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쉰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내가 바랐던 것은 몇 가지 없었다.


밥을 먹는 몇 분,

차를 마시는 몇 분,

그 동안에 나를 잠시 바라봐 주는 것.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면

내 손을 좀 더 꼭 쥐는 것.


내가 밥을 다 먹기 전까지는

자리를 같이 지켜주는 것.


전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보내는 시간들을

종종 추억해주는 것.


이 정도의 바람조차

정말 욕심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서


내가 너무 초라한

그런 작은 여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우리의 날들이 얼마나 가여웠는지.


단풍 지는 시린계절마다

그 기억이 날아들어

자꾸만 공허해지나보다.



-Ram


사실 난 욕심이 많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 욕심 때문에 일을 다그친 적도 있었고,

내 욕심 때문에 관계가 틀어진 적도 있었고,

내 욕심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낸 적도 있었고,

내 욕심 때문에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힘듬을 겪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욕심이 채워지면 그만큼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욕심으로 인해 아픈 것보다, 그 욕심을 실제로 이루고 나서 오는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에

내가 가진 욕심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욕심을 표현해야 했고, 충족시켜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주 잠깐잠깐씩 회의감이 든다.

내가 내 욕심을 부려서 무엇인가를 얻거나 이룬다면, 그 뒤엔? 그 다음엔?

욕심을 부려 악착같이 해낸다하자. 근데 그 이후엔?

사실 그 뒤엔, 그 다음엔, 그 이후엔 달라지는 게 많이 없었다.

무언가를 해내서 확확 달라지는게 있다면 체감할텐데,

딱히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았고, 오히려 그냥 아무것도 아니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조금씩 많아졌다.

요즘은 욕심과 회의사이를 계속 줄타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 욕심을 부려야할지 감이 잘 안온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인간관계도, 일도, 사랑도.



-Hee


많은 것을 바랬던 것도 아니다. 오직 너 하나만 욕심내보았을 뿐인데,


세상이 바뀌었다.



-Cheol


조금씩 덜어냈던 욕심들은 모두 모아 홍콩 트레킹 하나에만 쏟았다. 사고 싶은 것들을 미뤄두며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한 장비에 투자를 했고 같이 스웨덴에 가자는 수영의 말을 무시하고 혼자 홍콩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병 걸려 아픈 고양이는 재진에게 맡겼고 한창 바쁜 시기에 휴가를 내면서 욕을 먹었지만 결국 쌓아둔 욕심을 시원하게 터뜨리며 거대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그 욕심들이 내 안에서 더 거대해져 감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Ho


2018년 10월 28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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