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스물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할머니는 종종,

아니 꽤 자주

나와 내동생을

똥강아지들이라 부르셨다.


왜 나는 그냥 강아지도 아니고

똥강아지냐고 하는 물음에

그게 더 귀엽지 않느냐

하고 웃고 마셨다.


이제 손가락 발가락을

다 접어도 셀 수 없는 나이인데,

그래도 내가 귀엽냐는 질문에


어디서 그런 바보같은 말을 묻냐고.


강아지는 강아지지.

똥강아지야-.


2.

요즘들어 반려견을 찾는

유행같지 않은 유행이 부쩍 늘었나보다.


어느곳 하나 외롭지 않은 구석이 없는

쓸쓸한 사람들이 늘어서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어서일까.


나도 종종 외로움에,

헛헛한 마음에

책임지지 못할 생명을 욕심부려도 될까

고민하곤 한다.


내가 너를 만나도 될까.

말 못할 네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닌데.


3.

언젠가 내가 살아갈 날이

너희의 삶과 비슷한 순간이 오면

그 때에 너희를 욕심내도 괜찮을까.



-Ram


1.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강아지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고,

강아지와 1시간 이상을 지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하면 모두들 강아지를 키워봤냐고 묻는다.

강아지를 꼭 키워봐야 강아지를 좋아할 수 있는 건가.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실로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것인가.

너는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너는 나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너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너는 나를 좋아해서 소신껏 좋아함을 표출하고,

나는 너를 좋아해서 소신껏 좋아함을 표출한다.

하지만 너의 좋아함의 방식을 나는 100% 이해할 수 없다.

너도 나의 좋아함의 방식을 100%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나와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도,

너와 나는 뼛속부터 다른 사람이기 떄문에, 갈등이 일고, 충돌한다.

너는 여전히 나를 좋아한다.

너는 너의 마음을 다해 나를 좋아한다.

나도 여전히 너를 좋아한다.

나도 나의 마음을 다해 너를 좋아한다.

우리는 좋아한다는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하며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고 외치고, 믿게 해야 한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가 될 수 없기에, 서로에게 좋아함을 영원히 외쳐야 한다.


2.

'우리 강아지'라는 말은,

마치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우리 강아지라고 하는 그런 따뜻함과,

부들부들한 털이 숭숭 나있는 강아지풀이 연상되는 그런 부드러움과,

쫄랑쫄랑 뒤를 쫓아다니는 애지중지 키우는 강아지의 그런 애정어림이 동시에 떠오르는 말이다.



-Hee


순수하고 솔직해서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반겨주는 존재.

혼자일때 누구보다 나를 필요로하는 존재.

이따금 너무 외롭게 상처받는 존재.


사실 나도 너에게 그런 존재.

우린 서로에게 그런 존재.



-Cheol


1.

길어지는 출장 탓에 고양이를 돌볼 수 없어 남의 집에 맡기게 됐다. 고양이를 집에 들이며 가장 우려했던 문제가 결국 불거졌다. 고양이는 개랑 달리 주인이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지만 여태 지낸 집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받을 스트레스를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지.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현관까지 마중 나오던 고양이가 왠지 풀 죽어 움직이지도 않더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출장 중에 가끔씩 들리는 집이 나설 때와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사실이 슬픈 와중에 그런 말을 듣게 되니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고양이에겐 내가 세상에서 유일한 가족인데, 때때로 귀찮다고 나 혼자 좋자고 잘 해주지 않았던 일들이 떠올랐다. 기숙학교에서 들어가던 날, 나를 보며 눈물짓던 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2.

통영의 몇몇 섬들을 전전하며 캠핑을 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 자주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묘보낸 세(고양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덕분에 여유로워진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는 나는 불행의 고리를 잠시나마 끊어낼 수 있게 됐다. 텐트를 펼치고, 간단히 준비한 밥을 먹고 나면 내가 할 일은 조금도-어디에도 없다. 다만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바다를 몇 시간이고 바라볼 뿐. 달리 말하면 스스로 얻어낸 고립과 결핍(섬) 속에 홀로 있는 나는 단순히 나 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최근까지도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공방이나 카페, 서점같이 좋아하는 것들로 돈을 벌어서 먹고산다는 것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즉각 즉각 해내는 것. 가식을 내던지고 지켜야 할 것만 지키는 것. 시간이 허락된다면 언제라도 고립될 것.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것. 싫어하는 것들은 정확히 알아도 좋아하는 게 무언지는 잘 몰랐던 나는 요즘 좋아하는 것들로만 시간을 채우기에도 바쁘다.


3.

우리는 개들을 언제든 집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Ho


2018년 5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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