨렸다.
그녀는 점점 더 긴 선을 만들어냈다.
갑작스레 그녀는 우산을 지팡이처럼 잡고 점을 찍어냈다.
우산의 움직임과 소음에 개는 몸을 더욱 떨었다.
개의 축 처진 긴 꼬리가 물똥으로 담뿍 젖었다.
우산이 그녀의 발 뒤쪽으로 펼쳐졌다.
그녀가 가쁘게 뒤를 돌아보았다.
형광우산 너머로 개가 보였다.
개의 몸이 불규칙하게 떨리고 있었고
개의 하얀 털은 똥으로 얼룩덜룩했다.
그녀는 우산을 접고
허리에 바싹 붙였다.
그녀가 개를 불렀다.
“이제 이리와도 괜찮아.”
그녀의 말에 개는 조금씩 발톱을 빼내어 움직였다.
그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소나기였다.
개의 긴 꼬리에 묻은
묽은 똥이 씻겨나가고 있었다.
우산의 형광 빛이 씻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