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서른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Another day of sun - La La Land OST

This is me - The greatest showman OST

Hooked on a feeling - Guadians of the galaxy OST


고정된 OST 리스트.


그리고

Cake by the ocean - DNCE

How to love - Cash Cash

Everglow - Coldplay

Player in C - Lily Wood & The Prick

..


그때그때 취향 따라 바뀌는 리스트들.


누군가 나에게

노래를 틀어달라던가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내가 이사람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줄 수 있을까.


나는 어느새 고심하게 되고

섣불리 어떤 곡도

틀지 못하게 된다.


사실

그냥 내 취향을 말해줄수도 있었는데,

그냥 난 이런 곡이 좋다고 말야.


나는 핀잔 듣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이런 사소한 취향까지도

시원하게 밝히지 못할 만큼.



-Ram


1.

다른 스트리밍서비스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쓰고 있는 스트리밍서비스에는, 작년 이 맘때쯤 들었던 노래들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가끔씩 작년 플레이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작년의 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름 밤에 창문을 열어두고, 조그만 책상을 펴놓고 한국어교원자격증 공부하던 내가 생각나고,

퇴근하고 집으로 어느때보다 힘차게 걸어오면서 듣던 내가 생각나고,

심지어 제작년에 베트남으로 여행가기 전 자주 듣던 노래를 떠올리며 다시 들었던 내가 생각나고,

좋아하는 카페를 가려고 전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당산철교 건널 때 한강을 바라보던 내가 생각나고,

가끔 평택 원래 집이 그리운건지, 대학교가 그리운건지,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며 그 때가 그리운건지 뭐가 그리운건지 답을 내지 못했던 내가 생각나고,

서재페 가기 전 조금이라도 더 아는 노래가 나오길 바라면서 열심히 HONNE 노래를 반복했던 내가 생각나고,

너를 만나겠다며 귀걸이를 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혹시 눈꼽이 생기진 않았을까, 눈썹이 얼굴에 묻진 않았을까, 살짝 긴장한 나를 느끼고 긴장한 나를 완화시키려 노래를 틀어놓고 거울을 보던 내가 생각나고,

난생 처음으로 입문급 로드를 사고, 인천이고, 팔당이고, 여기저기를 다녀와서 집에서 샤워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던 내가 생각났다.

음악은 그 때와 그 장면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힘이 있다.


2.

요즘은 스트리밍앱을 잘 켜지 않는다.

대신 팟캐스트를 켠다.

음악을 듣고 싶어도 의식적으로 팟캐스트를 켠다.

그리고 JJ Brothers' 어드벤처 잉글리시를 듣는다.

원래는 일빵빵을 먼저 들었었는데, 일빵빵 아저씨보다는 이근철아저씨가 흥이 더 많고 즐겁다.

존발렌타인도 한국에서 엄청 오래살았는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심지어 유머까지 한다.

지금은 거의 300회에 다다랐지만, 나는 1회부터 듣고 있다.

Tom과 Amy가 막 해외여행을 가려고 짐을 싸고, 공항에 가서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이제 막 타서 자리에 앉는 것 까지 들었다.

Tom과 Amy가 여행을 즐기고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올때까지 부지런히 들어야겠다.

대신 내 플레이리스트는 마라톤 할때 듣는 곡들로 가득차있다.

4월 말에 마라톤에 나갔는데 달리면서 들었던 신나는 곡들.

아마 그대로 두고, 7월 마라톤때 그대로 다시 들을 것 같다.



-Hee


매주매주 짧은 스프린트를 반복한다.

운동에서도 업무에서도 반복되는 스프린트.

각 스프린트에 즐겨듣던 음악마다 내 삶의 조각들이 묻어난다.


반복되는 스프린트가 모여 플레이리스트가 생겨난다. 이렇게 소중히 모아 생겨난 플레이리스트는 하루종일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택시 기사님들이 틀어놓는 촌스러운 플레이리스트도 그 분들 삶의 한 땀 한 땀이 꿰어있는 것이겠지?


내가 살아가는 오늘. 지나간 어제. 한 곡 한 곡 선명히 담고싶어, 오늘은 장미 한송이를 선물해보았다.



-Cheol


1.


내 플레이 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재생하려면 두 달하고도 십일은 더 필요해. 춘천에서 속초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재인이 말했다. 그녀의 구형 은색 아이팟에 들어 있는 수많은 노래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선명히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 노래들 중에 차 안에서 들으려고 만들어 놓은 리스트 같은 건 없어?


그런 건 따로 없는데.


그럼 비 오는 날이나 집 안에서 차분하게 듣고 싶은 노래 목록 같은 건?


없어 그런 건. 비가 오든 안 오든,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내 플레이 리스트는 딱 하나야. 그 안에 전부 다 있으니까...


그 말처럼 아이팟 안에는 수많은 노래가 있었다. 거의 모든 장르의 노래들이, 우리가 태어나기 한참 전의 것부터 비교적 최근의 노래들까지 고루 재생됐다. 재인은 플레이 리스트가 그녀의 오래된 음악적 취향 그 자체라고 말하여 웃었다. 나는 그 취향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희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양양을 지나 속초, 속초의 밤바다, 다음날 강릉과 평창, 다시 수원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도 그녀의 플레이 리스트는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가 재생되면 다음 곡이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휙휙 밀어내느라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잠깐의 정적이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볕처럼 드문드문 생겨났다. 그녀의 해묵은 취향에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운전 중에 듣는 나의 플레이 리스트가 너무나 간절해졌다.



2.


운전 중에 재생되는 리스트는 대개 바늘 들어갈 만큼의 빈틈조차 없이 격렬한 재즈음악이 쭉 이어진다. 재즈 리듬으로부터 오는 긴장이 빠르게 내달리는 내게 절대로 안심하지 말라며 주의력을 높일 것을 요구한다. 나는 그 긴장이 채 풀어지기도 전에 이어지는 조용한 피아노 협주곡에 맥이 풀려버렸다. 그게 누구의 곡인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재인은 천천히 빠짐없이 설명했고. 그다음의 힙합과 또 그다음의 뉴에이지, 발라드도. 사실 음악은 그냥 듣고 좋은 느낌이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데…



-Ho


2018년 6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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