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서른 세 번째 주제
네가 돌아올 자리 한 구석즈음은
홀로 품고있어도 괜찮을 줄만 알았다.
네 추억거리 몇 조각은
끝끝내 버리질 못하고,
알량한 동정심으로 이어오던
마음은 끝났다고
어렴풋이 느낄때 즈음
나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너 없이는 오지 않을 줄만 알았던 행복이,
까맣게 짓눌리던 시간들이,
이제는 더는 남겨둘 자리가 없어서
아파.
그러니 돌아오지마
내 행복을 핑계삼아,
네 감정을 돌려세우지는 마
-Ram
1.
멀리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멀리 떠났다.
그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곳에서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2.
내심 아빠는 나에게 많이 서운했나보다.
나에게 다신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애교가 더 많고, 더 사근사근한 딸이 되고 싶은데.
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
앞으로는 그럴 수 있을까.
노력하자. 노력하자.
3.
새파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까지나 새파랗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된다면 언제까지나 서툴꺼다.
서투르지 않으려면 새파랗지 않아야 하는 걸까.
새파라면서도 서툴지 않을 수 있을까.
천년만년 새파란 것이 좋은데.
하지만 천년만년 서툴기는 싫다.
4.
생각보다 나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였다.
항상 나는 널 탓했다.
너의 사고방식을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너의 마음을 의심했다.
나를 많이 사랑하지 않고,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타협점을 찾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마음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사실 그 마음 속 깊은 대화라고 하는 것은 나를 달래주는 대화들이였다.
나는 위로를 받고 싶었고, 나를 달래주는 대화들을 하고 싶었다. 듣고 싶었다.
계속해서 나는 너를 의심했다. 그리고 나를 의심했다. 선택들을 의심했다.
삐뚤어진 시각들이 쌓이고 쌓여갔다. 어긋난 마음들이 내 안에서 불어났다.
내가 조금은 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네가 조금은 더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결국 나는 너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결국 너와 나는 다시 만날 수 없었다.
-Hee
한편에 놓인 업무들을 헤쳐내며 일과를 보내다가도
친구들과 함께 정신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 혼자인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에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숨통이 트이기도 하는걸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 곳임을,
이 길에서 더이상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리하여 나에게 남겨진 공허함은
취미생활이나 자기개발로 달래기도 하지만
이성이든 동성이든 내가 아닌 타인과의 친근감에 대한
욕구도 분명 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것에 더불어 '특별한' 한 사람까지도 바라는 나는
욕심이 많은 것인지 사람이란 원래 이런것인지
쓸데없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다만 스스로 되새기는 한가지 명심할 것
'과거로 돌아가지는 말 것'
'결혼 전까지는 추억을 더듬지 말 것'
힘들고 외롭고 험난해도
미래지향적인 젊음이 되자는 것.
-Cheol
비가 아주 많이 내렸거나 조금 덜 내렸거나.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여름은 늘 공기가 무겁고 볕이 아주 부담스러운 계절이다. 그리고 올해의 여름도 어느새 성큼 와 있었다.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할 때 떠오르는 얼굴들은 하나같이 불편했다. 이런 날씨에도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은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자꾸만 손을 놓고 혼자 걸으려던 나는 이제 모르는 사람보다도 불편한 관계들이 많아졌다. 키우던 개를 내다버리는 기분은 일방적으로 연애를 끝내는 기분과 얼마만큼 비슷한 지. 헤어지고 한참이 지나서, 헤어진 다음에 오는 아픔의 크기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미안함의 크기라고 생각했던 날도 다시 한참 지난 일이 됐다. 대단히 미안했던 마음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그저 잘 지내기를 무성의하게 바란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를 이렇게 가끔씩 떠올린다면 더는 우리 애쓰지 말자고. 아프게 말하고 싶다.
-Ho
2016년 7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