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내가 어디에 서서 보여지더라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기를.


내가 보는 것보다

보여지는 모습은 귀중해 보이기를 바란다.


어느 부모의 소중한 딸이거나

야무진 여자애의 가장 좋은 친구이거나

아직은 못미더운 막내 사원이거나.


그런 모습들이 귀하게 여겨져서

제대로 영글은 사람이길.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속내인데도

퍽 어른인 양,

흉내 내는 하루하루가 버겁다.


그럼에도 나는

예쁜 빛깔로 익은 것이어야 했다.


어여쁜 모습으로 남겨지는 시간들,

나는 귀중한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었다.



-Ram


1.

'오늘이 영원하길'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멋진 50대(로 보이는)를 보았다. 마음 속에 나름의 낭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였다. 오늘이 영원하길. 역시 사람은 평소에 생각하는 것만큼 보이고 느끼는 것 같다.


2.

사실 20대와 30대는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미리 짐작은 하고 있지만, 괜히 더 호들갑 떨고 싶다.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았던 나의 20대. 마음에 비해 여러모로 많이 서툴렀고, 요령도 없고, 얕은 포용심으로 가까스로 이해하려고 했었고, 그러려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마음에 많이 걸려 괴로웠고, 한편으로는 무모했으며, 가여웠던 나의 20대는 이제 안녕. 이제부터는 거침없던 선택보단,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길. 겁내지 않고 치열하게 사랑하길. 생각에서 머문 것들을 펼쳐놓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이해받으려 애쓰지말고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되길.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을 다듬어 더 나은 나와, 나의 미래를 그리길. 머뭇거리지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조금 더 넓은 사람이 되길. 나를 잃지 않고 더더욱 짙은 색의 내가 되길. 30대엔 더 많은 열매를 맺어보자.



-Hee


상상은 부끄러운것이 아닌데.. 고등학교 즈음에는 그것들이 왜 유치하고 헛된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쳤던 그 유치한 공상들이 모두 현실이되고 새로운 오늘을 만들어가고있다.


난 왜 그런 공상과 상상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까? 내 성장과정에서 분명 존재했던 그 씨앗들을 왜그리 쉽게 포기했을까?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관심과 정성을 쏟아본다. 언젠가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소중히 바래본다.



-Cheol


연말이라는 느낌은 이뤄놓은 것 없는 자들의 분위기로 감각했고 마시게 되는 술의 양으로 체감했다. 서로 바라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과 편히 마셔도 분위기는 늘 우울과 불안함의 결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틀려먹은 이번 삶은 그냥 이대로 가자. 다음 생이 또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처럼 공감했다. 삶은 편집되지 않는다는 당연한 말을 듣고도 쓸데없이 크게 동감했다. 한 해가 저물고 있기 때문일까. 별것도 아닌 것들 곁에 느슨히 머무는 삶이 실은 꽤 괜찮아서였을까. 내 삶은 반쯤은 꽃 같고 또 반쯤 열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아요. 연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던 사람들도 복받으란 말은 잊지 않았다. 얼마큼의 복을 더 받아야 삶은 손목까지 과즙이 흘러내리는 열매처럼 탐스러워질까 생각하며 복권을 샀다. 장례식장에 줄줄이 놓인 화환 같은 삶도 나는 좋지만 썩 마음에 드는 의자나 집의 가격을 보고 나면 괜히 다음 생은 해변의 둥근 자갈로 태어나고 싶었다.



-Ho


2017년 12월 3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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