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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무렵. 왜 태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은 흙으로 빚어졌다는 말을 들은 후로 산을 다니며 흙을 주워 먹었다. 흙마다 산마다 들마다 흙 맛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나는 나의 흙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가 되었다는 그 흙이 대체 어디의 흙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나였을 흙의 맛을 나의 무의식이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흙을 먹는 일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흙을 먹으면 거칠고 눅눅한 촉감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게다가 의외로 잘 녹지 않아서 삼키기 어려웠다. 그때마다 나는 왜 태어났는지 알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흙을 먹으려고 뒷산을 헤매던 어느 날 눈을 뜨고 죽은 고양이와 마주쳤다. 동물 사체나 녹슨 깡통, 타고 남은 쓰레기 같은 것이 뒤섞여 이미 흙은 오염되었리라. 나는 영영 내 흙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흙 먹는 것을 중단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양이와, 집을 찾지 못한 내가 불쌍해서 많이 울었다.
마음의 귀퉁이든, 관절의 모서리든, 어딘가 무너지는 것을 느낄 때,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단단히 묶고 주변을 반듯하게 정리해 본다. 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무너지는 것이다. 부스러지는 것은 부스러지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다. 나는 점점 더 납작해지고 바람에 일렁일 만큼 가벼워진다. 나는 다시 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