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란 Apr 10. 2024

올여름에도 매미를 찾아보자

그날은 푹푹 찌는 여름날이었고 집에는 아픈 사람이 있었다. 결국 나와 해달씨는 아기 돌반지를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무언가 아이들 것을 남겨두지 못했다는 헛헛함 때문에 금은방을 나와서도 차로 바로 가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했다.


동행한 둘째는 매미 소리를 따라 나무 나무마다 멈춰 섰다. 몇 번의 멈춤 끝에 해달씨가 나무 아래쪽에 붙어 있던 매미를 발견해서 둘째는 신이 났고, 우리는 한참 동안 매미를 올려다보며 서로 말이 없었다.


그 후로도 한 동안은 정말 힘들었던 기억뿐이다. (‘힘들다’가 아닌 다른 말을 찾고 싶었는데 그 시기를 버텨오느라 정말 온 힘을 들였으므로 ‘힘들다’는 말처럼 투명한 말도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돌반지를 팔고 얼마 후에 금값이 폭등했을 정도로 우리는 운이 없었고, 그래서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나무 앞을 지날 때마다 마음에 풍랑이 이는데, 둘째는 저기서 매미를 봤는데, 정말 가까이서 봤는데, 좋았는데 라는 말 뿐이다.


너의 돌반지를 팔았던 날, 네 마음엔 매미 우는 소리가 앉았을까?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다행이야. 하지만 미안하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을 찾지 못한 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