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과 통원 그 사이

F31.8

by 도라미


양극성 2형 진단을 받았다. 풀배터리는 대기가 3개월이나 밀려있어서 11월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웩슬러를 빼고도 나머지가 20만원이라니. 그냥 이참에 웩슬러까지 다시 받아볼걸 그랬나. 그치만 대학원때 측정한 지능이 내 인생에서 가장 최고점이었을것 같단 말임. 다시 검사했는데 FSIQ가 떨어져 있으면 어떡해 아쉽잖아. 아무튼 여기서도 입원하라는 말은 같다. 근데 또 당장은 안된댄다. 병실이 없어서 예약을 걸어뒀다가 차례가 되면 입원을 하는 요상한 시스템이다. 병동도 캐치테이블처럼 순번을 받고 들어가야 한다. 세상에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 나는 우선은 입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매주 병원에 와야 된단다. 정말로 평일 이시간에 매주 와야하냐, 그렇게 심각한거냐고 묻자 그렇지 않으면 당장 입원밖엔 답이 없다고 하니 돌고 도는 답변에 어쩔 수 없었다.


남은 휴가가 없어 병가를 받아 써야해서 소견서를 받아들고 팀장님께 이러쿵 저러쿵 말씀드렸다. 아픈 이야기를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기에. 있는 그대로를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다니던 로컬에서 이러저러한 소견을 들었고 입원까지는 아닌 것 같아 상급병원에서 의사와 상의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했고 입원을 못하면 통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주1회 반가를 쓸수 있게 해주시면 업무에 지장가지 않게 하겠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주시던 팀장님이, 말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제서야 눈물이 퐁퐁 쏟아졌다. 아픈 내가 부정당할까봐 무서웠고 아프지만 여전히 일상을 기능하는 사람임을 증명해야한다는 강박이 두려웠다.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짧은 한마디는 내 강박과 공포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답변이었다. 60분을 면담했고 그 중 50분은 팀장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왜 그렇게 안심이 되고 눈물이 나던지. 타인의 평온한 일상 속에 함께 파묻혀 있으면 앞으로 그냥 괜찮아질것 같은 막연함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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