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스물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어디에서나 착한 아이여야

했기 때문에,


싫다는 표현이 쉽지 않았다.


밥에 알알이 박힌 콩들이 싫어도,

비싼 돈을 주고 붙여준

과외 선생님이 싫어도,

주말마다 동생을 돌보는 날이 싫어도,


난 착한 아이여야 했으니까.


누구도 내 감정이 문드러지는 것은

몰랐으면서,

나를 아주 잘 아는 마냥

떠드는 모습이 거북했다.


친구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무도 나를 모르면서.



-Ram


1.

수 년 전, 벌써 그렇게 됐나.

멋쩍은 웃음으로 누런 서류봉투를 주던 이가 있었다.

서류봉투 안에는 일정 기간동안 꾸준하게 쓴 일기 또는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YES 또는 NO라고 말할 질문은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다. 혹여나 NO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그 질문은 일부러 넣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 동안의 마음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언젠가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네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나는 그나마 나의 짧고 얄팍했던 지식을을 공유하며, 해보라고 독려했었다. 수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당시 내가 했던 일들을 정말 본업으로 하고 있고, 나는 그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아이러니하다. 우리의 관계가 그 당시 YES 또는 NO로 끝났었다면, 인연은 더 이상 지속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 때의 그가 현명했다.


2.

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나,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버릇이다. 누군가는 나의 권유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내 딴에는 내가 그 무엇 때문에 100만큼 즐거웠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무엇 떄문에 100만큼 똑같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권유라는 것을 하는 것인데.. 물론 그 권유가 빛을 볼 때도 있다. 예전에 친구에게 '베티블루'라는 영화를 추천해줬는데, 반응이 내가 느낀 것 보다도 좋았다. 너무 뿌듯했다. 이런 반응들이 종종 있어서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가보다, 라고 자위해본다.


3.

생각해보면 내 친구들은 내가 하는 말에 거의 대부분 YES라고 해줬다. 그런 친구들이 고맙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NO라고 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사실 조금 막막할 때가 있다.

너무 오냐오냐 컸나봐.



-Hee


문득 떠올라 쓰고싶었던 글이 있었다. 떠올랐을 때에는 귀찮음에 그냥 잠들었다. 자고일어나니 글감은 기억나질 않았고 이런 내가 참 못났다 싶었다. 당연히도 알고있는 사실. 한번 스쳐지나간 생각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 몇번이고 반성해도 부족했다.


비단 글 뿐만이 아니었다.


중심이 무너졌다. 나의 중심이든, 우리 사이의 중심이든 팽팽하고 안정적이던 우리 사이가 무너졌다. 중요한건 누구의 잘못이냐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스스로 중심잡는 것에는 잠깐이나마 성공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중심을 잡아가는 것은 여전히 서툴다.


그렇게 다시 넘어졌다.


Oh, Yes. 그 한마디를 내뱉기가 쉽지 않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8년 5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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