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스물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꿈을 꾸었다.

네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니

네가 나왔다.


이제 매일 밤

나는 머리맡에 네 향기를 두고

절절히 널 그리워 하며 잠이 든다.


그러면 당연히 네가 밤마다 찾아들 것을 안다.

꿈 속의 우리는

꽤 예쁘고 멋지고 조금은 사랑스럽다.


어느 방향으로 돌려 보아도

네가 안은 것이 나이고

내가 안긴 것이 너인데,


공허한 행복감에 허우적대다

눈을 뜨면

나 홀로 허공에 버려진다.


이제는 꿈 속에서만

너의 존재를 느낀다.



-Ram


1.

독이 되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나에겐 독이 되었다.

내가 내 무덤을 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서 공고하게 뭉쳐진 당연함은,

단단하게 뭉쳐진 당연함이 그대로 나를 때리고 지나갔다.

착각과 오해의 문제가 아니였다.

그것들보다 훨씬 더 차원이 높은 것들이였다.

나는 그 당연함을 지키려고 했지만,

본질부터 틀리게 뭉쳐진 당연함은 지켜낼 수 없었다.

수 많은 번뇌 끝에 그 당연함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당연함은 내 가치관과 한 끝의 차이이기에

버리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게 독이 되는 것을 부러 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2.

너와 내가 한 배를 탔다고 해서

앞으로의 항해 내내 순조롭진 않겠지.


3.

집 앞에 도착해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의 문을 열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어둠이 때론 나를 숨막히게 했다.


4.

생각보다 인생에 당연한 것은 적다.



-Hee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건 그냥 당연하니까...'


깊게 파고들어 생각하는 것에 새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하나씩 따지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사람도 있다.


하나씩 증명하는 것에서 새로움과 해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편견에 애초부터 겉도는 사람도 있기도하다.


당연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본질만큼은 각자에게 당연한 것이 되어줄 수 있을까?


알렝드 보통은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책에서

자신의 본질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기도 하였다고 하던데


변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변해가는 것들을 자신으로부터 하나씩 떼어놓다보면

자신의 본질을 찾게된다던데


알렝드 보통의 책 한 권을 들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Cheol


1.


머릿속에서 홀드를 꽉 잡고 더 높이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동안 나는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고 매트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누구나가 그렇게 떨어지길 반복하지만 ㅂ없이 나뒹굴었다니. 슬랩에 무릎을 찧어 버둥거리는 모습을 (‘으악!’ 하며 소리까지 질러버렸더니) 암장사람들 모두가 봐버렸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냉수를 한 컵 마시고 돌아오는 내게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오는 순간에는 정말로…


“운동을 오래 쉬다가 다시 하는 사람은 몸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좀 쉬엄쉬엄 해줘야해요.”

“상호씨 지금 무릎에 피나요… 괜찮아요?”


당연히 할 수 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아졌다. 등반을 2년 가까이나 쉬었고 그 사이에 몸무게는 10키로나 늘었고. 되는것보다 안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아져 있었다. 이유도 없이 부끄럽고 대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배신감에 속이 끓었다.


2.


당연히 받아왔던 것들 중 대부분은 사실 당연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 늘 잘 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싸구려처럼 여기고 드문드문 감싸드는 불친절한 호의에 마음이 훤해지는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장례식장을 몇번인가 이어서 다녀오고는 사소한 말들이 드문드문 무섭게 들린다.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에 덜컥 화를 낼 뻔 하다가 아무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말하고 만다. 부모님 두 분이 내게 해준 많은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 여기는 나는 보잘것없고 내게 남들처럼 많이 주지 못했다는 것을 마땅하다는 듯 미안해하는 두 마음에는 마음 깊숙한 언저리가 따끔거렸다.


처음부터 당연한 일이 어디 있겠냐만 이제 내가 부모님께 받은 것을 되갚아야 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됐다.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당연한 것처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온 것들의 몇배를 돌려줘야겠지.



-Ho


2016년 6월 1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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