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서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1.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가 하나라고 말한다면

난 그것이 하나라고 믿을 수 있어.


설령

네가 나를 속이려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더라도


나는 너이기에 그것을 믿어줄 수밖에.


2.

좋아하는 많은 것들은

의구심을 품게 한다.


사람도,

물건도,

시간도,


내가 아끼는 많은 것들이

나를 떠날까봐 두려워서.


그래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이러한 행태가

마치 믿음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Ram


1.

어느새 출근하기 전 영어학원을 다닌지도 9개월 째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첫 날보다는 아주 조금 늘긴 했다.

중간에 아주 추운 12월은 거의 쉬었던 것 빼고 꾸준하게 매일 아침에 영어학원에 출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어학원 선생님이 4번 바뀌었다.

그 중 처음 두 번은 초급반 선생님이였기에 레벨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세 번째 선생님은 원장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스스로 그만둬버렸다.

네 번째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나를 많이 예뻐한다.

은근 반 년정도를 매일 아침 얼굴을 보다보니, 정도 들었고,

아주 미미하지만 그나마 내가 조금씩 느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루는 머리를 묶고갔더니 머리를 묶었다며 좋아하고,

또 하루는 똥머리를 하고 갔더니 또 머리를 바꿨다며 좋아하고,

또 하루는 염색을 했더니, 영어로 칭찬을 하며 좋아했다.

이유야 어쨌건 아침에 칭찬을 들으니 출근길에 괜히 웃음이 난 적이 많았다.

영어학원 선생님에게 나는 거의 90%이상을 출석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출석률이 영어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나는 생각처럼 영어가 잘 늘지 않는다고 느낀다.

물론 아직 영어에 대한 권태기가 오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어렵다.

출석률이 나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긴 했지만, 영어실력을 크게 높여주진 않는다.

언제쯤 원하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까.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뢰도. 실력도.


2.

말 한 마디가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깨버리는 경우가 있다.

더 애통한 건, 말을 하는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차라리 일부러 상처주려고 한 말이면 싶은데,

정말 그 당사자가 그렇게 느껴서 해버린 말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고스란히 상처로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상처를 받아 힘들어 질 땐 마치 내가 내 자신이 아니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 당사자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닫아버린다.


3.

난 사실 너에게 달리 해준 것도 없고, 너의 마음만 받았었던 것 같은데.

지칠 때는 언제라도 너에게 기댈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따뜻함이 필요할 땐 언제나 말을 걸면 너의 따뜻함이 내게도 전해져 올 것만 같았어.

항상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대화를 하지 못해도,

마치 대화를 하면 어제도 만났던 사람처럼 익숙한 너.

그건 너와 나의 쌓아온 시간들이 그리 작지만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나 너는 내게 항상 한결같은 사람인 것만 같아서 고마워.



-Hee


세상에는 사람좋은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능력이 없어 자신이 약속한 바를 지키지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도적이든 어쩔수없는 경우든 상당히 많다. 의도가 어떻든 결과는 똑같다. 신뢰와 믿음을 잃는 것. 사회생활을 한다면 두가지 모두 우리가 피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 또 누군가에게 신뢰할만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 두가지 모두 쉽지 않다. 나에게도 마찬가지겠지.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작은 모임에서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었던 것일까?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에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 내걸었던 기치와 약속들을 하나 둘 이행하지 못하고 주변인들을 실망시키는 것. 이런 행동들이 습관화되는 것. 내가 경계해야하는 것들.


반성하고 경계하며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때.



-Cheol


당장 써야 할 생활비가 없다며 지난번에 빌려 간 돈을 또다시 도박판에 허투루 써버렸다는 소식은 알음알음 전해 들었어. 너는 여태 내가 모르는 줄로 알고 있겠지만. 아버지가 일 억도 넘는 빚을 갚아주셨다며 너는 인제 다 끝났다는 듯, 새 삶을 살기로 했다는 듯 트렁크에 실린 번개탄 묶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줬었지. 그래서 내가 너를 너무 쉽게 믿었나 봐. 돈을 갚기로 한 날짜가 한참 지나서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었잖아.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안부 한 번 묻는 것도 네게는 부담이 될까 봐서. 그런데 이제는 그 번개탄이 그저 연출된 소품같이 느껴진다는 것도 네가 알고 있을까 궁금해.


이번에도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그 돈이 어디에 쓰일지 금방 알 수 있었어. 너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 겹쳐지니까. 금액만 들어도 먼저 빌렸던 호준의 돈을 내게서 빌린 돈으로 돌려 막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아쉬운 건 그때 내 이성이 끝이라 말했는데도 감정은 멈춰 서지못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입금해준 날 호준은 너에게서 돈을 되돌려 받았고. 아버지가 권고사직을 당하셨다며 빌려 간 생활비가 어째서 호준에게로 갔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 섭아, 세상에 정말로 바보 같은 사람은 별로 없어. 너는 정말 내가 병신으로 보이니.


네가 돈을 갚기로 했던 사월이 지나고 다시 한 달이 더 지났어. 약속한 날짜에 돈을 보내지 못한다면 왜 못 보내는지, 그렇다면 언제쯤 갚을 수 있는지 말은 좀 해주지 그랬니. 창피함을 꾹 누른 절박함으로 나를 찾아왔던 밤 그 표정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침이라도 뱉어줄 텐 데. 다음은 없다 섭아. 고소장을 다 쓰고 나면 접수하기 전에 너에게 가장 먼저 보여줄게. 그때까지 꼭 잘 지냈으면 좋겠어.



-Ho


2018년 6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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