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오십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유난히 말이 없던 너를

그것이 매력이라 느꼈던 나는

끝없는 침묵에 잡아 먹히고야 말았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네가 던지고 내가 맞받아치는

영원한 반응의 굴레임을

이제야 알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그런 말로 도망쳤던 시간들아


네 마음을 뜯고 들어갈 수 없었던

나에게

말없는 사랑은 고통이었다.


고요함 속에서

나는 홀로

수만번 나를 사랑하느냐는

하릴없는 질문들로만 뒤덮여 있었다.


사랑도, 사랑아닌 사랑인 것처럼


그 침묵속에 나를 버려둔 사랑을.



-Ram


1. 여러가지 침묵들

숨막히는 침묵들이 있었다.

가슴떨리는 침묵들이 있었다.

편안한 침묵들이 있었다.

비겁한 침묵들도 있다.


2.할 수 없는 것

특히 내겐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따금 내 삶을, 내 시간들을, 내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누가 되었든 예외없이 나를 놔 주어야 한다. 날 내버려두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행복할 수 있다.

그걸 오해하는 상대방은 내 옆에 있을 수 없다. 서로 힘들겠지.

넌 그렇게 할 수 없었고, 때때로 날 얽매고, 날 오해했다.

나는 그런 너에게 계속해서 마음을 열려고 했지만,

노력가지곤 안되는 것이 분명 존재했다.


3.절대 다리 꼬지 말자

며칠 전 안마를 받으러 갔다.

전에도 몇 번 안마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냥 편안하게 잘 누워서 받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안마사분이 들어와서 어디가 제일 안좋냐는 질문에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다.

그 분은 알겠다고 하면서 일단 머리 쪽을 지압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누르면 아픈 부분만 그렇게 꾹꾹 찾아서 누르는지,

너무너무 아팠지만, 아파야 풀리니 꾹 참고 있었다.

참는만큼 내 몸에는 힘이 들어갔나보다.

힘을 빼라고 해서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머리에서 어깨 쪽으로 넘어왔다. 아, 나는 침묵을 깨고 소리를 질렀다.

"아! 엄청 아파요!"

진짜 정말 아팠다. 안마사님은 살이 없고, 근육도 많이 없어서 변형 근육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등 쪽으로 내려오면서 날개뼈의 어느 부분을 누르자 등에서 '두둑, 두둑' 소리가 났다.

그게 바로 변형근육이라고 했다.

등 쪽에 있는 혈을 꾹꾹 누르는데, 누를때마다 계속 소리를 질렀다.

골반 쪽으로 내려오면서 다리를 많이 꼬냐는 질문에, 맨날 다리를 꼰다고 했다.

그러면 골반이 많이 틀어져 있을 거라고 하길래, 속으로 '그렇겠죠..'라고 대답하는 순간

내 골반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정말 정말 정말 아팠다.

여자에게 다리 꼬는 건 치명적이라고 했다.

진짜 그 날 이후로 다리 안꼬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계속 다리를 의식적으로 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스트레칭도 많이 못한 결과가 이제서야 나타났다.

이번에 안마를 안받았으면 내 몸 상태가 어떤 지 모른 채 계속해서 안좋은 자세, 버릇만 늘어났겠지.

자세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 바른 자세가 화를 부르지 않는다.

요즘의 나를 생각해봤다.

야근 후 집에와서 쓰러져 자기 바쁘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씻으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출근하기 바빴다.

내 몸을 돌 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고,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내 자신에겐 전혀 핑계가 되지 못하는 이유들로 인해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앞으로 계속 이런 생활패턴을 가지면 내 몸은 끝장날 거라고 지금에서야 느꼈다.

매일 예쁜 옷, 예쁜 구두만 신으면 뭐하나. 그 것들을 걸치는 내 몸이 예뻐야지.

이제 내 몸을 더 돌보고 사랑하자.


4. 사람일이란

뜨거운 여름날,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에 나란하게 앉아 눈 앞에 있는 커피만 바라보았다.

"우리 헤어져야 하는건가?"

숨막히는 침묵이 흐르고 그가 입을 떼었다.

"그런가봐"

나도 대답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그에게 물었었다. 넌 슬프지 않냐고.

너무나도 포커페이스였던 그를 보니 서운했고, 또 서운했었다.

그렇게 헤어졌던 우리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다신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Hee


나는 어떻게 지내온 것일까

어느 순간 쓰고 싶은 글도 써야 할 글도 사라졌다.


한때 나는 왜 그리도 글을 쓰고싶어했던 것일까

왜 내 머리속에 있는걸 끄집어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일까

왜 아직도 매주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얼핏 지금도 적당한 대답을 해줄수는 있지만,

이제는 그 대답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가 오고있다.


고요와 침묵 속에서 내 글들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오고있다.



-Cheol


1.

침묵을 의도적인 폭력의 말로, 영악한 거절의 말로 사용해왔던 거 알고 계시겠죠. 약았달까 악독하달까. 친절해 보이려는 연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부라린 눈과 뒤틀린 입꼬리가 이미 기분을 말하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어떻든. 언제부턴가 내가 계획하지 않은 손해를 별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때 누구든 호의 아닌 호의를 받는 사람은 꼭 눈치를 보게끔 만들어야 했어요. 같이 있는 사람들마저 어렵게 만드는 꼴은 한심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악의적이었다 말해도 저로서는 달리 변명할 거리가 없어요.

한동안 나는 전쟁에 나선 비장한 군인이었고 나를 먹여살려야 할 아버지였습니다. 나를 먼저 소비해버려선 필연적으로 먼저 무너지고 말 거란 생각이 나를 이끌었죠. 사람을 깊은 수렁으로 몰고 온 정신을 웅크리게 만드는 느낌이 하얀 입김처럼 온통 나를 감돌았어요. 다시 돌아가도 별다른 수는 없을 겁니다. 그건 어쨌든 나를 위한 애정이었고 오롯이 살고 싶은 본능이었거든요.


2.

한 달 간의 정적에 마음이 옥죄어 위태롭다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소식에는 쓸쓸하지만 고요하구나, 안도했다. 몇 달째 반복해서 듣는 한 노래의 기타 소리에 감정이 뭉글뭉글해졌는데 좋다 하는 감탄사는 나오지 않았고. 대문 앞을 남몰래 서성이는 침묵처럼 설레다가 휙 돌아서는 뒷모습처럼 외롭다가 말없이 진득해지는 분위기를 사랑하다가. 침묵은 별 수 없는 데에서 삐져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별 수 없이 좋아하고 별 수 없이 기다리고 별 수 없이 마음을 접어두고. 꽤 자연스러웠어. 괜찮아.



-Ho


2017년 1월 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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