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스무 번째 주제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괜찮다고 위로하던 모든 순간이
사실 괜찮지 않았다.
단 한 순간이라도
너와 같은 시간을 쫓기 위해
몇 번째 밤을 손꼽으며
마음으로 울었는지 모른다.
무심히 던진 문자 한 통에도
수 백번 돌아보며
내 상상 속에서
너를 이미 안아올렸던 나였다.
네 머리칼이 흩날리는 순간,
세상의 온 빛이 모여들던
네가 숨 쉬는 모든 순간을
나는 홀로 담으며 아파했다.
너만은 알아주길 바라며
설레이던 내 하루, 시간들은
결국 네게 닿지 못했나보다.
그 미소가 나를 향하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나는 사실 괜찮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내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Ram
1.
사실 체력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에 예민하다.
정말 사실이다.
약골은 아닌게 맞지만,
그래도 체력이 약해보인다는 말이 듣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더더욱 체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서 나도 빈틈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빈틈을 누군가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고,
내겐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라서 상대방에게 예민하게 굴어버렸다.
예민하게 굴었던 나도,
갑자기 예민해진 나를 본 상대방도,
전부 기분이 좋지 않다.
예민해짐을 보이기 싫은 상대방이라 더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금만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2.
첫인상을 더이상 믿지 않는다.
실제 모습은 첫인상과 반전이 되는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이상 믿지 않는다.
사람은 정말 오래오래 보아야 한다.
한 번 보다 두 번 보는게 낫고,
두 번 보다 세 번 보는게 낫다.
한 두번 정도가 아닌,
정말 길게 오래오래 볼 수 있는 사람이
내게 정말 편한 사람이다.
3.
사실 내 왼손 중지에 끼고 있는 반지는
정확한 원 모양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이많이 타원모양이다.
4.
양치할 때 치실이 없으면 안된다.
예전에 어금니 여러개에 크라운을 씌우고 교정을 해버려서
교정 후에 어금니들의 사이가 살짝 떠있다.
그래서 치실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냥 실로만 되어 있는 치실을 잘 못 쓴다.
너무 서투르고, 결국 실로만 되어 있는 치실사용을 포기했다.
그래서 손잡이가 달려있는 일회용 치실을 사용한다.
한 번 쓰고 버려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게 편해서 어쩔 수 없다.
5.
손톱을 자르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졌다.
이제 진짜 아주 조금만 길어도 잘라버린다.
그래야 속이 편하다.
6.
나중에 내 집에 마당이 있다면,
나무는 겹벚꽃나무와 사과나무와 라일락나무를,
꽃은 튤립을 심고 싶다.
며칠 전에 회사 근처에서 겹벚꽃나무를 우연찮게 봤는데,
정말 보통 예쁜 게 아니다.
낮에 봤으면 더 감탄했을텐데,
밤에 봐도 예뻐서
입이 귀에 걸리게 좋아했었다.
또 하루는 밤에 길을 가는데,
익숙한 향을 맡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라일락나무가 있었다.
향이 좋아 한동안 계속 라일락나무 아래를 서성였다.
-Hee
아마 아무도 몰랐을거야
당신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게된 순간의 나의 행복을
아마 아무도 몰랐을거야
당신의 사적이고도 사적인 사람이 되던 순간의 고민을..
아마 아무도 모를거야
하필이면 내가 당신의 품에 머물 수 없는
그러한 순간이 너무도 많이 안타까웠음을
아마 아무도 몰랐을거야
당신 몰래 나의 가난을 홀로 애태웠음을
그럼에도 아무도 몰랐을거야
당신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음을
그럼에도 아무도 몰랐을거야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했음을
그럼에도 아무도 모를거야
당신을 맴도는 것만으로, 그저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언제나 나에게 큰 빛이 되어주고 있음을
아마 아무도 모를거야
당신 덕분에 오늘도 나의 길에 향기가 가득함을
아마 아무도 모를거야
당신 덕분에 오늘의 부족한 내가 부끄럽지 않음을
아마 아무도 모를거야
오늘도 당신이 보고싶다는 것을
-Cheol
”퇴근하면 뭘 해요? 특별한 취미가 있나요?”
“퇴근하면 잠을 자고요, 제 취미는 사진입니다. 잘 찍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요.”
누가 취미를 물으면 사진찍는 게 취미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취미는 사진이 유일하다고, 정말 좋다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 번도 글쓰는 취미가 있다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쓰는 취미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몇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는 사람들이라 내 주변에서는 누구도 나의 또 다른 취미를 모르는 셈이다.
재주가 없어서,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었던가. 잘 모르겠다. 사진도 잘 못 찍는건 마찬가진데 글은 왠지 사진보다 더 보여주기 껄끄럽다. 아직도 오글거린다는 표현은 사진보다 글에 더 날이 서있고 나는 여전히 글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쓰지 못하기도 해서, 어떤 글을 쓰는지 쓴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상황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가보다. 그렇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좋은데, 특별한 이유도 없으면서 계속 숨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물이야 어떻든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주제에 대해서 골똘히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너무 멋지고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이 시간이야 말로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이고, 게다가 아주 가끔 내 마음에 드는 글이 써지면 그때는 어디에든 그걸 못 보여줘서 안달이기도 해서.
‘취미는 사진이고요. 가끔씩 글도 씁니다. 보잘 것 없으니까 안 보여줄 거에요.’
굳이 취미가 글이라는 것을 밝히려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을까.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무도 모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게 짜릿한 기분이 들게끔 만들어주기도 해서 쭉 몰래 글을 쓸 지도 모르겠다. 하긴 취미를 숨길 이유는 없지만 밝힐 이유도 없으니까. 아마 죽기 전에 내가 책이라도 쓰게 되면 그때서야 말하려나. 별 시덥잖은 것으로 참 유별나다.
-Ho
2016년 4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