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도란도란 프로젝트 - 스물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깜빡깜빡
그녀의 실루엣을 담은
애처로운 불빛만
바닥에 드리우고있었다


떨리는 손끝
파리한 입술끝이
그녀의 기다림을 대신하는듯했다


언제나 그녀는
그렇게도 기다리고있었다


하염없는 시간만큼
그림자가 깊어지는만큼
환한 노란 가로등 불빛만이
그녀를 따스히 품어주는듯 했다


무엇을 그리도 기다렸는지
조그맣고 어린 그림자가
그녀의 발끝에 닿을 때까지


당신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미소로
어린 어깨를 감쌌다


언제나 가로등 불빛만이
그녀의 기다림을
깊은 기다림을
따스히 품어주었다


-Ram


환한 가로등 밑에서1
“안녕?”
“안녕!”
“왜 이런데서 자고있는거야~”
“아니.. 내가 자려고 했던건 아니고….. 너무 피곤해서 잠깐 있어야지, 했는데 ….”
“큭… 아무튼 찾아서 다행이다 난 또 설마설마했네”
“프하하 그러게”
“잘 지냈어?”
“잘 지냈지이! 어떻게 지냈어!”
“나 그냥 뭐 놀면서 지냈지. 지금 자격증 준비중이야”
“아~ 그렇구나 공부하느냐 힘들겠다”
“뭐 그냥 힘들게 뭐있어”
“흐흐흐흐흐 그런가”

.

.

환한 가로등 밑에서2
“내가 생각할 때 우린 진짜 징한 것 같애”
“응?”
“어떻게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겠어?”
“내말이 그말이라구!”
“진짜 좀 대단한거 같애”
“정말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그건 공감하는데 그게 너라니”
“그치 인생은 이래서 재밌나봐 5년뒤엔 어떻게 되었을지 엄청 궁금하다”
“나는 당장 한 달 뒤도 궁금해 이러다 만약에 우리가 다시 연락이 뜸해지고, 더이상 만나지 않아도 5년뒤, 10년뒤에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날 것 같아”
“진짜 이러다가 10년, 30년, 50년 뒤에도 진짜 계속 만나는거 아니야? 와하하하 진짜 징하다”
“흐하하 그러게 진짜 웃긴거 같애”
.

.

환한 가로등 밑에서3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내말이 그말이야. 도대체 왜?”
“그러게! 진짜 신기해 맙소사”
“진짜 큰일났다..”
“그치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일났어”
.
.
-Hee


1.

어둠이 내린 고요한 밤.
한적한 도로 하나를 앞에 두고 기지 대철문 뒤로
눈빛이 보이지 않도록 헌병모를 눌러쓴 헌병 한 명이 세시간 째 굳건히 서있다.
그리고 이내 수첩을 들고 글을 적는다.


2007년 12월 30일 오전 1시 15분
잠을 쫓기 위해 이렇게 또 펜을 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파라솔 소리.. 그리고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소리만 뺀다면
오직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나무들의 환호만이 남는다.
기지 대철문 너머 홀로 외로히
등의 색을 바꾸며 서있는 신호등이 쓸쓸해 보인다.
음.. 내가 더 쓸쓸한 것 같아.

글에는 그 때의 소리, 빛과 어둠, 감정, 장면 들이 담겨있다.



2.

우리는 가난하다고 할지라도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을까?
가진 것이 없더라도 달빛아래 가로등의 불빛에 의지하여 서로의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두 손을 꼬옥 마주 잡고 아무것도 없는 우리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전부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어른들은 제발 그러지 마라고 한다.
돈부터 벌라고 한다. 혹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공부부터 하라고 한다.
돈이 없으면 있는 척이라도 하라 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포기하라고 한다.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 것일까? 또 그들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 것일까?
그들에게 돈(또는 성적)은 사랑의 조건이다.
도대체 왜 눈앞에 있는 소중한 사랑을 손 내밀어 잡지 못하고 사랑한단 한마디를 못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자신이 가난함에 스스로를 악덕한 죄를 지은 사람 마냥 부끄러이 여기고
그런 가난에 분노하고,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킨다. 교양과 행복마저도.


적어도 우리는 가난하다고 할지라도 당당할 줄 아는 젊은이가 되자.
가난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진심 어린 사랑을 할 줄 아는 젊은이를 만나도록 하자.


집이 안좋다는 둥, 직업이나 배경이 어떻다는 둥 그래서 부모님이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는 둥.
적어도 그런 것들을 핑계로 이별을 고하는 그런 의사님은 만나지 말자.


또 그랬다고 해서 집을 산다는 둥, 결혼을 위해 어떠한 배경대로 살아야 한다는 둥..


미성숙한 때의 나는 그것들을 빌미로 사람을 차별한 적도 있었다.
미성숙한 채로 어른이 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Cheol


스포트라이트


두어달 전, 보광동의 어느 골목길을 지나게 되었다. 큰 이벤트를 잘 마무리하고 그간의 피로를 풀어내는 자리에서 빠져나온 터였다. 드문드문 선 가로등이 비추는 보광동의 골목은 그리운 정취가 느껴졌다. 담장 너머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아카시아 향에 나는 피로도 잊은 채 그 골목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사진이 좋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다. 순간의 기록. 초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다들 그러하듯 참 많이도 찍었다. 우리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만큼이나 다양한 순간들이 존재하니까. 지금은 사진을 천천히 찍는 사람이 되었다. 느긋하게 급하지 않게 찍어야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험과 배움, 여러 계기를 통해 가지게 된 나름의 마음이기에 아끼고 지켜려 노력한다.



좋은 사진의 정의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무엇이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나는 사진을 가로등의 마음으로 바라보려 한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대상이나, 가볍게 지나칠 이야기들을 밝히는 것이 사진이다. 어느 늦은 밤, 비어있는 운동장의 사진을 찍게 되었다. 오가며 자주 지나는 운동장이었다. 여느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의 운동장은 쓸쓸하지만 고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등장하지도 않지만 귀갓길에 그를 마주하고선 마음이 동했다.


애정. 바라봄. 시선. 비워내기. 여유.


나는 그날 빈 운동장을 통해서 스승님들의 조언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을 얻었다. 순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켜봄의 즐거움을 따르게 한 사진이다. 지금 그 사진을 보면 기술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다. 그때의 나는 가로등이 그려낸 운동장 위를 무대라고 여겼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이 우리 인생의 스포트라이트처럼 보였다. 그 위에선 누구나 주인공이고 스타 아닌가? 그 생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쟁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아끼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기 보다는 비어있는 무대 위에 자신을 올려놓아야 할 때다. 인생. 사진 하나에 끌려 나온 인생론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지만,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니 조금은 고삐를 풀고 마음을 편히 먹을 필요가 있다. 빛과 함께하는 어두운 면면에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릴 따라 바삐 움직이는 그림자가 삶을 더 돋보이게 해 주는 우리의 일부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출연하는 쇼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 장식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먹자.


-Min


2014년 6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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