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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겨찾기 Jun 24. 2020

9박 10일 아이슬란드 가족여행(5) : 오로라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아이슬란드 여행

첫번째 글에서 다시 아이슬란드에 간다면 “여름철에 여행한다”고 했었다. 여름에는 내륙의 고산지대에도 갈 수 있고, 낮이 끝없이 길고, 아이슬란드에서만 서식하는 퍼핀과 해안가의 고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름이 아닌 10월에 다시 가야하나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오직 오로라를 보고 싶어서이다. 겨울철에 북유럽이나 캐나다를 여행해도 오로라를 보기는 쉽지 않다. 북유럽 중에서도 위도가 높은 지역이어야 하고, 날씨가 맑아야 하고, 주변이 어두워야 한다. 다시 말하면, 따로 오로라 투어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10월의 아이슬란드는 이런 요건을 대부분 갖추었다. 우리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10월 중순의 9박 동안 매일 오로라가 나타났고(그렇다고 언제나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외딴 곳이어서 조명이 없었다. 다만, 구름 없는 날씨만이 변수였다.     


오로라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는지를 알고 싶으면 앱스토어에서 ‘aurora'로 검색하면 된다. 오로라 발생 지역과 관측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Northern Lights Aurora Alerts'라는 앱에는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이 표시된다. - 우리는 흔히 ‘오로라’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northern lights’나 ‘polar lights’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 관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점점 붉은 색을 띄게 되는데, 10월 중순의 아이슬란드는 날씨만 문제없으면 주황-빨강 구역(관측 가능성이 90% 이상이다)에 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라는 남극 및 북극의 양극지방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관측이 쉽다. - 이러한 이유로 오로라는 ‘극광(極光=polar lights)’이라고도 불린다. - 오로라가 가장 자주 보이는 곳은 위도 65-70도의 범위인데, 아이슬란드의 위도는 63-66도 정도다.      


참고로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북위 58-72도이고, 스웨덴 역시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슬란드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 많지만, 주요 도시들이 남쪽에 있어서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북부 지역을 여행해야 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9월 말부터 다음해 3월 말까지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오로라는 9월과 3월에 피크를 이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추분과 춘분에 빛이 가장 강해지기 때문이라는데, 정확한 과학적인 원인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추분과 가까운 10월은 오로라가 제법 강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아이슬란드의 오로라(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님)

우리에게는 9박의 여유가 있었으므로, 첫날부터 서둘러 오로라를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첫째 날은 레이캬비크 시내에 묵어서 주변의 조명으로 오로라를 볼 수 없었고, 둘째 날, 셋째 날은 비가 왔다.     

 

넷째 날은 동부 연안의 회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묵었는데, 조그맣긴 하지만 집들이 모여 있다 보니 가로등이 있어서 오로라를 볼 수 없었고, 다섯째 날도 비가 왔다. 여섯째 날은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     

 

처음에는 언제든 오로라를 볼 수 있으리라 여유만만 했으나 여섯 밤이 훌쩍 가버렸다. 남은 3일 내내 날씨가 안 좋으면 오로라를 못 볼 수도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면서 이러다 결국 오로라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기회는 마침내 찾아왔다. 우리는 일곱 번째 날, 바다가 내륙으로 깊이 들어온 지역의 해안가에 숙박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건물만 해안가에 외따로 떨어져 있어 주변이 어두웠고, 날씨는 구름 없이 맑았다.     


오로라 앱은 그날 밤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90% 이상임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부푼 마음으로 기다렸고, 마침내 오로라를 보게 되었다.


오로라는 네온사인 밑에서 춤을 추듯 모양과 색깔이 변화무쌍했다. 일정한 빛깔과 모양을 유지하는 노을과 달리 잠시 한 눈 파는 순간 슬라이드를 갈아 끼운 듯 모양이 완전히 변했다. 각각의 모양과 색깔은 저마다 독특했다. 하늘이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의 오로라(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님)

다만, 빛이 강하지 않아서인지, 구름이 희미하게 가려서인지, 숙소에서 나오는 약한 조명 때문인지 기대만큼 선명한 색은 아니었다. 우리와 같이 오로라를 감상하던 외국인 커플은 더 어두운 곳에서 본다면서 차를 몰고 나갔다.     


그럼에도 오로라를 두 눈으로 본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더구나 숙소 뒷마당에는 스파를 할 수 있는 자쿠지가 있었다. 우리는 뜨거운 자쿠지에 몸을 담군 채 가을밤의 차갑고 선명한 공기를 느끼면서 오로라를 보았다. 오로라의 모양과 색깔이 변할 때마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탄성을 질렀다. 나도 어린애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감히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오로라가 나타날지는 두 시간 전에는 미리 알 수 없다고 한다. 전적으로 태양의 활동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로라가 발생할지 얼마나 자주 생길지는 순전히 하늘의 운에 달려 있다.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운이 좋았던 셈이다. - 완벽하지 않았던 것은 오로라가 기대만큼 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11년 주기로 활동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이는 오로라가 태양 흑점의 활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2013년에 태양의 활동력이 가장 왕성했다. 따라서 다음 주기는 2024년이 되고, 그 이후 2-3년 동안에는 오로라가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슬란듸 오로라(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님)


아이슬란드에도 각종 오로라 투어가 있어서, 투어를 하면 더 쉽게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굳이 오로라를 관측할 장소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아이슬란드의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인 - 게다가 레이캬비크에서 가까운 - 황금 서클(Golden Circle, 굴포스 폭포, 가이시르 지대, 씽벨리어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진 지역)로 가면 된다. 아니면 커다란 빙하와 검은 모래 해변이 있는 비크(Vik) 주변의 남쪽 해안으로 가면 된다.


그곳에서도 날씨만 허락한다면 언제든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관광은 기본이고 오로라는 보너스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행운의 일곱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로라를 만끽했다. 다음날은 비가 왔고 마지막 날은 공항 근처의 도심지에서 숙박했기 때문에 오로라를 보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그날이 9박의 여행 중 거의 유일한 기회였던 것이다.


우리는 따뜻한 자쿠지 안과 밖을 넘나 들며 한 시간 넘게 오로라를 감상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최대 목적 중 하나를 이룬 셈이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면 그날 밤은 최상의 기분으로 만족스럽게 잠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사건은 그날 밤을 망쳐버렸다.(계속)      


* 참고자료

https://www.heyiceland.is/blog/nanar/5176/the-best-time-to-see-the-northern-lights-in-iceland

https://www.heyiceland.is/blog/nanar/5171/how-where-and-when-to-see-the-northern-lights-in-ic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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