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서른 세 번째 주제
내가 딛고 있는 무게는
고작 몇십키로일 뿐인데.
우주의 먼지보다
자그마한 나의 존재가
새삼스럽게도
부담이 된다.
끝에서 끝으로
쉼없이 흐르는 하루는
내가 붙잡는다고
쉬이 잡힐 꼴도 아니다.
나처럼
바람이 불면 사라질
나약한 존재들이,
소박한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바삐 보내는 하루.
색깔도, 향도, 무게도 없는
그런 날들.
깨어 있지도 않은 시간까지
빌려다 쓰는 하루.
이토록 가벼운
삶의 나날.
-Ram
네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와, 내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가 얼마나 다른지 사실 가늠하긴 어렵다. 우리는 애초부터 사고방식이 달랐고, 네가 어떤 생각을 말하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지, 라고 새삼 깨달으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다투었을 때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슬픈 것 같고, 내가 더 아픈 것 같은데, 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내가 그 사람을 보는 것과 우리는 완벽하게 같은 시각이 되진 못했다. 웃음의 포인트도 종종 많이 다르고, 밥을 먹는 습관이라던지, 하나의 행위에 대한 생각들이라던지, 그런 것이 많이 달라서 나는 너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느끼는 살아감에 대한 무게는 아직 대부분이 과거의 내 자신이 많은 중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족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고, 가끔은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시간조차 생소한 적도 있고, 내가 앉아있는 이 공간의 편안함과 무거움이 비례하고 있다. 월의 마지막 날에 벽에 있는 달력을 다음달 달력으로 바꾸어 다시 붙일때마다 새 달력의 그림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화장대를 보면서 마음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또한 괜한 무게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면 하루하루 시간이 증발되어버리는 것 같아 뭔가 조바심이 나고 가끔은 조바심때문에 악몽을 꾼 적도 많아서 쉬이 가볍게 보지 못한다. 어느 날 너를 바라볼 때면 너의 살아감에 걱정이 많아보이고, 또는 그 걱정들이 너의 하루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너에 비해 걱정이 없어보이는 나를 보며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또 어느 날은 (너의 표현대로라면 종종 이러다가 풀린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와 갈등이 있은 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온 널 보면 너 역시 무언가 무겁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널 보며, 이렇게 시간을 가볍게 보내도 아무런 조바심이 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모르겠다. 나 그냥 나의 추측이고, 억측일 뿐이다. 사실 너나 나나 서로에게 살아감의 무게를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명쾌하게 몇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실제 저울로는 잴 수 없는 무게들을 각자 느끼며 그냥 사는 거겠지. 각자의 하루가 얼마나 무겁든 간에 오늘은 낮잠도 잤고, 뜬금없는 사랑고백도 들었고, 맛있는 육회비빔밥과 갈비탕도 나눠먹고, 귀여운 고양이들이랑도 놀아주고,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생크림 카스테라도 실컷 먹고, 별 일없이 일요일을 마무리 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Hee
뜻대로 노력하는만큼 잘 풀리지 않을 때,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드렸다.
'더 잘하게 더 잘되게 해주세요'가 아니다. '견디게 해주세요. 이겨내게 해주세요.'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그래서 행복할 수 있도록.
내 마음 속 곳곳에 쌓여있는, 지난 시절 해묵은 감정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스스로 온유하기를.
-Cheol
1.
이탈리아 남부 트레킹
스웨덴 쿵스레덴 트레킹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W 트레킹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몽블랑 트레킹
피엘라벤 USA
업무용 컴퓨터 오른쪽 상단 메모장에 항상 쓰여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업무와는 아무 관련 없는해외 트레킹 코스들이다. 그래선지 매번 지나치다 그걸 본 사람들은 잔소리를 했다. 우리나라 산도 다 안 가봤으면서 무슨. 해외 나가서 돈 아깝게 왜 그런 짓을. 조금만 더 늙어봐라. 언제 한 번은 인생을 왜 그렇게 무겁고 힘들게 사냐는 한숨 섞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삶의 무게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라고, 조금 더 건설적인 목표를 세우라는 진중한 개소리도 들었다. 글쎄, 돈 한 푼 안 보태줄 거면 그냥 좀… 내 인생은 쉽게 함부로 지껄이는 그 말보다는 무겁고 대출이니 이혼이니 인생 복잡한 당신들보다는 훨씬 간소합니다만.
2.
가벼움 이전에 간소함이 먼저다. 한국은 백패킹에서도 투 머치 장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시끄럽고 음식에 환장해서 산속에 냄새를 풍기며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남긴다. 배낭을 10g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10만 원 더 쓰는 걸 우습게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줄어든 부피와 무게를 소주 병으로 채운다. 산에는 필요도 없는 의자와 테이블을 경량이라고 자랑하듯 펼치고 시끄럽게 블루투스 스피커로 여가를 즐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혼자, 되도록이면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서 다니기로 결심했다.
배낭이 가벼워야 더 멀리 더 오래 간다. 하지만 부디 본질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자연을 즐기러 왔으면 조금의 불편함은 그냥 감수하고 쓰레기는 꼭 되가져가기를. 가벼운 장비를 새로 사기 전에 불필요한 것들을 가려내어 더 간소해지기를. 그리고 제발 조용히 좀 했으면 좋겠다.
-Ho
2018년 6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