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열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하나,


당신의 세상이 무너져 내려도

다른 사람들의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고


매일이 죽을 듯이 힘에 부쳐도

누구도 감히 아득히 먼 곳에 떨어진

네 마음을 모르더라.


홀로 내던져진 당신의 마음을

어찌 감히 내가 나서서 위로할까


그래도 나의 몇 마디가

조금은 당신의 아픔에 닿았기를.


밤새 눈물로 찍어낸 당신의 아픔에도

무너져 내리는 당신의 설움에도

내 작은 숨결이 스치어

잠시라도 고요한 잠을 청할 수 있었기를.


그래도 기억해 주었으면,


지독히도 혼자라는 세상에 갇혔을 때

묵묵히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그 중에 반드시 내가 있을 것이라고


언제든지 뒤돌아 서럽게 울어도

애틋한 마음으로 함께 슬퍼할

시간을 내어줄 누군가, 그리고 내가 있을 거라고.


둘,


힘내라는 말이

어쩌면 네게 작은 언어 폭력이 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워졌다.


전혀 힘을 내고 싶지 않은 상황임을 알기에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힘내라는 두 단어로 너를 안을 수 없을 것을 알기에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고민의 시간 끝에

그저 너를 응원하노라.

이 시간이 곧 지나갈테니

내가 아는 너의 모습 그대로

이 힘든 시간을 잘 보낼것이라고


그 시간을 함께 기도하겠노라


살며시 전할 수 밖에,

애둘러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Ram


1.

정말이지 그 선택에는 꽤나 큰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조금씩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인정하기 싫지만 존재했고, 또 존재했다.

그 순간들마다 어떠한 말들도, 글들도, 음악들도,

내겐 위로가 되지 않았다.

위로가 되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나에게는 또 다시, 또 한 번의 자책을 할 뿐이고,

사실을 인정해야하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였다.

솔직히 인정하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렸다.

인정해버린다는 것은 곧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니까.

몇 번이고 외면했었다.

인정하기 싫어서 정말 몇 번이고 넘어가고, 외면했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벌어져있었다.

어디서부터 내가 잘 못 짚은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 '어디'를 짚을 수 없는 입장에 놓여있었는지도.

이 차이를 줄일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많은 차이를 느끼기 전에, 더 많은 자책을 하기 전에,

멈춰야 하는 것일까?


2.

알랭드보통은 아내의 주근깨를 보고 순수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자, 알랭드보통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이면으로는 그냥 계속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음으로써 책을 알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빗대어 걸음걸이와 웃음을 논하기도 했다.

이 '논함'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궁금했다.


3.

이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생각하던 기준이

옳은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4.

틀을 깨고 있다.

다시 조금씩. 조금씩.

좋은 틀, 싫은 틀을 확실하게 정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도 하고 있다.

고작 이십 몇 년을 살면서 뭐 그리 기준을 세워보겠다고

쩔쩔맸으며, 머리를 굴렸으며, 확신했는지.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다시 조금씩 재조립 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해보자.



- Hee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위로받는다는 일은 어떠한 것일까?


누군가를 응원해주고, 이해해주고, 보고싶어해주는 일 그러한 것이 위로인 것일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그 사람이 힘겨워 할 때 곁에 있어준다고 위로가 되는 것일까?


일방적인 위로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 상대가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상

나의 위로는 쓸 데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마치 짝사랑 처럼.


근데 왜 나는 쓸데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 숨만 나온다.



-Cheol


1.

사내 연애를 하던 후배는 애인과 헤어지고 그 다음날 새로운 애인을 만났다고 했다. 헤어지자는 말을 한 뒤에 사귀자는 말을 했다고, 말이 오고간 시간을 따졌을 때 자긴 절대 양다리는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속에 남은 불편한 감정을 굳이 내게 말하면서 소화하는 것이다. 남 인생 뭐라 할 자격이 없어서 나는 그냥 잘 했다고, 너무 미안해 말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누구나처럼 따뜻한 밥을 함께 먹고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관계가 아직은 마냥 매끄럽고 설레기만 할 때에도 후배는 어수선한 속내를 내비쳤다. 아무튼간, 권태로운 날들이 다시금 화사해지면 한동안 지나간 애인같은 건 아주 어렴풋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후배는 나보다는 더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아 마음이 안쓰러웠다. 시시콜콜히 물으니, 뜻밖에도 새 애인이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


나는 해줄 말이 없었다. 겪어보지도 않은 것들에 대한 말들을 쓸모없이 늘어놓을 수 없었고 그러잖아도 불안한 마음을 흔들어 더 쏟아내게 할 수도 없었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하기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게 위로가 된다지만 나는 그냥 축하한다고, 요즘 시대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애인이랑 아주 많은 대화를 하라고.


2.

언제든 기댈 수 있을 만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나는 힘들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성격이 못 되지만 그것과는 관계없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대단한 위로가 되어준다. 누구나가 저마다의 힘든 일들에 시달리며 살지만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확신과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마음을 갈싸줄 수 있는 따뜻한 말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 만큼이나 단단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감돌아 작게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Ho


2016년 4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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