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여든 여덟 번째 주제
마음이 닿기를 바랐던 시절이 있었다.
하얀 피부며, 까만 눈동자 같은 것들이
나만의 것이기를 바랐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하나의 인연이 되었던 것은,
잠깐의 우연과
찰나의 용기 같은 것들이 덧대어져
억지로 끌고 온 시간 덕이었다.
빨간날이 다가오면
구태여 너와 약속을 잡지 않았더라도
너를 볼 수 있단 생각에 들떴고
하루가 조금 빨리 마무리 되는 날이면
네 흔적이 가득한 너의 집에 꼭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 시간의 절반 이상은 너를 향해 있었지만
네 시간의 대부분 역시 너를 향해 있었다.
우리는 딱 그만큼의 간격을 유지하며
위태로운 관계를 미루고, 끌며 흩뜨려 놓았다.
그 정도의 간격을 밀어내지 못한 채,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가여운 시간들을 묻어버리는 날들.
-Ram
알고 있다. 어느 때 얼굴을 붉히게 되는지. 어떤 주제에 아둔한지. 어떤 질문에 정색아닌 정색을 하는지. 어떤 문제에 삐걱대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아주 닮지도 않았으며, 어느 부분에선 감정의 각도가 첨예하게 다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의 슈퍼맨이 될 수 없으며, 산타할아버지도 될 수 없다. 우리는, 뾰족하고 정확한 독심술이 있지도 않으며, 그저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여 판단하고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경험일지라도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과거와 같게 행동하지도 않을 뿐더러, 과거 시점의 그들도, 우리도, 모두 사라졌기에 경험이 모든 것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없다. 가치관을 미워하기엔 사람을 미워할 수 없으며, 했던 행동을 타박하기엔 현재의 가치가 자칫 녹슬어 버리게 된다. 다만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르면 더 좋겠지만, 딱히 아니여도 좋다. 아직 앞엔 바다같은 시간이 있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하다보면 엇갈리지는 않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고, 해보고 싶은 말들도 많기에 그것들은 끝없는 동력이 된다.
-Hee
내가 가장 행복할 순간을 생각해본다. 지금의 나에게 존재하는 결핍을 채워가는 시간이 고되게 느껴진다. 나에게 존재하는 결핍. 그 것이 모두 채워지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나 답지 못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지금 내 상태와의 간격. 그게 바로 나와 너의 간격인것일까? 단순히 돈이 많다고 행복할까? 아냐, 아니지. 내가 선택하고 걷고있는 지금의 내 일을 잘해야하기도 하다. 또한 가족도 중요하다. 단순히 어느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한 행복의 균형이란게 참 어렵다.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잘 돌보지 못했다. 20대에 들어와 불만인 순간들이 많았고 불공평한 세상이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나의 삶을 이끌어 가는 느낌. 나의 결핍들을 스스로 채우며 메우고 다져서 차차 디딤돌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조금만 더 날 돌보자. 내 사소한 욕심들을 나를 돌보는 일들과 분별하는 사람이 되자.
한움큼 한움큼 밧줄을 잡아당기듯, 너와 나의 간격을 좁혀간다.
좀 더 힘차게, 좀 더 자신있게,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이렇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간다.
-Cheol
어느 틈인가 마음의 간격이 얼마큼 멀어진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어쩐 일인지 네가 떠나고 난 자리를 나는 맴돌았고 그 자리에서 보는 너는 달처럼 멀리 있는데도 잘 보였고 가끔은 사라지기라도 한 듯 희미해졌다가 어느 때보다 거대해져 나타나곤 했다. 다가갈 수도 차라리 멀어질 수도 없는 나는 자꾸만 고립된다. 서로의 시간이 얽히지 않은 채 오래 흘렀고 너의 빈자리가 못내 외롭기만 한 내가 조금 더 윤택해지려 했던 모든 노력들은 그렇게 나를 고립으로만 내몰았구나.
-Ho
2017년 8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