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란 Aug 10. 2024

2024년 8월 10일

어떤 당신

여기저기 아픈 여름.

병원을 싫어해 아이까지 집에서 낳았을 정도지만, 결국 이번에는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검진 결과는 정상. 병명 대신 약 보따리만 받아 들고 나오는데,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창 젊었을 때도 시들시들해서 약을 달고 살았었는데, 기억하시나요? ‘검은 별’이었던 나를 당신은 용케 찾아냈지요.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뿌리 없는 하루하루를 버텨내느라, 당신의 아픔을 알아채지 못해 미안합니다.


뿌리내린 것을 볼 때마다 당신이 떠오릅니다. 키우던 나무가 시들어 죽은 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당신이 있던 자리인 듯 허허롭습니다. 뿌리에 켜켜이 쌓여 있던 질문들 커다란 검은 구멍 속으로 후두두 떨어집니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면, 당신은 나의 뿌리가 되어주었을까요?




이제, 약을 먹으러 가야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2024년 8월 8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