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한 번째 주제
잃는 것, 놓치는 것
놓지 않았는데도 꽉 쥐어든
손가락사이로 맥없이 흐르는 것.
누군가를 마음에 품으면서
잃게 된 여러가지가 있었다
나의 하루, 나의 감정
너를 기다리던 나의 시간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포함한 나.
나를 상실한 그 빈 자리에
너로 채우고 싶어 욕심이났던걸까
난 늘 조급하고 부족했다.
네가 잠시만 소홀해도
혹여 나를 떠나진 않을까
그래서 난 결국 모든걸 잃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너를 아끼고 기다렸다.
너만이 전부라고 생각이 매일밤
자라나서 잃을 수 없었다. 잃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떠나가는 사람임을 바라지않았다.
욕심이란 것을 깨달았을 때
너는 이미 없었다.
가장 잃고 싶지 않았던 너를
나로 인해 잃었다.
그런 아련한 계절이 있었다.
-Ram
1.
내가 모르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어쩌면 내 외장하드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은근히, 아주 은근히 많다.
그렇게 많은 줄 몰랐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물론 용량이 1TB같은 사람도 있고,
아주 어쩌면 나에 대한 기억이 1MB도 안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중에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음성도, 발음도, 모습도, 행동도, 전부.
물론 나의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모습까지도.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내 모습이 전부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망각하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기억들을 잊는 것에는 아주 도사니까.
2.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어디 가입하는 것 같네"라는 이 한 마디가 인상깊었다.
3.
싱숭생숭한 기분이 계속되는 요즘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 그러겠지.
새로운 나에 대해 적응은 잘해내겠지만,
적응하기 싫다.
지금의 나를 잊기 싫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미 새롭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체가 지금의 나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지만,
무언가 새로운 막이 열리는 것만 같은 생각에
기존의 막을 끝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구 말대로 기존의 막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분명 긍정적인 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는 새로운 막을 올리려는 지금을 더 밟아가고 싶다.
그래도, 어떤 방향이든 변화는 좋은것이니,
더 좋게 생각하고, 밝게 받아들여야지.
4.
키울 수 있다면,
가능하다면,
부지런하게 내 마음의 파이를 더 키울거야.
더 크게 키울거야.
5.
아이폰 메모장에 메모가 빼곡하다.
기본 아이폰 메모앱은 안쓴지 오래.
Simplenote라는 앱을 쓰는데,
깔끔하고 정말 좋다.
폴더링은 해시태그로 가능하다.
(사실 해시태그를 내가 잘 쓰지 않기에 그다지 나는 폴더링을 한 메모가 없다)
잊기 싫은 생각들이나 순간들, 해야 할 것들 등을 간단간단하게, 혹은 길게 늘어뜨려서 적어놓는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열심히 쓰고 있던 서비스들이 종료를 한다.
예전 Stamped도, Mailbox도 그렇고.
최근에 야후도 인터넷사업을 분리한다고 들었는데.
아끼는 Tumblr를 지켜줘.
다른 내 즐겨찾는 서비스들이 모두 지속되었으면 정말정말 좋겠다!
정말로!
-Hee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든 기억들을 각자 하나씩 살아갔으면 좋겠다.
기억들에게서 하나 둘 씩 멀어져간다. 지금의 나로부터
나는 하나일 뿐이니까.
지금의 내가 붙잡고 있는 것.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한번쯤 째려보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자 ‘새로운 나’이기에 미워할 수 없다.
이제는 사랑이란 것을 할 엄두가 나지 않을만큼
상처주기도, 상처받기도 하였다.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 사람과의 미묘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일 뿐이다.
어쩌면 사랑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지도 모른다.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것은 무엇일까?
대답을 얻지 못한 공허한 속쓰림을 끌어않은 채
지금의 내가 아끼는 나에게로 향한다
사랑에서만큼은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누구도 믿지 못한 채.
그저 나의 내일을 걸을 뿐이다.
-Cheol
1.
무어든, 중요한 것을 잃고 나면 그 빈 자리는 감당할 수 없게끔 느껴졌고 삶에서 그것을 제외한 채로 보내야 할 앞으로의 시간들이 두려워지곤 했다. 애초부터 사람은 남겨진 그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 없게끔 만들어 진 것은 아닐지. 상실 된 것들의 무게만큼 슬픔과 때늦은 후회들이 이내 빈 자리를 메꾸어버렸고 그것들은 어찌됐든 살아가야 할 일상의 틈에서 메말라 비틀어지고 증발되어 없어져 버린다. 슬프게도 다시 비어버린 자리에는 무심함, 적응, 필연적 운명 따위의 단어들이 염치없이 은밀하게 눌러앉아 버린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선명히 떠오르지 않는다. 사망확인서 보다는 증명사진을 하나 갖고 있을 것을, 잘못했다. 할아버지 사진을 하나 얻고싶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대답이 없었고, 흐릿한 얼굴을 몇번이고 다시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나는 스스로가 미치도록 저주스럽다. 화장터에서 한 번 상실해 버린 할아버지를 나는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상실하고 있는 중인 것일까.
2.
어둡고 뜨거운 경쟁과 다툼이 무서워, 나는 애초부터 꼬리를 내리고 도망쳐 버렸다.
‘치열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삶에서 필요한 것들은 꼭 쟁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너무 많은 걸 바라다가 소소한 것들을 잃지는 말라고.’
아직까지도 틀린 말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는 틀렸다. 그럴듯함 뒤에 숨어 홀로 고고한 척, 태연한 척, 멀끔한 척 다 했더니 그 와중에 나는 많은 크고 작은 것들을 상실해버렸다. 그것들은 이미 멀리 떠났고 빈 자리는 아주 사라져버렸거나 쓸모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상실된 것들을 되찾아 돌아오는 시간은 아주 길고 혼란할 것이다. 균형없고 유쾌하지도 않을 삶을, 그렇더라도 똑바로 잘 마주하며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더는 나를 기만하지 않고 싶다.
-Ho
2015년 12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