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도란도란 프로젝트 - 아흔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둑어둑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오늘의 속상한 일을 곱씹었다.

떠올릴수록 무엇 하나 속상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버스 정류장에 가까워 올수록 투닥거리는 남녀의 소리가 귀를 찔렀다.


흔한 다툼.

듣고 싶지 않아도 귀를 통해 들어오는 그들의 대화는

뻔하고 흔한 남녀의 다툼이었다.

연락이 잘 되지 않아 속상했던 여자.

그런 간섭이 귀찮았던 남자.

무어라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며

서로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시간들.


상대방의 화에 나의 입장을 설명하는 순간이

곧 변명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툼이나 싸움은 늘 그런식이다.

이미 화가 나있는 상대방에게는

내가 얼마나 힘들고 곤란한 상황이었는지보다

네가 얼마나 서운했지에 대한 감정이 우선시 되는 것이다.


속상한 마음은 가끔 그렇게 진실을 변명으로 둔갑시키곤 한다.

지금 저 남녀도 끝이 없는 신경전을 벌이다 보면

결국 그 마지막엔 어떠한 진실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변명을 늘어놓는 남자도

그걸 꼬치꼬치 캐묻고 늘어지는 여자도,

그들의 소음으로 가득한 정류장에서

이미 나의 속상한 하루는 덮어지고 사라진다.


꽤나 시끄럽고 복잡한 밤이다.



-Ram


1.

변명을 싫어한다고 하기보다는 내 양심에 찔려서 못하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변명과 핑계거리, 거짓말을 시시콜콜 늘어놓는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매우 불편하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더 이야기를 해봤자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입을 닫아버린다.

상대방에게 턴을 넘겨버린다.

그러면 나를 평소에 어떻게 봐왔는지 알 수 있다.

그 전에 변명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지.

양심에 찔리는 일은 하지 말자.

잘못한 것들은 인정하자.

나는 슈퍼맨이 아니잖아.


2.

최근에 들었던 변명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 주변에 떠도는 변명이 없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변명이라는 것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아 맞다.

변명을 들었고 보았다.

매스컴에서 떠드는 온갖 변명들.



-Hee


한 청년은 모든 어른들에게 변명을 해야 한다.

통하지도, 들어주지도, 먹히지도 않는 변명을 그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 할 수 밖에 없다.



청년: 안녕하세요 작은아버지.

저번 통화 때 해주셨던 이야기도 그렇고 뵙는다는게 사실 좀 많이 부담이되요.

하지만 또한 작은아버지께서 걱정해주시고, 도움 주시려고 하는 마음 잘 알고있어요!

하여 항상 감사드리고 다음번에 제가 조금 더 발전한 모습으로 뵈면 좋겠습니다 작은아버지.


어른: 오랜만에 맥주한잔 마시자는데 왠걱정이 이리많니? 지난번 네 형편을 잘모르고 욱박지른것 같아 sorry.

좋아하는일을 passion을 갖고 찾는건 미국식으로 매우 권할만한일. 그런 기회를 어떻게 찾는가 문제고 방법은 여러가지로 있을텐데 아쉬워서 그런거지


청년: 네 작은아버지. 아무래도 이번에 뵙는건 많이 부담이 되요. 다음 기회에 뵈었으면 해요.

죄송합니다.


어른: 작은언니(청년에겐 고모) 만났다며. 너 사람차별하니? ㅎㅎ

작은엄마는 어제출국하고 난 인천공항에서 출국준비중이다. 네 심정이해하고 어려움도 당연히 알지.

소신도 있고 하고싶은일에대한 주관도 분명하니 매우 보기좋다. 바로 않되면 돌아가는방법도 있고 timing도 중요하다.

어머님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해야지. 어떻게 살아 오셨는데...

문제가 생기면 일단 자신부터 돌아보는게 1st step이다. 지금같은 상황은 별로 현명해보이지 않는다. 괜한생고생만하고.

너만 겪는문제가 아니니까 용기잃지말고 최선을 다하되 주변의 도움도 뿌리치지 마라. 일단 집에 돌아가서 네 시간 만들어서 가면서 추진하는게 좋을 듯.


다 좋은데 그동안 보면 넌 행동보다 말이 너무 화려하다. 실천과 결과가 따르지 않는말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자신에 신뢰만 잃는다. 명심해라.


청년: 지금 하시는 말씀들이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저를 정말로 도와주고 싶으신 것 맞으세요? 제 생각에는 제가 작은아버지 뜻대로 행동을 안하니까 작은아버지께서 어째 불편하신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으실 때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시는게 1st step일 것 같네요.

고모를 만난것은 고모는 단 한번도 저에게 언어로 폭력을 행한적은 없는 사람이니까 만난거에요.

차별이요? 자기뜻대로 안되면 인신공격하는 사람을 누가 만나고 싶을까요. 집안의 아래된 도리로써는 무례했을 수 있지만, 저는 누누히 정중히 말씀드려왔고 그 이전부터 어머니께도 하시는 걱정에 대해서 말씀드려 왔습니다.

집안의 어른이시니까 하시는 말씀이라고 합리화 하실 수 있겠지만 요즘 세상이 어디 가족이라면 폭력이 정당화 되는 세상인가요?

그만 괴롭히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어른: 너 cheol 맞니? 참 큰일이다. 어른들 걱정해서 하는 말들이 언어폭력이라고 하니...



대화는 이 곳에서 끝이 난다.

한바탕 더 쏟아내고 싶었지만 집안의 어른에게 더 이상 무례할 수는 없었다.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 혹은 소통. 그 것이 참 어렵다. 다른 어른은 내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나의 삶의 기로에서 어른의 말을 따라 다른 이가 가라고 지시하는 길로 들어서야 했을까? 인정받지 못하고, 돈이 되지 않는다고 나의 길을 바꾸어야 했을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는, 아직 내가 풀어내야 하는 내 마음 속 무엇인가가 남아있다.

그 것을 풀지 못하면 내 자신에게 평생 미움 받을 것이다.

주도적인 나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의 대화는 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첫 싸움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이미 행동하고 있다. 실천과 결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저 그들이 쳐다보지 않고 비난을 위해 나를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곧은 마음으로 굳센 기세로 나아가자.

내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누군가를 미워할 것도 없다, 도움은 그대로 족쇄가 될 테니

누군가에게 기댈 것도 없다. 믿음은 그대로 버려지게 될 테니

나답게만 살자. 내 삶은 나의 것이니까.


젊으니까, 난, 무엇이든,

가능하다.


구본형의 글을 다시 한번 무심한 듯 첨부하며 ‘변명’이란 주제의 글을 끝낸다.



- 구본형의 "미치지 못해 미칠것 같은 젊음 중" -


누군가 내게 물었다.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은가?


나는 대답한다.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었던 시절,

방황과 고뇌의 시절로 나는 다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속 마음은 갈 수 있다면 검은 머리카락이

갈기처럼 날리던 그 시절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고뇌가 고뇌가 아니었고,

가난이 가난이 아니었고,

어떤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있었기에

내가 꽃이었던 그곳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그곳으로 되돌아간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주술을 부적처럼 가지고 갈 것이다.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신(神)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 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것이 가장 훌륭한 질문이니

하늘에 묻고 세상에게 묻고 가슴에 물어 길을 찾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평생 얻게 되나니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하든 그것에 사랑을 쏟는 것이니

내 길을 찾기 전에 한참을 기다려야할 지도 모른다


천 번의 헛된 시도를 하게 되더라도 천 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그리하여 내 가슴의 땅 가장 단단한 곳에 기둥을 박아

평생 쓰러지지 않는 집을 짓고,

지금 살아있음에 눈물로 매순간 감사하나니

이 떨림들이 고여 삶이 되는 것


아, 그때 나는 꿈을 이루게 되리니

인생은 시(詩)와 같은 것

낮에도 꿈을 꾸는 자는 시처럼 살게 되리니

인생은 꿈으로 지어진 한 편의 시



-Cheol


느지막이 일어나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예전에 어떤 한 때에는 절실하기도 했던 생활을 나는 이제 거리낌없이 한다. 자야겠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지만 새벽 5시를 지난 지금까지도 깨어있다. 하루종일 한 것이라곤 잠을 잔 게 다였으니 이것은 사뭇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 남아있는 일말의 죄책감과 양심 덕에 하루를 허무하게 지나보낸 마음이 서럽다. 절실했던 하루가 반복되고 다시 반복되는 지금 내 심정은 축 늘어진 자세보다도 더 낮게, 낮게 가라앉고 있다.


나는 특별한 하자 없는 보통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말로 하기에는 다소 남부끄러운 면면이 많은 못난 사람이고 그래서 겉으로 온갖 멀끔한 척을 다하려 무던히 애를 쓰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던 시기에 수동적이었던 나는 누구보다 성실한 습관을 꽤 오래도록 잘 유지했었는데. 그러나 혼자서 나의 모든 것을 선택하며 지내온 지 몇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저 게으르기만 한 사람이 됐다. 예전에 성실하려 했던 내 모습이 바로 나의 본질이라고,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고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애당초부터 나태한 사람이었다.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스스로에게 핑계와 구차한 변명을 대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괜찮다고, 세상을 살아내기에 그리 힘들기만 하지도 않을 외모라며 스스로를 자위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외형적 조건 외에도 나라는 인간이 가진 창피한 내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게는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보다는 위로가 더 많이 필요하다.



-Ho


2015년 11월 1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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