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말"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말은 입 밖을 통해 나와버린 순간,

내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내뱉은 수 만 가지의 말 중,

네게 남은 것은 무엇이며

내게 돌아온 것은 무엇일까.


그저 지나온 것.

지나쳐 버린 말.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말을 읊조리며 단어를 곱씹어도

결국 남는 것은 몇 자 되지 않는다.


네게 더 사랑했었노라 말해줄 것을,

더욱 간절히 안아달라 부탁할 것을,

소리내어 울어도 된다 위로할 것을,

차마 못하였다.


이미 지나쳐 버린 말.


지나가버린 시간만큼 되돌릴 수 없는

그때에 전했어야 했던 마음.


많이 아팠었다.

마음이 조각조각 나뉘어서

매 순간 나를 찌르려하여도

그래도 너를 많이 아꼈다고.

너를 잊지 못해 잃지 않고 싶었다고.


차마 전하지 못한 나의 말.



-Ram


1.

생각해보면 싸움이라면 싸움인 것이 맞고, 이 싸움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은 서로 싸우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면모를 보았을 때 이것은 정말 명백한 타이밍싸움이였고, 타이밍싸움이다.

하지만 우위는 있어도 완벽한 승자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게 승리하기엔 변수가 너무나도 많고 많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정말 예측가능한 승부이지 않을까, 라고 느꼈는데

어떤 때는 일부러 꼬아놓아버리는 심술때문에 변수가 생기고, 결과가 완벽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느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

결과만 떡 하니 내놓기에는 과정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과정을 잊지 않으려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가 과정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수많은 프레임들이 과정들을 왜곡할 것만 같았고,

내가 과정을 눈여겨 보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많을까봐 집중했다.

한편으로는 변수를 더 많이 제공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이제 그만 변수따윈 더이상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시점에서 가장 명백한 사실은 내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2.

서로 같은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전혀 다른 말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서로 생각의 시작점들이 다르고,

생각을 표현으로 가공하는 방식들이 다르고,

표현을 뱉어내는 자신만의 단어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언어로, 같은 단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전혀 다른 뜻이 오갈 수 있다.

이 갭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표면적인 문장들의 이해가 아닌,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그 이해도 내 프레임 안에서 하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 한계는 소중한 시간을 들인 대화로 조금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너와 대화를 할 때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들이고 싶다.


3.

새해 아침에 눈을 떴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말을 흐리지도 않고, 흘리지도 않고, 정석으로 그 이야기를 들은 건

솔직히 말해서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4.

단어들에 갇혀 살지 않으리라.

절대로.



-Hee


공약

누군가 나에게 자신을 선택해주면 지키겠다고 하였던 말들

하지만 막상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하였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

심지어는 나 자신에게 하였던 말조차도

그것을 하나하나 지켜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한 발자국 저만치 뒤로 물러서 보자

그럼에도 큰 흐름이란 것은 존재한다


방향성


‘지나간 말’로부터 ‘오늘의 말’을 지나 ‘내일의 말’까지

그 경향과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간 말,

그 자체에는 괘념치 말고

그 흐름을 밀고, 보조하고, 이끌어보자.



-Cheol


쏟아진 말들은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말들에 닦여 지워지지 않는다. 물에 젖은 종이가 쭈글쭈글해져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듯 말들은 늘 쌓이거나 침잠될 뿐이다. 오늘은 팔, 다리가 축 늘어진 그림자같은 말들이 너를 따라 방 안까지 들어온다. 내가 손쉽게 내뱉은, 슬프고 섭섭한 말들이었다. 게 중에 시리게 날이 선 말들은 네 속 깊이까지 잘도 파고든다. 어느새 네가 참 쉽고 편해진 나는 오늘도 뒷걸음질같은 말들을 권태롭게 쏟아 부었다.


한숨과 흐느낌의 말. 지루하고 게으른 비교와 권태의 말. 겨울철에 도드라지는 입김같이 창백한 말. 무뚝뚝하고 우악스런 침묵의 말. 길게 자란 손톱같이 날카로운, 혹은 개를 묶어두는 목걸이같은 폭력의 말들을 나는 이제 너무나 쉽게 내뱉는다. 그러고는 침묵하는 너를 보면서 후회하지만 후회는 말 그대로 이미 때가 늦었다.


지나간 말들은 더이상 손을 쓸 도리가 없다. 미안함에서 발현되는 위로의 쓰다듬음은 되려 상처를 번지게 할 뿐이고 섣부른 사과의 말들은 다시 한 번 아픔이 되곤 했다. 당장은 너를 달래고 돌보기보다 진심으로 나를 돌아보며 뉘우치고 태도를 고쳐먹어야한다. 소중한 너를 마땅히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온통 따뜻하고 보드라운 마음으로 네 상처를 소독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막 끓어오르기 시작한 거품같은 약속과 칭찬의 말. 너의 새하얀 팔목 뼈마디같은 감탄의 말. 하얗고 노랗고 발간 빛들로 화사한 사랑과 호의의 말들이 연이어 너의 방에 쌓였던 그 때처럼. 네가 마음에 꼭 드는 말들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그러고도 남은 말들은 보기 좋게 방 한 켠에 차곡차곡 정리해 쌓아두었던 날들처럼. 언제나 좋을 수는 없겠지만 좋은 말들이, 즐거운 날들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현저히 많아지도록 노력할게.



-Ho


2016년 1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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