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서른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01.

우리 엄마는 어디를 가더라도

꼭 손수건을 챙겼다.


아마도 몇년 전

어버이날 선물이었거나,

등산복에 딸린 사은품이었거나,

단체 여행 기념이었거나.


그런 것들.


알록달록해서

꼭 손수건이라고 뽐내는 것 같은

천 조각을 가방에 꼭 들고다니셨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그게 얼마나 귀찮은 수고스러움이었는지.


어른이 되어가면서

짧은 치마를 입거나

에어컨 바람이 싸늘하게 느껴질 때

필요했다.


엄마가 가방에서 꺼내주던 손수건.


내 스스로는 아직 잘 못 챙기면서

꼭 이것저것 짐 많은 엄마에게

투덜거리면서,


필요할 땐 아쉽고.

그런 물건이다.


02.

부모님과의 여행길에서

기념품을 사드릴 테니 골라보라고 했다.


비싸고 쓸데없다며

한사코 거절하시더니


엄마가 조심스레 손수건을 골랐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꽃무늬가 드문드문 있는 걸로.


그걸로 정말 괜찮겠냐는 물음에


손톱만한

도자기 인형도 냉큼 집으셨다.


소녀같은 모습에

배시시 웃음이 났다.


엄마는

저 작은 인형과 손수건을 고르는 기쁨을

20년 넘게 참아오셨구나.


귀엽고 씁쓸한 날이었다.



-Ram


1.

분홍색 배경에 장미가 가득가득 담겨져있는 손수건을 들고 다닌지 약 10일정도.

원래는 코스터용으로 샀다.

회사에서 자리를 변경하여 책상도 다른 종류로 바뀌었는데, 유리가 깔린 책상이였다.

그냥 유리가 없었던 책상일 때는 잘 몰랐었는데,

유리책상을 쓴 후 커피를 사서 책상에 두면 온도차로 이슬이 맺혀

책상 유리에 물이 흥건해져서 다른 종이를 두거나 할 때 물이 많이 묻었다.

그래서 코스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코스터를 검색해봤는데,

딱히 마땅하게 마음에 쏙 들게 예쁜 것도 없고,

가격은 싸지만 배송비는 비싸고(코스터를 사는건지, 배송비를 내고 코스터를 받는 것인지),

비싼 것은 사기 싫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문득 손수건이 딱 떠올랐다!

그렇지, 내가 손수건이 없었지.

안그래도 작년 겨울에 큰 맘먹고 다림질을 해보겠다며 스팀다리미와 내 앉은 키 만한 다리미판을 샀었다.

면으로 된 셔츠들은 세탁 후 잔뜩 구겨져서 다렸는데,

면이 아닌 얇은 블라우스들은 위에 얇은 천이나 손수건을 대고 다려야 할 것만 같았다.

안그러면 새카맣게 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손수건을 찾았지만 집엔 손수건이 없었다.

손수건을 이미 찾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손수건을 사면 코스터도 되고 일석이조라는 생각에

손수건을 난생처음으로 검색해봤다.

우와 생각보다 손수건이 싸고(게다가 브랜드다) 예쁘고, 질이 좋은 것들이 엄청 많구나.

이렇게 손수건세계에 몇 분 빠져 있다가 예쁜 장미가 잔뜩 그려져있는 손수건을 발견했다.

가격도 진짜 아주 저렴하고, 심지어 무료배송상품이여서 당장 주문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친한 회사 친구한테도 거의 내가 강제로 사주다시피 얘기해서 그 회사 친구꺼까지 같이 주문했다.

너무 마음에 든 이 손수건은 배송도 엄청 빨랐다. 바로 다음날 우리집 문 앞에 놓여져 있었다.

손수건을 산 지 10일이 지났고,

그 10일 동안 나는 이 손수건을 코스터보다 무릎 덮개나 방석 용도로 제일 많이 사용했다.

짧은 치마만 입는 나에게 여름날 타는 지하철이나 버스는 고통이다.

에어컨이 너무 세게 틀어져있는 경우가 많기에 춥다.

특히 지하철은 알루미늄(이 맞나)으로 되어있는 의자라서 앉으면 허벅지살이 바로 의자에 닿아 너무 차갑다.

그래서 오늘도 지하철 의자에 손수건을 깔고 앉았다.

또는 버스에 앉으면 치마 앞이 들려서 그 위를 손수건으로 덮으면 너무 편하다.

물론 회사에서 여전히 커피를 마시긴 하지만, 생각보다 코스터용도르 손수건을 잘 꺼내지 않는다.

항상 꺼내있으면 모르겠는데, 이 손수건은 항상 회사 책상 위에 꺼내놓기가 괜히 아깝고,

회사에만 두기가 괜히 아쉬워서 그냥 항상 가방 안에 넣고 다닌다.

앞으로 이 손수건 용도가 매우 다양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여름은 이 장미 손수건과 함께 해야지.


2.

손수건을 들고 다니면 왠지 요조숙녀가 된 기분이다.


3.

눈물을 닦을 때 쓰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Hee


한여름 출근길이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곤 한다. 그럴때면 손수건을 꺼내 땀을 꾹꾹 눌러 닦는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보고 아저씨같다고 놀리기도 하였지만 나는 더운 여름에 땀이나는걸.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땀이나는 정도가 다르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기왕이면 땀도 잘 안나고 지금보다 조금 더 멋진 훈남이면 좋겠다만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걸 어쩔까.


손을 씻고난뒤에도 땀이 날때도 손수건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하다. 안써보고는 모른다. 깔끔떠는 기분. 나쁘지 않다. 손수건을 쓰는 습관이란게 그렇다.



-Cheol


그녀는 유독 나와는 핀트가 어긋나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는 사람이었다. 속을 숨기지 못하는 솔직한 성격, 신경을 건드리는 독특한 웃음소리, 시규어 로스를 따라 아이슬란드로 가고 싶다는 음악 취향, 주말에 집 밖을 나서면 죽는 줄 아는 습성. 그녀와 나는 같은 무리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을 같이 보냈지만 이상하게 둘 만 남게 되는 상황마다 묘한 불편함이 감돌아 다른 사람이 얼른 오기를 기다리게 되는 관계였다. 말 한마디, 농담 한 번도 미세하게 감정을 건들고 유난히 시선을 마주하는 게 어려운 사이.


하지만 우습게도 일상의 대부분을 공유하는 무리 안에서 그녀의 대학원 시절부터 정체된 음악 취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주말마다 그녀가 집 안에 있는 데에 별 이유도 없다는 걸을 아는 것도, 그녀의 거짓 웃음과 진짜로 참을 수 없어 흘리는 웃음이 어떻게 다른 지 아는 것도, 그녀가 왜 단 한 번도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도. 내가 원주를 떠나게 되며 무리에서 벗어날 때, 나는 그제야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둘만 같이 남게 됐을 때, 그녀가 건네는 편지와 손수건은 늘 솔직했던 그녀의 마음보다는 내 마음에 어떤 확신을 주는 것이었다.



-Ho


2018년 6월 1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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