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쉰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1.

내가 좋아하는 걸

네가 굳이 좋아할 이유가 있을까.


아무상관이 없단다.


네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궁금한 것이지


나를 네게 강요하고픈 마음이 없단다.


2.

이전에 만났던 누군가는

청소를 진짜 안했다.


나도 꽤 더러움에는 면역인지라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아닌 누군가의

머리카락은 치웠어야지.


3.

청소를 좋아하는 이가 어디에 있겠어

하는 찰나마다


꼭 그런 이들을 만난다.


재밌고 고달프다.



-Ram


1.

난 먼지에 아주 조금 예민한 편이다.

먼지가 쌓이는 게 더러운 것 중에 제일 싫다.

두 번째는 머리카락.

그래서 물티슈는 항상 있어야 하고,

내 최애청소템 돌돌이도 항상 있어야 한다.


2.

애초부터 내가 자초한 일이니, 내가 감수하고 책임져야 한다.



-Hee


청소도구가 왔다. 몇십만원대 무선 청소기도 아니고 로봇 청소기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모듈식으로 구성된 메이커 제품이다. 청소 그 자체에 충실하도록 군더더기없이 디자인된 청소도구. 훌륭하다.


방 한 칸 쓰면서 다이소의 천원 이천원짜리 청소도구를 사도되건만, 쓸데없는데 돈 쓴다고 잔소리 듣거나 책잡히기 딱 좋은 지출이었다. 그래도 필요한걸? 매번 일주일에 두번 세번 넘게 청소하는 나에게는 내가 쓰고싶은 도구라야 청소하는 맛이 나는걸 어쩐담.


방이 깔끔하다. 도구도 깔끔하다. 마음이 편하다.



-Cheol


1.

새벽에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 문자는 단순히 내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어째선지 조금도 고민 않고 잘 지낸다고 답했고 시간 되면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말에도 망설임 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제 곧 수원에 도착하는 열차 안에서 뒤늦게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라도 이미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러 가는 일이 정말로 괜찮은 일인지. 권태를 이겨내지 못해 먼저 떠나버렸던 내게 염치라곤 조금도 없는지. 어쩌자고 이렇게 긴장되고 설레는지.


2.

이사를 두 번 하는 동안 가을은 냄새도 맡지 못한 채 보내버렸고, 며칠 사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은 올해를 완전히 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가을 동안 내가 한 것이라곤 청소가 전부다. 이사할 집이 이전에 누구도 살지 않았던 집이라는 사실이 강박을 느끼게 한다. 시공사가 놓친 부분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손보고 새 집을 새 집처럼 만들기 위해 며칠이나 청소만 했다. 그리고 이제 집은 누가 봐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깨끗해졌다. 다만 그 안에 살아야 할 내가 여전히 깨끗하지 못하다. 이제부터 겨울동안 내가 할 일은 물밀듯 밀려와 목을 죄이는 혐오를 떨쳐내기 위해 다시 밑바닥까지 나를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Ho


2018년 10월 21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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