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방향"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서른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우리는 많이 닮아 있었고

그래서 더 깊이 좋아했다.


내가 바라보는 것이 곧 너였고,

우리였음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


네가 서운함을 담은 눈길로

나를 다그쳐도,

얼떨결에 내지르는 짜증에도

우리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너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너는 나와 같은 마음이어야 했다.



-Ram


내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사실 나 조차도 모르겠다.

언제쯤 그 방향을 알까.

난 아직 방황중이다.



-Hee


버스의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멍하니 쳐다본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별것 없다지만

새삼 느껴지는 공허함을 달래본다.


후회가 남지 않게 행동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참 바보같았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한편에서 차오른다.


버스 창가에 기대었던 채로 살며시 눈을 감는다.

괴로운 감정으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모른다.


애써 속상함을 외면한 채 마음의 문을 닫는다.

무덤덤한 마음을 유지한 채 지금의 순간을 흘려보낸다.



-Cheol


1.


비가 온다고, 곧 시원하게 쏟아질 거라고 하더니 정말로 비가 많이 왔다. 빨래는 쉽게 마르지 않았고 어디에라도 다녀올 때면 우산을 쓰고서도 몸이 젖어버렸지만 더운 날에 들려오는 빗소리는 시원했고, 괜히 반가웠다. 하는 일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친구의 곧 계곡에 가야겠다는 말소리가 무성의하게 맴돌았고 뉴스에서는 어딘가에서 물난리가 났다는 말을 시종 무겁게 흘렸고 널부러져 있던 나는 창문을 열었다가 빗소리가 묻힐 만큼 크게 음악을 틀었다가 그래. 계곡에 가자. 내키지 않는 약속을 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거라던 말이 무색하게 비는 금새 그쳐버렸지만 며칠만에 맑게 개인 날씨도 마찬가지로 괜히 기꺼웠다. 밀린 빨래를 널고 창문을 열어 꿉꿉한 공기를 내보내고 다시 마른 수건을 개서 채워두고. 아, 이제는 정말로 여름이네. 찐다. 쪄. 혼자서 말하고 그래도 비가 또 오겠지. 여름이니까. 혼자서 대답한다.


요즘 고작 비가 오고 다시 해가 뜨는 일들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는 비 한 방울 맞지 않고도 비온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솟았는데 지금은 옷이 다 젖어버릴 만큼 많은 비를 맞아도 좋을 것만 같은 느낌. 여유가 없을 때면 이런 것들에서라도 위로를 찾게 되는 걸까. 늘 여유롭고 싶지만 막상 여유로워지면 이런 것들에는 다시 무감각해질 지도 모른다. 아마도 내년 이맘때에 작년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 혼자서 말할 것 같지만, 그래도 작은 행복들을 찾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2.


비에 흠뻑 젖은 채 집에 들어왔을 때 마른 수건이 없어서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일은 끔찍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욱 빨래를 자주 해야 한다. 작은 행복을 위해서는 이런 사소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Ho


2016년 7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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