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서른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


너무나 예쁘게 피어올라

끝끝내 반짝이며 빛을 발할 것이라는 믿음.


그런 것들은 너무나도 쉽게

한순간에 깨어질 수 있는

작고 유약한 것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해가 뜨는 순간이 되면,

어제 나눈 대화가 무색하리만큼


더이상 닿을 수 없는 어딘가로

걸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너는 어쩌면

그 작은 속내에 너무 많은 아픔을

담았을지도 모른다.


네게 무엇을 더 물어야 할까.

너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나는 여전히 이곳에 묶여

보낼수도, 잡을수도 없는 너의 잔상으로만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붙잡고 늘어진다.


너는 멈추었고, 나는 떠밀려 걸어간다.


우리는 더이상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을

나눌 수 없다.

더이상.



-Ram


1.

만약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생각하는 코드가 비슷할수록 더 행복하지 않을까.

서로에게 하는 애정표현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 애정표현을 듣는 상대방이 애정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그런 애정표현들이 상대방에겐 애정표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대화들이 아닐까.


2.

"일단 전화올테니 기다려봐."

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울렁거리긴 했지만,

사실 진짜 전화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화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내용 자체도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내용이기에.

아니면, 뭐.

냉정하게 내 앞 길을 위해서만 전화를 걸어줄 수도 있을 사람이기에.

그래도,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전화따윈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이 사라지면 다행인 마당에.


3.

조마조마하게 날을 세우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보내고.

마음껏 웃고 싶은 시간에도,

무표정을 일관하며 때로는 인상을 쓰고.

절대 익숙할 수 없는 순간들.

이런 순간들이 얼마나 내게 더 몰아쳐올까.

웃고 싶을 때 웃고 싶다.

항상 마냥 웃고 싶다.


4.

정말이지,

끔찍하게도,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기대하는 것들은

정확히 내게 기대하는 만큼 실망으로 돌아온다.

기대감이 크면 클수록,

너무나도 정확하게 내가 기대한 만큼의 설렘이 실망으로 내게 되돌아온다.

기대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 그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예상을 빗나가 "이건 너에게 당연한 일이 아니야"라고 내게 다시금 이야기한다.

그럴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Hee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언젠가 가족에 의해 끌어내려질 미래

너에 대한 응원과 밝음이 시들어버리는 미래

그런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언제나 날 괴롭힌다.


괴롭힘들에 시달린다고 오늘의 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만,

저런 불안함들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누군가 함께하게 된다면 이러한 불안함은 해소될까?

너는 그렇게 믿을만한 사람인걸까?


너를 앞에두고서도 나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내 마음의 소리를 찾고 또 찾는다.


달콤한 블랙러시안 한 잔과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하루이다.



-Cheol


여름휴가를 좋아한다. 그건 고달픈 여름 속에 남은 하이-라이트. 그러나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여름 휴가는 이제 장례식장처럼 농도 짙은 더부룩함의 상회다. 적당히 반가운 얼굴들의 지나친 인사가 끝나면 연체된 수다들이 혹독하게 자라나고 끝없이 방영되는 올림픽 영상처럼 무식한 친척의 잘난 체가 흐른다. 믿음이 진실과 달라도 상관없다는 건 사람을 깊숙이 고립시킬 수도 있다는 것. 스스로 믿음에 무게를 실어 주저없이 어긋나는 사람의 굳은 표정이 입을 열 때, 이미 들어간 돈이 못내 아까울 때, 좋아하는 얼굴들이 하나 둘 올 수 없겠다는 연락을 해올 때 하이-라이트는 이미 힘겹게 지나고 없었다. 휴가가 즐거울 수도 있던 때의 기억이 비틀어질 수록 여름휴가=하이-라이트 라는 믿음도 가볍게 흩어진다.



-Ho


2016년 8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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