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번째 주제
**어느덧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0주가 되었고,
찬 바람이 뺨을 스치는 12월에 Ram, Hee, Cheol, Ho 우리들은 백 번째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백 번째 주제의 글이 발행되기도 전에 미리 축하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100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애정을 가져주시고, 지켜봐 주시고, 애독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대단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좋은 글들과, 글을 쓰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묵묵하게 지켜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나 많은 마음을 담아야
나의 다행스러움과 기쁨을 충만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100번 이라는 기간 동안 참으로
귀중한 시간이 흘렀다.
나의 글을 가끔 꺼내어 읽어볼 때면,
차마 다 읽지도 못할 만큼 부끄럽다.
사실 그렇다.
여전히 나는 조금 더 부족하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래도 나의 글이 좋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이 좋고
나라는 사람을 모르는 이에게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그럼에도 이 사랑이 얼마나 갸날펐는지,
이 그리움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빛났었는지
쉬이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슬프다.
설령 조금 모자란 것이라도
나와 나의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그 애정이 100번째 결실을 맺는 것도 축복이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글을 전달하게 될 지 모르지만
처음 '우유'에 관한 글을 썼던 마음보다 더 커진 마음으로
기대와 설렘이 사라지지 않기를.
글을 읽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글에 담긴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나의 100번 째 글에 담긴 사랑하는 나의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Ram
1.
나에게 이것은,
생각만하고 있어도 설레이고,
어떨 때는 뭉클하면서도,
가끔씩은 버겁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면서,
어쩌면 대나무숲이기도 하고,
지하철 역사에 걸린 대형 광고판같은 느낌도 들고,
아주아주 가끔씩은 안타깝기도 하면서,
어느 날에는 짠하고,
종종 추운 겨울에 원두의 향과 스팀우유 향이 가득 퍼진 카페의 온도같기도 하면서,
보면 볼수록 꽉 찬 마음이 들고,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다양한 시각들이 마냥 예뻐보이고.
소소한 생각들이 사랑스럽다.
2.
너는 내게 말했다.
날 보면 항상 신선하다고 했다.
보통 한 사람을 꽤나 긴 시간동안 알고 지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이라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파악 할 수 있는데,
나를 만나면 만날 때마다 항상 새롭고 여러가지 면들이 자꾸만 보여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떤 사람인지는 한 마디로 파악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과 이야기하고 있는 소잿거리들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자신도 생각한다고.
그냥 내 뒤엔 무궁무진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네가 내게 했던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마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너는 나의 일차원적인 모습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나를 들여다보려고 했던 사실에,
전혀 부담스럽지도 않았으며, 나에게 애정어린 관심을 쏟아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엄청 든든했다.
내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 자리하는 원초적인 외로움과 고독이 수만번 몰아치는 파도에 조금씩 침식되고 있는 것만 같다.
3.
누구나 변할 수 있지만
그런 변화함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변화하는 것과
변화함을 전혀 깨닫지못하고, 외면하며 변화하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다.
4.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날이 지속되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칠 때가 있다,
지금 내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지금 내 상황이 왜 놓여있는지,
내 자신도 아닌 타인에게 늘어놓으며 설득아닌 설득을 하는 자체가 굉장히 서글펐다.
그렇다고 중간에 아무런 이해관게가 있지도 않으면서,
말그대로 내 존재를 이해시키고 있는 시간이 서글펐다.
그냥 나를 조금만 더 지켜봐주고, 묵묵히 들어주고, 옆에 든든하게 있어주는 일들이,
어쩌면 나 이외의 타인에게는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바라고 있으면서, 정작 내 자신은 그렇게 타인에게 하지 않는 모순을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는다.
나 먼저 내가 원하는, 내가 바라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의 익힘이 영글지 못하고, 풋내를 뿜어내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내 마음이 편한 결론을 내렸다.
5.
너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잊을만 할때쯤,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때,
도착하는 너의 메일에 나는 어마어마한 힘이 나.
고마워.
-Hee
100이라는 것은 만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만점이라는 것에 의미는 무엇일까?
어찌보면 100이라는 숫자는 어떠한 자격의 필요조건이거나 충분조건에 대한 척도인 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은 계속 변한다. 그에 따라 기준도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그사람에게 나는 몇점이나 되는걸까. 형편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채점해본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보다는 조금은 더 번듯하다.
다만 속으로 하는 마음고생은, 타고난 내 기질인 것인가 아직도 여전하다.
-Cheol
1. 한 세기를 다 살아내기라도 하면 무언가 굉장한 성취가 있을 줄 알았던 걸까요. 어릴 적 제 꿈은 행복하게 100살 까지 살다가 죽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던 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기어이 100살까지 살아내는 게 중요했어요. 하기는, 어린 아이에게 100이라는 숫자는 얼마나 온전한 숫자입니까. 지금에 와서는 행복하게 사는 게 훨씬 더 중요하지요. 아무렴, 얼마나 오래 사는 지 보다야 어떻게 사는 지가 중요하겠습니다. 사실 지금 이 개떡같은 세상이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자면, 100살까지 살다가는 좋은 꼴 보다는 더러운 꼴을 훨씬 더 많이 볼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남 모르게 요절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내가 살아있는 게 짐이 되지만 않는다면 살아지는 만큼은 아픈 곳 없이 잘 살고 싶습니다. 많이 갖고싶은 것도 없습니다. 너무 부족하지만 않게 살다가 죽고싶어요. 요즘은 너무 많이 행복한 것도 욕심이라지요.
2. 자다가 일어나 침대 옆에 나뒹구는 귤을 까서 먹었다. 달다. 문득 참 주제넘게 행복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하고 잔잔한 행복. 살떨리는 투쟁 없이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의무감 없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
-Ho
2015년 12월 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