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살면서 숱하게 했던 거짓말은

잘 지낸다는 말이었다.


가시밭길을 걷는 것마냥 신경이 곤두서고

저 깊숙한 곳으로 마음이 떠내려갈 때에도

나는 늘 잘 지낸다고 말하곤 했다.


누구에게나 그랬다.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길 바란 것은 아니었으나

굳이 진실을 말해서 좋을 것은 없지 않겠느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던지곤 했다.


밥을 먹지 않았지만 끼니를 챙겨 먹었다던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몸이 건강하다던가

그런 사소한 거짓말은

사실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꾸역꾸역 거짓을 토해냈다.


힘들지 않다고 해야만 힘들지 않을 것만 같고

우울하지 않않다고 말할 때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서툴렀다.


거짓말로 눌러담은 감정을 되짚어보면

싫다는 말은 못하고 잘 지낸다는 말 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잘 지낸다는 말로 포장하며 지내오고 있는걸까.

나는 앞으로도 얼마나 긴 시간들을 잘 지내야 할까.



-Ram


1.

어떤 거짓말도 하기 싫었고, 거짓말을 하기 싫다.

정말 솔직하고 싶었고, 솔직하고 싶다.

기쁘면 기쁘다,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화나면 화가 난다.

단 한 순간도 내 감정을 왜곡시키기 싫었고, 숨기기 싫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들, 있는 그대로 시시콜콜 이야기 했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상대방은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겠지.

나는 나 한 명이고, 나 아닌 타인은 내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냥 나를 그대로 들어주고, 보아주고, 느껴주었으면 좋겠는데.

이 바람은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상향에 불과한 것일까.


2.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소한 내 자신에게는 솔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까지 속이면 나는 정말 힘이 들겠지.


3.

올해 다래끼 약을 약국에서 두 번이나 샀고,

지금까지 두 박스 모조리 다 먹었다.

한 번에 두 개씩 먹으니 한 박스 금방 먹어지긴 했는데,

알약 크기가 생각보다 크고, 한 알을 입 안에 집어 넣으면

물을 마시기 전까지 잠시 입 안에 머물고 있는 1~2초가 괴롭다.

약 냄새가 정말 많이 나는 고약한 약이기 때문이다.

렌즈때문에 눈을 많이 만지고,

건조하고, 몸이 피곤하면, 다래끼가 나는 듯 하다.

방금도 다래끼 약을 먹었는데, 뭔가 속이 거북하다.

요 며칠 피곤했는지 입술 오른쪽도 한 대 맞은 것처럼 터져있다.

이게 뭐람.

이게 뭐야. 정말.


4.

나를 그냥 내 존재 자체로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치우고,

그냥 존재 자체로만.

그러면 조금은 더 쉬워지지 않을까.



-Hee


우리에게는 간혹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그 남자에게 거짓말을 하고는 했다.

어쩌면 그녀의 말들은 모두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것들이 거짓말이라고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그 남자는 때때로 거짓말이란 것을 알면서도 속아주었다.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을 믿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결국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거짓말로부터 시작된 사소한 불신은

두 사람 사이에 다가갈 수 없는 낯선 영역을 만들어버렸고,

그 공간은 결국 점점 커져만 갔다.


그 남자는 그녀를 책망할 수도 없었다.

자신 또한 가끔씩은 그녀에게 작은 거짓말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 역시 알면서도 속아주었던 것일수도 있다.


어찌보면 누군가를 깊이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순진하고 바보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끝없는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을 어루만지고 싶다.



-Cheol


1. 너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때때로, 아니 꽤나 자주 너의 마음을 대변해 주지 못했다. 말재간이 부족해 표현이 모호하다거나 어정쩡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의 표현들은 너의 동그란 눈동자 만큼이나 또렷하고 정확해서, 의도를 비틀림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조금의 무리도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말들 속에 담긴 내용과 의미가 대체로 본인의 편의만을 위해 재구성되고 가공되어 나오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금방 들켜버릴 게 뻔한 어눌한 거짓말들을 너는 잘도 했다.


그러나 쉽게 쉽게 내뱉은 거짓말은 쉽게 쉽게 들켜버리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을 당장에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는 거짓말들은 역시 금새 들통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 너를 개인적으로 조금이라도 알고서 대화하는 사람들은 항상 조금의 의심을 품은 채 너의 말들을 걸러서 듣거나 그 말이 진실이 맞는 지 재차 물어보는 등의 수고를 해야만 했다.


2. 들통난 거짓말에 민망할 법한 상황마다 먼저 헤실헤실 웃어버리며 가벼이 넘겨버리는 너를 사람들은 허술하고 파렴치한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도리어 너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너를 꽤나 잘 영글은 인간이라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상습적인 거짓말들이 너에게서 지저분한 이미지를 연상하도록 만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너는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너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너는 스스로에게 만큼은 철저히 투명하고 곧다. 정작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의 회피도 용납하지 못하고 묵묵히 정면으로 마주해버리는 자태를 보게 된다면,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너의 행동 앞에서 ‘실없음’의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거짓말들은 가벼운 장난 혹은 취미 정도로만 여겨질 뿐이다. 너의 진심들은 주로 행동으로 대변될 수 있었다. 거짓말이나 일삼는 사람이면서도 진정성 있게 삶을 마주하는 너를 보며 느끼는 것은, 아무렴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해야 된다는 것이다.



-Ho


2015년 12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이전 05화"지나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