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해
화장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다. 여러 사정으로,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는 삶이었어서 적극적으로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때는 민낯에 그리도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내면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뿜어져 나올 거라고 믿기라도 했던 걸까.
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를 얻으려면 외모를 우선 가꿔야 한다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오, 글이 읽히려면 제목을 잘 붙여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그렇다면 제목은 글의 얼굴인 것일까? 화장도 못하고 제목도 잘 못 짓고 나는 어쩌나. 아예 날짜나 숫자로 제목을 삼아볼까? 무제나 untitled도 제법 있어 보인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뭣이 중헌디? 아직 화장은 못하지만 적당한 제목을 만나지 못해 저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토막글들은 슬금슬금 꺼내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