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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금요일

by 도란

6-7세 아이들의 관점은 기발하다. 돈가스처럼 덩어리로 나오는 반찬은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주는데, 씹어 먹는 능력(?)에 맞춰 큰 것도 잘 먹는 아이는 크게, 아닌 아이는 좀 더 작게 잘라주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조각 수가 많아지면 양도 더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와, 내 돈가스가 더 많아졌다!"라고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너도 나도 더 작게 잘라달라고 한다.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아는 나만 ‘조각나면 씹는 맛도 없어질’ 고기반찬 걱정을 할 뿐, 아이들의 관심사는 식감이 아니라 개수다.


아이들은 실수해도 크게 기죽지 않고, 실망해도 금방 일어난다. 매 순간 재미있는 것을 찾아 즐겁게 논다. 그러니 ‘이 정도면 산산조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돈가스 앞에서도 아이들은 신이 난다. 너무 작아져 젓가락으로 집기 힘들어진 돈가스는 아예 밥에 비벼서 싹싹 긁어먹는다. 멋지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어린이의 마음이 없었던 모양이다. 부서지고 넘어지면 잘 일어나지 못했던 내가 조금 가엾다. 산산조각을 다 내가 가져도 되는 것이었는데, 산산조각이 났어도 계속 살면 되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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