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란쟁이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이 사랑 통역 되나요?'입니다.
오로라 같은 작품입니다. 드라마 자체가 미치도록 아름다워서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더라고요. 온 마음을 휘젓다 행복을 빌고 사라지는 도라미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특히 무희의 날뛰는 감정선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종잡을 수 없는 만큼 가장 이해하고 싶었던, 무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희는 변덕이 심합니다. 혹시나 미움받을까 눈치 보고 사랑받고 싶어 죽겠다고 매달리더니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도망가 버립니다. 그녀 안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시작부터 추적해 나가야 합니다.
맨 처음 터득한 생존법
- 너만 혼자 남으려고? 이 세상에는 아무도 널 사랑해 줄 사람이 없을 텐데?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어.
- 그래도 싫어.
무희는 생일선물로 독이 든 케이크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저주와 함께 케이크를 들이밀었습니다. 무희는 다가오는 어머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베란다에서 떨어집니다. 무희는 도망친 덕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터득한 생존법은 도망입니다.
사랑의 그림자는 유독 쓸쓸하다
얘는 알았거든. 그런 걸 본 아이를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도망은 쳤지만, 어머니의 말은 저주가 되어 살아남았습니다.
"이 세상에 널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녀에게 사랑은 오로라 같습니다. 희소하고, 영원하지 않으며 금방 사라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끝날 시한부입니다.
무희는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 뒤에 오는 것들이 무서워 시작하기가 두렵습니다. 사랑과 함께 오는 것들은
사랑이 끝났을 때 빼앗기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끝이 예정된 사랑에 해피엔딩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정이 무섭지. 언젠가 끝난다고 생각하면 다정만큼 무서운 게 없지.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가 행복해질 가장 안전한 방법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가 가장 안전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은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버리는 거야.
주어진 사랑이 시한부라면, 그래서 그 끝에 추락할 결말이 예견되어 있는 거라면 무희는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도라미가 등장합니다. 도라미는 무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자아입니다.
도라미는 늘 도망을 선택합니다. 독이 든 케이크를 피했을 때처럼 말이죠. 무희에게 상대가 떠나가기 전에 혼자 남겨지기 전에 도망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호진에게는 그녀 곁에 남지 말라고 합니다. 떠날 사람을 만들지 않으면 혼자 남겨져 상처받을 일도 없을 테니까요.
주호진은 정말 다정하구나. 그렇게 다정한 마음으로 이 애를 떠나. 내가 사라질 수 있게. 당신이 떠나고 괴로운 망상이 사라지면 행복해질 거야. 그게 우리의 해피엔딩이야.
불안보다 다정이 컸기에
도라미는 종지부를 찍습니다. 무희에게 어린 시절 기억과 도라미의 기억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과거를 모두 잊고 새롭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 어릴 때 기억도 도라미의 기억도 도망쳐 온 이 방에 남겨 두고 닫아버리자. 그렇게 여기서 걸어 나가서 행복해져 봐.
- 이대로 두고 가도 될까?
도라미의 제안에, 무희는 방에 남겨둘 기억들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도라미의 기억 속에는 호진이 가득했습니다. 그의 다정이 흘러넘쳤습니다. 그래서 무희는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도라미의 기억 속에 호진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도망치기는커녕 보고 싶기만 한 걸요. 결국 무희는 기억을 모두 안고 그에게로 갑니다.
- 나 다 기억났거든요. '자기야'.
- 그대로 기억은 사라질 거라고 했는데.
- 사라지게 두지 못했어요. 그 기억 속에 당신이 있었으니까.
도라미가 호진을 밀어낸다는 건 사라졌을 때 가장 아플 사랑이 호진이라는 반증입니다. 호진을 떠난다면
덜 불행해지는 대신, 행복할 수도 없을 거예요.
도망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망치지 않고 호진에게로 간 무희는 행복에 한 발자국 다가갔습니다. 무희는 도망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도망치는 것은 그저 유예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무희는 미뤄둔 저주에서 제대로 벗어나고자 합니다. 절대로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그 저주 말입니다. 덜 불행하기보다 더 행복해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날 나는 엄마로부터 완벽하게 도망치지 못했다.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다시 되살아나서 평생 계속 나를 쫓아다녔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한번 힘껏 이번에는 정말 완벽하게 그 망상으로부터 도망쳐야만 한다.
- 네 엄마를 만나게?
- 내 눈으로 살아있는 걸 봐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진정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망치기 보다 마주 보아야 한다. 』
무희가 얻은 깨달음입니다. 결론에 이르고 보니, 유독 작품에서 인물들이 마주 보는 장면이 많았던 게 생각납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고민하다가 필연이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잦은 눈맞춤이 시선이 되듯, 도망쳐도 결국 되돌아와 호진 앞에 선 무희의 용기가 만들어낸 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