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일곱 번째 주제
별_01
내 품안에 별이 한가득 담기고
감았던 눈 사이에 그 빛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사랑은 어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별_02
그런 말이 있어요.
땅에서의 생을 다하면 하늘에서 별이 된다던
그런 말이 있었어요.
그럼 당신은 그 곳에서 외롭지 않겠지요.
칠흙같은 어둠에도
내심 당신이길 기대하며 당신을 찾는 나의 눈을
당신은 그 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겠지요.
나는 여전히 한 치 앞도 모르는
하루 하루를 버티지만
당신에게 닿을 기도 안에서는
무사히 지낸다고 말해요.
당신이 별이 되었다면
나는 그걸로 감사해요.
그러니 슬프다 울지 말아요,
그러니 아쉽다 애석해 하지말아요.
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반짝이는 별들 만큼이나
당신을 내 마음에 품고 살테니
잘 지내요.
-Ram
1.
태어나서 지금까지 딱 두 번.
별이 정말 예쁘고, 쏟아질듯 많구나, 라고 느낀 적이 있다.
첫 번째 순간은 21살 때.
늦은 여름에 춘천에서 일을 하다가 회사사람들끼리
처음으로 춘천 소양댐에 밤에 간 적이 있었다.
2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고, 사람이 아예 없었던 소양댐.
가로등마저 꺼져있어 빛이 거의 없었던 그 곳.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니,
정말 별이 엄청 쏟아질 것 처럼 내 머리 위에 떠 있었다.
하늘도 맑아서 반짝이는 별들이 잘 보였다.
물론 개중에 인공위성 등등도 있었겠지만.
두 번째 순간은 25살 때.
12월에 제주도에 갔었다.
엄청 늦은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을 해서,
미리 예약해두었던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리조트에 부랴부랴 갔다.
야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12월임에도 불구하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정말 실 같이 가는 바람조차 없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공기도 선선했고,
하늘을 보니 별이 엄청나게 많았다.
야외 주차장에 가로등이 몇 개 없어서 밤하늘이 엄청 잘 보였다.
12월의 제주도가 생각보다 좋았다.
8월의 제주도보다 더 좋았다.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또 보고싶다.
2.
기분이 이상하다.
묘하다.
떨리기도 하면서, 설레기도 하면서,
행복하기도 하면서, 걱정도 된다.
이제까지 그렇게 살았듯이,
앞으로도 나 답게 살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내 시간들이 반짝반짝 빛이 났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너도 나를 끝까지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너도 나를 끝까지 밀어줬으면 좋겠다.
큰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3.
우주에 가고 싶다.
그 고요한 우주를
무중력 상태인 내가
둥둥 떠다니고 싶다.
적막이 흐르겠지만,
온갖 위성들과 행성들 덕분에
눈은 황홀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행성에 발을 붙이긴 싫다.
상상하지도 못할 거대한 암석덩어리 위에
나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사실이
온 몸으로 느껴지면서
엄청난 외로움이 밀려들 것 같기 때문에
다른 행성에 발을 붙이긴 싫다.
달에도, 화성에도, 목성에도, 그 어떤 행성에도.
-Hee
생피에르에 따르면 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 같다고 한다.
글을 쓰는 나도 너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친해지기에는 서먹서먹한 우리일지라도
당신은 내 곁에 없다 해도
글이라는 것을 통한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네가 이정표 삼는 밤하늘에 별과 같은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지구 곁에 머무는 달과 같은 사람은 되어줄 수 있을까
언제나 지구의 뒷면 만을 바라본다지만,
항상 지구의 곁을 맴도는 달과 같은 사람은 되어줄 수는 있을까?
네가 그리는 찬란한 빛이 잠시 쉬는 때에
너에게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지 않도록 달빛을 기울여주는
너의 밤을 위로하는 내 글이 될 수는 있을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곁에 머물러주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래서 소중한 것일까?
그렇게 너에게 달빛 같은 글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언젠가,
너의 이정표가 되는 날도 있는 것일까?
언젠가는 네가 온전히 바라보고 향하는 것이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일까
-Cheol
1. 현관문을 나선 뒤부터 차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길어도 5분이 넘지 않을 짧은 시간을 걸으며 성큼 겨울인 날씨가 난데없이 고마웠다. 온갖 불평등이 넘치는 나라에서도 살 에는 바람만큼은 누구에게든 참 공평하게 자비없구나. 그러고 차를 운전해 마트 주차장을 들어가다 앞에서 경광등 휘적대며 서있는 노인을 보고는 이 날씨가 참 염치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밖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어깨를 움츠린 채 걷는다. 불안과 불행을 비교하고 아픔을 자랑삼는 이야기들로 떠들썩한 와중에도 찬 바람은 투정없이 사람들을 매질했다. 잘 살든 못 살든 밖을 걷는 사람은 이 매질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돈 없고 서글픈 사람들은 똑같은 추위에도 더 많이 아프다. 입김을 불어 손을 비벼대는 어르신의 어깨는 나보다 한참 더 움츠러들어 있었다. 이미 몇 시간이나 찬 바람 맞으며 서 있었을 어르신의 입김에는 어떤 서러움이 녹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2. 네가 별자리 찾아보는 것을 왜 좋아하는 지 물어나 볼 일이었다. 그런 것들 나는 모른다고, 관심 없다고 말하기 전에 그냥 한 번 들어보기라도 할 걸 그랬어. 네가 해주고 싶은 말들이 뭐였을까, 이제서야 궁금하네.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걷는데 이상하게 그냥 기분이 좋은 건 왜 그렇니. 빌어먹게 추운데도 괜히 기분이 좋은 건 도대체 이유가 뭐니.
-Ho
2016년 1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