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너와 내가 만났던 시간 모두가

절실한 바람의 모음이었다는 것을,

너는 알까


살다보면 여러가지 상황에 부딪히는데

내가 너를 만났던 그 타이밍은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 정도였다.


우리는 우연치않게 그 길 위에

그 시간에 함께 있었고

다만 마주쳤을 뿐이었다.


너는 알까,

수줍은 듯 네게 말을 걸던 내 마음은 사실

수 백개의 바늘이 날아와

심장을 콕콕 찌르듯

설렘과 걱정으로 가득 했던 것을.


지금도 네 손을 잡으면

덤덤한척 미루어도

나는 사실 머리칼 끝까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다는 것을.


우리가 만난 것이

수많은 우연의 연속이었더라도

그 끝을 엮어 타이밍을 만든 것은

내가 너를 연모하던

마음이었음을


너는 알까.



-Ram


1.

중학교 1학년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다.

같은 학원을 다니던 오빠였다.

학교는 달라서 학교에서 보진 못했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아침마다 어떻게든 만나려고 애를 썼다.

또한 학원이 끝나고나서도

어떻게해서든 만나서 같이 오려고

몰래 집오는 길에 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오빠와의 조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그렇게 중학교 1학년이 지나갔다.


2.

적절한 타이밍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내 노력으로, 내 용기로 적절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3.

너와 내가 타이밍이 정말 맞았던 것일까.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보고싶은 순간에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안고 싶은 순간에

안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고 싶은 순간에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땡깡부리고 싶은 순간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Hee


글을 쓰기 위한 시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지.

'아, 이러한 이야기를 쓰면 정말 재미있는(혹은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렇게 떠올랐을 때 쓰지 않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버리지.


홍이가 말한다. 그 여자분이 우리랑 동갑인데 강사야.

내가 말한다. 와 외모도 직업도 정말 근사한 분인데?

홍이가 이어 말한다. 근데 남자친구가 없데.

내가 말한다. 저렇게 근사한 사람이 애인이 없어?

홍이가 말한다. 저 분도 참 바쁘게 살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일엔 새벽 두시까지 수업준비를 하고

주말에도 오늘처럼 저렇게 학원에 나와 있으니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이나 있겠냐.


그렇지. 우리는 삼포세대이지. 직업이 없거나, 돈이 없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시간이 없어서

결국 나머지는 포기한 채 살아가는 세대가 우리지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니지, 내 마음은 이미 어떠한 글을 쓸까 온통 궁리중이다.

아니 그런데, 어떠한 이야기를 써야하지.


그 것으로부터 다시 묻게 된 질문.

나는 누구일까? 내 마음의 대지는 어떠한 모습인 것일까.


찰나의 순간들을 채우는 나의 공상들.



-Cheol


1.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마침 버스에서 내리는 엄마를 만나 짐을 옮겨받고 팔짱을 낀 채 다정하게 걸으며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각자의 보폭, 발걸음을 옮기는 속도, 걸음을 붙잡고 시선을 끄는 취향, 성격/습관에 따라 달리 보낸 시간, 이 모든 것들이 쌓여 빚어내는 최고의 타이밍을 나는 항상 기대하며 지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겪는 일들 모두는 결국 길고 짧은 시간들과 습관들이 만들어내는 운명이었다. 세상이 바뀔만큼 커다란 일이 아니어도, 마음 가눌 수 없는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내가 살아내는 일상은 모두가 운명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어떤 기적같은 순간을 마냥 기대하기 보다는 흔하고 소소한 일상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 지도 모른다. 마침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폐를 줍는 일처럼, 마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를 만나는 일처럼, 곧 잊혀져 감각할 수 없는 일상의 일들을 조금 더 특별하게 여긴다면 내 시간들은 조금 더 밝고 향긋해지리라.


2. 내가 간절히 바라는 타이밍은 여간해서는 취하기 힘들다. 아무리 많은 기대를 하고 계산을 해봐도 소용은 없고 셈만 난다. 아무래도 그런 타이밍은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낼 때에만 불쑥 찾아드는 느낌이다.

반대로, 이전에도 지금도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타이밍이 있다. 바로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할 타이밍.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에는 항상 유효한 효도의 타이밍을 나는 언제든 마음껏 잡아 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 흐리멍텅한 정신머리가 그 사실을 굳이 인지하지 않으려 애쓴다. 언젠가는 가장 절박한 타이밍이 되어버릴 이 순간들을 왜 나는 이토록 쉽게 흘려보내는 걸까. 나는 습관적으로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몸이 멀리 떨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따위 결단코 수용하지 않을 테다.



-Ho


2016년 1월 3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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