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여든 번째 주제
이건 나의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이며,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보통의 이야기.
-
나는 꽤 욕심도 있고,
나름 잘 하는 것들이 한 두가지 정도는 있는,
그렇다고 아주 특별하지는 못한
그저 보통의 사람이었다.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중간 즈음의 성적표를 받을 때에도,
딱히 친구들과 싸우지도 않았지만
소년영화처럼 의리로 뭉쳐 위기를 이겨낼만큼은 아닌
보통의 평범한 삶.
내 삶은 태풍도 없었고
큰 파도가 몰아치는 대단한 깊이도 아니었다.
한낱 나뭇잎에도 일렁이고 마는
잔잔한 호수 즈음의 어떤 생활들을
하루 이틀 특별하지 않게 살아내고 있었다.
잊혀지기 좋은 보통의 순간들에
내 하루가 아주 잠깐 특별해지는 것들이 있다.
엄마가 보낸 택배 상자 속에 차곡차곡 정리된 반찬통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눌러쓴 글씨들.
머쓱하게 전화한 아빠가
먼저 전화를 끊지 않고 오래도록 통화했던 시간
동생과 킬킬대며 바보같은 자세에
서로를 비웃고 깔깔대는 순간
여름 바람을 잔뜩 품은 밤공기를
잔뜩 상기된 얼굴로 함께 걷는 날들
....
그런 순간이 드문드문 찾아드는
보통의 삶, 하루, 시간.
나는 여전히 평범한 성적표와 꼬리표와
대수롭지 않은 벌이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외모로
하루를 뭉쳐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잊지말아요.
내가 누군가에게는
파도였고, 환희였으며, 질투의 대상이 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임을.
눈을 돌리면 스르륵 잊혀갈 즈음에
문득 그 빈자리가 아쉬워지는
아주 보통의 사람임을.
-
잊지말아요.
나이거나 당신이거나
혹은 누구라도
예쁜 보통의 삶을.
-Ram
1. 나의 과거
그 때의 나는 무엇이 옳은건지, 그른건지 판단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내가 숨쉬며 살고 있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곧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누굴 만나고 재미있었고, 어떤 것들을 해도 즐거웠으며,
추운 겨울 밤에 밖에 나가 낯선 동네를 달리는 일조차 흥겨웠다.
그 당시의 우리들은 거의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들을 함께 하였고,
이런 것이 바로 최고의 팀웍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잘 맞았다.
서로 이해관계를 절대 따지지 않았으며, 거의 세 명의 돈이 공공재였으며,
누군가 무엇을 제안하면, 호불호와는 별개로 모두들 기뻐하며 함께했다.
모두가 바라보는 그림은 하나였(겠지)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반드시 믿었다.
하루하루 나쁜 일이 없는 것이 행복했고, 항상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다녔으며,
혹여라도 안좋은 일이 생기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응원도 하고, 욕도 했다.
눈치를 볼 사이도 아니였고, 배려랍시고 가식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내가 자유와 책임이라는 것을 느꼈던 시기였고,
어떠한 규율이나 억압에서도 벗어났었으며, 조금의 불만도 없었다.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였다.
종종 무언가에 부딪쳐 고민하거나 갈등이 될 때마다 나는 그 때의 나를 생각한다.
돌아보면 무언가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 오늘도 감사하다.
2. 소통불가
알면 알수록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
만날 때마다 동상이몽이라는 생각이 너무하리만큼 들고,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딱 맞는 사람.
보통 그런 사람이 만나자고 했을 경우에는 내 경험상으로 딱 하나다.
자기 만족에 나를 만나자고 하는 사람.
나와의 만남이 자신의 어떤 계획이나 그려놓았던 궤적에 맞춰지기에 만나자고 하는 사람.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내게 어떤 악의가 있는 게 아닌 건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알게모르게 내 자신이 소외되는 것을 느낀다.
분명 서로 마주보며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만남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내 중심에서 볼 땐 껍데기만 있는 만남이다.
그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3. 세상의 진리
빛 좋은 개살구들이 많이 걸어다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4.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넌 나를 기억할까.
아주 가끔 떠올려보는 질문.
-Hee
나 이제는 위축되지 않습니다. 내 삶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차가운 사람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걱정은 안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하였던 지키지 못한 나의 약속 ‘당신에게 빛이 되는 등대 같은 사람이 되겠노라’, 수 없이 흔들릴 청춘의 아픔을 모르고 철없이 내 뱉었던 그 약속, 이제는 반성 앞에 흔들림 없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하며 나를 다시 세우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우리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지워내겠다는 결심도 없이 당신을 떠나 보냈나봅니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준 당신을 배반하면서도, 당신이 나의 뒤에서 안아줄거라 기대했나봅니다.
아무래도 당신은, 흔들리며 흩어져 사라져가는 내 마음을 보았을테죠. 등돌린 나의 뒤에 혼자 남겨지는 아픔을 느꼈을테죠.
미안합니다. 하지만 미워하지 말아요. 지금의 나는 당신 이 느낀 그 아픔에 나 역시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픔 을 당신이 한 없이 아파 했을거라, 내가 당신을 아프도록 하였노라, 그러니 나도 달게 받겠노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마음 풀기를 바랍니다.
나는 아직 이별에 서툰 것 같습니다. 당신을 잊는 방법을 수도 없이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하지만 청개구리 같은 나를 당신은 알잖아요. 당신을 잊는 방법을 고민하다 당신을 잊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당신을 잊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떠오릅니다. 사실 나는 내가 당신을 잊어 갈 것이라는 사실에 안절부절 못하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이 책을 완성시키는 일이, 나에게는 당신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면 기나긴 사랑 소설 한편을 다 읽어낸 것처럼, 속 시원하게 당신을 내 마음속이 아닌 책장 한편에 아련히 덮어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당신도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는 이별한 사이일지라도,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명백히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참으로 소중했던 값진 시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나도 당신도 흔들리던 우리의 쓸쓸한 이별 앞에 참으로 많이 아파하였지만, 그 아픔의 크기가 바로 우리가 참으로 행복했던 삶을 살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잊지 않음으로 당신을 잊는 사람] 중에서
-Cheol
내 자상함이 때로 거친 폭력이 되었던 때 너의 부족한 면면을 온통 나로 채우면 우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애처로웠던 내가 늘 성내고 나서야 아니, 내 말은… 하며 늦은 핑계를 댔다 입을 벌릴 때마다 가여운 냄새가 났을까
내 유약함이 때로 자상함을 가장하던 때 나를 지우고 너를 닮아내는 것으로도 사랑은 말썽 없이 자란다고 믿었던 때 사랑은 목발을 짚지 않고서 한 걸음도 더 내디딜 수 없을 것 같이 망가졌다 네 취향과 습관과 애정의 그림자로 박제된 나는 네가 사랑한다 말하면 그제야 나도, 말하곤 했구나
마음이 계절처럼 자연스레 피어나고 지면 여전히 네가 떠오른다 애초에 너로 물든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은 천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너는 나를 생각하는가 무척 궁금해지고 우리는 우리가 아닌 서로가 될 수 없었을까 온 얼굴에 후회의 빛이 역력해지고
-Ho
2017년 6월 1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