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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란 Nov 11. 2024

2024년 11월 8일

어떤 당신

오후 세시. 햇빛이 네모로 들어오는 시간. 나는 빨래를 개기 시작하고 먼지들은 빛 아래서 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요. 반듯반듯 개어진 옷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이런 모서리를 가졌던 단정한 사람이 떠오른다. 함께 길을 잃어보고 싶었었는데.


-좀 흐트러지고 길을 벗어나도 크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오후. 먼지의 스텝이 서서히 느려진다. 사랑이었으나 삶이 되지 못했던 것들은 천천히 생활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서랍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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