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오십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너를 만날 운명이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날이었다.

그날은.


유난히도 꽉꽉 막히던 도로 위도

열 번도 넘게 갈아입은 옷가지가

침대위에 뒹굴어도


무언가 나는 설렘으로 동동거리며

콕콕 찌르는 감정들이

낯설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여 네가, 아니면 내가

그 어떤 잣대에 비추어

조금의 모자람이 있었다면

우리가 앉아있던 그 식당, 카페

모든 곳, 모든 시간들은

그대로 흩날렸을지도 모른다.


내게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내가 먼저 그 곳에 도착해서 다행이었고

네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머리칼부터 발끝까지 흠뻑 눈에 담을 수 있어

황홀했다.


수줍은 공기가 간질간질하여

심장을 일렁였고

그런 공기를 따라 우리는 자연스레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같은 시간을 약속했다.


나는 널 만날 운명이었고

너도 날 만날 운명이었나보다.


이런 억지스러운 운명론에 기대어도

마냥 좋은 것이

정말 그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Ram


1. 소개팅의 기억들

내 생애 소개팅을 딱 두 번 해봤다.

(아마 앞으로 소개팅 할 일은 없을테니)

첫 번째 소개팅은 20살때.

친한 동기가 소개시켜줬고, 서울대 농대에 다니는 친구라고 했다.

대망의 첫 소개팅날.

그 친구가 친히 우리 학교 앞까지 온다길래 학교 앞 호프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그 친구를 봤는데, 예전 초등학교 동창이 나온줄 알았다!

그 동창 남자애랑 진짜 90%정도 닮았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꾸 그 동창 남자애랑 이야기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이성의 감정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져서 이제는 연락을 서로 안하지만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두 번째 소개팅은 24살이였나, 제대로 기억이 안난다.

창업아카데미에서 같은 팀원의 소개였다.

그 당시 내가 팀장이였는데, CJ 다니는 팀원분이

"대장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다" 라고 하면서 소개시켜줬다.

(그 팀원분은 항상 나를 '대장'이라고 불렀다.)

강남역 근처 파스타집에서 만났었는데, (그 파스타집은 정말 맛이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 분은 소개시켜 준 팀원분과 같이 CJ헬로비전 소속이였고 나이는 나보다는 많았다.

그 분과는 소개팅 후 대여섯번은 더 만났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북한산 등산이였다.

내가 등산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 분도 등산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같이 북한산을 올랐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초기 떄의 등산은 정말 모 아니면 도다.

매력이 엄청 증가하던가, 아니면 매력이 완전 떨어지던가. 하하.

여튼 결론적으로는 그리 오래 만남을 지속하진 못했다.

잊고 지내다가 어쩌다 페이스북에 친구추천으로 뜨는 걸 봤다.

살다보면, 이 사람, 저 사람과의 추억은 분명 있으나,

어떤 연유던간에 연락이 아예 끊어져 남처럼 살게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참 웃긴 일이다. 하지만 그게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2. 결국엔

소개팅에서 처음 만나든,

카페에서 처음 만나든,

어떤 모임에서 처음 만나든,

술집에서 처음 만나든,

연주회에서 처음 만나든,

버스에서 처음 만나든,

도서관에서 처음 만나든간에

만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난다.


3. 떨어져 지내다보니 더 와닿는 것 (1)

우리 엄마아빠는 생각보다 참 멋진 분이셨다.

그걸 몰랐던 내가 바보지. 앞으로도 더 에쁜 딸이 되어야지.


4. 떨어져 지내다보니 더 와닿는 것 (2)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보통 떨어져 지내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는데,

확실히 지금의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의 거리는 심히 가깝다고 느껴진다.

(근데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껄껄)


5. 떨어져 지내다보니 더 와닿는 것 (3)

어떤 식으로 사는게 더 좋은가.

이 문제는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길은,

어느 누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느 누가 정해주길 기다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어느 누가 정해 줄 수도 없다.

따라서 내 삶은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Hee


내가 어떤사람인지 딱잘라 말하는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다 문득 '아름다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고, '아름다움'을 생각하다보니 선과 악까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선과 악이란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선과 악을 구분짓지 못했죠. 그냥 일종의 환상만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가진 편견이었을 수도 있죠. 그러다 어느날은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예를들어 클럽을 드나든다던지 그런 일반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요.


사실 선과 악의 구분은 경험해보지 않아도 쉽게 판단할수 있죠. 하지만 그 구분점에 서보지 않고는 실제로 악이 얼마나 악하고 선이 얼마나 선한지 그 무게를 알지 못하지 않나 싶어요.


뭐 그렇다고 해서 구태여 그 분기점에 다가서야 한다는건 아니에요. 이건 단지 제 이야기이고 경험일 뿐이죠. 그냥 나는 그 이야기에서 '아름다움'을 언듯 보게된 것 같아요. 아름답게 보인다는 건 단순히 이쁘다는 것과는 좀 달라요.


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요. 뭐 맞아요 그쪽은 이쁘죠. (웃음)


하지만 아직은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아직 그쪽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죠.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꽤 재미있어요. 예를들어 그 사람에게 담긴 아름다움을 찾는거죠. 이미 알겠지만 아름다움은 선함과 악함 양쪽 모두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악함 속에도 선함이 존재하고 선함 속에 악함도 존재해요.


갑자기 너무 궤변인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표현력이 부족한가봐요. 어쨋든 그래서 그걸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현실, 돈, 권력, 미모, 정치 등 이런 것들은 아름다움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죠.

해맑음, 운명, 꿈, 방향성, 순수한 마음 이런 단어들이 아름다움과 어울리죠.


누군가의 행동, 선의, 손동작, 언행, 마음가짐 아름다움은 그런것들로부터 발현되는 것 같아요. 매 순간 존재할 수 있지만, 언제나 존재할 순 없죠.


그래서 항상 자신을 경계하고 반성하는 삶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난 자격미달이지만요.(웃음)

그래도 나의 방향성은 그런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나쁜사람, 좋은사람.

혹은 나랑 맞는 사람, 안맞는 사람.


단순히 그런 흑백논리 말고,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Cheol


잘 지냅니다. 그저 애인이 없다는 이유로 잘 못 지낸다 하면, 그건 굉장히 비참한 일 아닙니까. 우습죠. 실패한 연애들을 뭉뚱그려 고작 잘 맞는 사람을 못 만났을 뿐이라 단정지은 패배자가 할 말은 아니었나요. 전에는, 아시다시피 제가 숫기가 없잖습니까. 처음 만나는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생길 대화의 공백이 참 무섭더라고요.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뚝뚝 끊어지는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설렘 같은 건 비둘기 똥만큼도 없군요. 아무래도 그런 자리는 제가 도저히 나설 자리가 아니라서 요즘은 그냥 독신주의자인 척도 곧잘 합니다. 엄마한테는 정관수술 할 거라는 말도 이미 해뒀어요.


그런데 정말로 이상하지 않아요? 소개받아 만난 사람을 학교나 회사에서 만나도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쉽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게 될까요. 노골적으로 연애를 위해 주선된 자리라니, 신물이 나는 걸요. 게다가 겉치레하는 자리에서 본 좋은 면면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거, 엄청 위험하고. 사람을 조금 오래 보고, 구린 모습도 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좋아하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물론 아니다 싶을 때는 헤어지면 그만인데 저는 헤어지자 말하는 게 죽는 것 다음으로 어려워서… 아무튼 소개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해요. 애인은 없지만 요즘 참 잘 지내고 있어요.



-Ho


2016년 12월 1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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