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으로 담배를 폈다. 그냥 그랬다. 속담은 못 피고 겉담만 했던건지 매워 죽을 것 같은 기침도 나질 않았고 OO언니가 말한 니코틴 뽕 같은 느낌은 글쎄. 반의 반 갑도 채 비우지 못했는데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슥거렸다.
길가에 널려있는 담배꽁초에 내 것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혐오해 마지않던 흡연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매너 갓뎀인 흡연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쓰고 있던 마스크에 다 타버린 담뱃재와 꽁초를 싸들고 걸어가는 길.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감쪽같이 처리해야 하는데. 생전 난 적 없던 담배 냄새가 나면 가족들이 바로 알텐데 그건 또 어떻게 할지. 후처리 과정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 짜증이 났다. 학교 다닐 때도 손에 댄 적 없던 담배인데. 몇반 반장이 그저 내 별명이었듯 별다른 특징이 없던, 선생님 말이나 고분고분 잘 듣던 내가. 얌전하게 하지 말라는거 안하고 하라는 것만 해놓고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건지.
상가 화장실에 들려 손과 팔을 비누로 몇번이고 닦았다. 가지고 다니던 탈취제도 뿌렸다. 어깨 남짓 오는 짧은 머리카락에 그새 쿰쿰한 담배 냄새가 뱄다. 고작 한 개피에 이런 악취라니 가성비 참 뒤지게 좋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 앞으로 담배는 피지 말아야지 그냥 비눗방울이나 불자 하면서도 뱉어내는 숨과 함께 나오던 기다란 입김이 생각나고. 텁텁하고 냄새나고 그 무엇보다 몸에 유해한 것을 사람들은 왜 달고 사는지. 담배보다 더 해로운걸 가까이 하고 살아서 그런건지.
그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행동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봉사활동같이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었다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취미는 가질 만큼 가졌고 쉴 만큼 쉬었고 범법행위는 죽기보다 싫고 죽기엔 뭔가 아깝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그냥 다 내팽겨치고 망가지고 싶고. 나에게 벌과 보상을 동시에 주고 싶은데 이건 도대체 뭘까. 또다시 중2병이라도 오려는 건가 그건 이미 중학교 때 겪을만큼 겪은 것 같은데 그럼 지금의 이건 다소 일찍 겪는 노망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