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마음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처음엔 다 설렜고,

두근거렸고,

궁금했어요.


자꾸만 보고 싶고

떨려서

한 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이렇게나 익숙한 사이가 되어

새로운 것도, 설렐 시간도 없지만요.


당신이 또 다른 처음에 흔들리면 어떡하죠.


우리의 시간을 놓고픈 맘이 들면,

그럴까봐 겁이 나요.


우리

처음처럼 마음이 단단한게 맞나요?



-Ram


1.

모든 마음이 처음과 같게 유지되긴 어렵다.

하지만 처음보다 더 진하고 끈끈하게 유지될 순 있다.


2.

작년부터 우리 아빠의 카톡상태메세지는 '언제나 처음처럼'.


3.

회사에서 도무지 처음과 같이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나는 현재 이 회사에서 해보지 않은 팀의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제일 최악의 팀장을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다. 처음에는 몰랐다. 어쩜 사람이 순수하게 바른 말만 하는지. 그 말을 의심할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센터장의 직함을 가진 그 사람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름만 센터장이였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팀원들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자신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으니. 그래,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센터장이 아직 나이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더 윗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당할 재간이 어디있겠나. 하지만, 더 최악인건, 사소한 것까지 팀원의 탓으로 돌려버린 다는 것과, 자신이 제일 쿵짝이 잘 맞는 팀원과 나와 사이가 틀어지자, 팀장 역시 제대로 상황파악도 하지 않고 그 팀원의 말을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나를 포함하여 다른 팀원까지 지금의 팀을 만드려고 그 팀장이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자신도 퇴사를 하고 싶다고 떠들고 다닌다. 실망 그 자체다. 처음에는 그 팀장의 해맑음이 좋았는데, 이제는 너무 터무니없고, 답답하다. 이렇게 책임감도, 리더쉽도 없고, 융통성도 없고, 이성적이지 않은 팀장은 처음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정말 별로인 사람 넘버3 안에 들어간다. 조만간 회사에서 또 연봉협상과 함께 조직이동이 있을 예정인데, 아마 우리팀은 사라질 것 같이 보인다. 사실 처음 이 말을 듣고 안심했다. 더이상 나는 지금의 팀장과 소통하기가 싫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 소통이란 것도 없었지만. 하지만 다시 흐름을 보니, 팀이 살아남을 것 같아 괜히 또 언짢다. 처음처럼 일하려고 계속 마인드컨트롤은 하고 있지만, 팀장을 보면 너무 속에서 불이 난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버티자. 언젠가 다 지나갈 일이겠지. 여러 상황들을 보며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이렇게 했어야 할 것들을 구분하여 흡수해버리자.



-Hee


조금 건조했던 내 마음의 땅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다. 조금의 적막함과 그 속에서 들려오는 겨울 바람 소리. 내가 걷는 발자욱 소리. 익숙한 풍경들. 저녁 즈음 여느때처럼 고즈넉히 걷던 순간.


하늘 한편에 깜박, 깜박, 보이는 낯선 빛. 신기함 반 호기심 반 얼만큼이나 쳐다보았을까? 이내 선명해진 그 빛은 건조한 내 땅에 혜성처럼 떨어져내렸다.


정말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건조했던 내 땅이 뒤집히고 지금까지의 세상이 달라보이게 만드는 사람..


....


얼마나 지났을지 모르는 시간이 계속 흐른다.


건조함은 사라지고, 내 땅의 모습도 풍성해져간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충돌의 흔적. 처음같을 순 없지만 처음으로부터 이어져가고 있는 순간들. 이미 내 일부가 되어가는 흔적들.


처음같을 순 없지만 내 일부가 되어버린 흔적들.



-Cheol


1.

우리가 처음처럼 다정할 수 있을까요. 서로를 이토록 잘 아는 처음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서 더 능숙하고 빠르게 다정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어제는 해봤습니다.


2.

내가 찍어준 봄날의 당신 사진과 나의 말들이 여전히 벽에 걸려있다는 말은 부러 못 들은 척했어요. 무섭도록 냉정했던 마지막 모습을 끝끝내 저주하던 나의 죄책감이 우스워질 것만 같더군요. 당신은 어쩌자고 이렇게 한결같이 밝게 빛날 수 있나요. 다행이면서도 참 불행한 일이에요.



-Ho


2019년 1월 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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