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스물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종종

바쁜 일상이,

버거운 일이,

내맘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이

힘겨워서 전부 놓고 싶을 때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숨겨두었던 것들을

꺼내야 한다.


엄마가 남겨둔 편지,

일단 내편이 되어주는 친구,

무심한 동생이라던가.


중심 없이 흔들릴 때마다


그냥

‘나’이기에

곁에 둘 수 있는 것들.


누가 쥐어주지 않아도

손틈 사이로 도망치지 않는 것들.


설령 흔들릴 지언정

중심을 다잡도록.


나답게,

나의 삶이 꼿꼿하게,

내가 ‘나’일 수 있도록.


그렇게 지내는 오늘.

또는 종종 어떤 날.



-Ram


1.

이젠 클릿페달을 사용하고도 자전거에 성큼 올라간다.

그 자전거에 중심을 잡고 내 몸을 앉히는 일이 은근 짜릿하다.

마치 스노우보드에서 중심을 잡고 처음 S자를 그려 내려갔던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나름 요령이 생겨서 사람 많을 떄는 클릿도 한 쪽만 끼우고 다니는 여유도 조금은 부리고,

정차하기 몇미터 전부터 왼쪽 발 클릿을 딸깍 빼는 여유도 부린다.

사실 작년에 크게 낙차한 이후로 다운힐이 아직 많이 두렵고, 커브도 적응이 덜 되었지만,

조금씩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2.

내 자신이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상황들이 바뀌고, 옆에 있는 사람이 바뀌고, 무언가의 책임이 늘어날 수록 뭔가를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하고, 변해가는 게 싫었다. 환경에 휘둘리는게 싫었고, 사람에 치이는게 싫었다. 나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 서로 대화를 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맞춰가는 변화는 언제든 환영이지만, 그게 성숙해지고 있는 길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언제나 항상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이 현실 속에서 내 자신을 잃는 것이 두려워 언제나 발버둥치고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되고,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떠올리게 된다. 나, 계속해서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는 거겠지. 삶을 바라볼 때 조금은 이상 아닌 이상을 그리며, 좋은게 좋은거라며 큰 고민없이 껄껄 웃으면서, 심지어 심각한 일들도 조금은 편하게 바라볼 줄도 알면서, 그렇게 지내도 되는 거겠지. 나 아직은 내 소신대로 살아가도 되는 거겠지.


3.

어떤 마음을 먹고 사느냐가 사는 방식을 너무나도 많이 좌우한다.

그래 조금은 재미있게 살아도 되잖아.


4.

너도 나와 그렇게 살아갔으면.

그렇게 우리끼리의 삶의 방식을 오물조물 만들어가며 살아갔으면.


5.

조금은 이렇게 생각해봐,

조금은 쉽게 생각해봐,

조금은 편하게 생각해보자.

이런 말들이 누군가에겐 매우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역시 내가 저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기 전 까진,

이렇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기 전 까진,

많이 아팠고, 많이 쓰렸다.



-Hee


너를 보았을 때 느껴진 기분을 너도 똑같이 느꼈을까? 너는 마치 좋은 향기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 수많은 면접들로 지친 나에게 그날도 너는 기분좋은 향기 같았어. 좋은 친구. 항상 곁에두고 힘을 얻고픈 좋은 동료.


레스토랑의 붉은 배경에 하얀 티를 입고있던 너의 모습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몰라. 퇴근하고 오는길이라고 취업에 성공해 좋아하던 너의 모습도 참 근사했다.


유난히 평소보다 말이 많고 들뜬 너를 보면서 어느새 나의 중심은 아주 살짝 너를 향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이 사람이 밝아져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뿐인걸 보면 나도 참 담백해졌다 싶었다.


그렇게 그냥 부쩍 가까워진 우리 사이가 한없이 편하고 고맙고 좋았다.



-Cheol


1.

새벽 찬 기운에 몸을 웅크린 채 뜬 눈으로 밤을 다 보내면서도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가 한낮이 다 돼서야 온도를 높였다. 밤새 치우지 않았던 책상을 정리하고 밀린 설거지를 하며 사람처럼 살자는 생각이 새삼 들었던 탓이다. 술도 담배고 끊고, 허리도 좀 펴고, 생각을 줄여서 조금 더 움직이고. 기운 삶을 다시 돌리고 싶었다. 정작 내 삶은 조금도 기울지 않았는데.


2.

이번에는 돈이고 사랑이고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괜찮다고 생각하려 했다. 사실은 어느 때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었으면서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조용하기만 한 숲은 당최 숲 같지 않다고, 천둥치지 않는 밤은 금세 잊히는 법이라고 뇌까리면서. 나는 나를 되돌릴 수 없는 먼 곳으로 밀어내 버리길 원하기라도 했던 걸까. 아직도 마음속 언저리에는 내가 바라 마지않는 중심이 있다. 나는 한 번도 그곳에 있어본 적 없으면서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걸 깨닫고 나면 의심 없이그곳으로 내달린다. 겁에 질려서, 때로는 울면서. 중심은 나의 취향이고 마주해야 할 삶의 태도. 조용한 숲이면서 차분한 밤이다. 그곳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터널 안을 울리는 사이렌처럼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에도 나는 기껏 내디딘 발걸음을 되돌렸다. 안전하고 외로운 중심으로.



-Ho


2018년 5월 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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