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01.

캐롤도, 선물도, 산타도

없는 적적한 날이었다.


길거리에 여느 때처럼 울리던

구세군 종소리도 없었다.


먹먹하게 기다리는 크리스마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것만 같았다.


조용한 크리스마스,

그렇게 지내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02.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게 무슨 느낌일까,


새해가 되면

세뱃돈 줄 걱정을 조금 하고,

여름휴가를 고민해보고,

방학 없는 매일을 보내다가


크리스마스엔 어떤 선물을 보낼까,

휴무를 낼 수 있을까.


고민거리가 늘어가는 시기일까.


03.

기대하고 있다가

괜히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선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핑계가 필요했다.


애둘러서 연락해볼 명분,

연락이 먼저 오진 않을까 하는 기대.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구도 만나지 못한채

그렇게 지나가버린

나의 계절, 나의 마음.



-Ram


1.

케익도 없고, 찬란한 조명도 없고, 어떠한 술도 없고, 왁자지껄함도 없었지만,

어느때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하고, 안정된 날이였던 2018년 크리스마스 이브.


2.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날이 되면 시간 가는게 괜히 아쉽고 아까워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더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3.

작년 크리스마스땐 붉은색 터틀넥 니트를 입었고, 올해 크리스마스땐 붉은색 꽈배기라운드 니트를 입었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나온 접시 4개 세트와 머그컵 4개 세트를 사서 올 겨울에 꺼내놓았다.

올해는 이케아에 가서 산타할아버지가 등불을 들고 있는 귀여운 장식품을 사왔고, 티비 옆에 두었다. 그리고 모던하우스에 가서 산타할아버지 티스푼과 눈사람 티스푼,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수저받침을 샀다.

내년에는 집에 자그마한 트리를 살 예정이다.

커다란 양말을 문에 달고 싶었는데, 원하는 모양을 찾지 못해서 결국 달지 못했다. 아쉬워.


4.

커가면서 크리스마스가 사실 별 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냥 또 하나의 쉬는 날일뿐.

그래도 사라져가는 감정들을 붙잡아가며 빈자리를 대신할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사모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Hee


지금 걸어보는 이 길을 너도 걸어보았겠지

걸음이 조금 느린 나는 이제야 그 시간을 걷는데


누군가와 쌓아온 인연은 이렇게

주고받은 크기 만큼의 책임이 따르고


그 시간을 견디거나 떠나보낸다는 건

함께한 스스로에게 애쓰거나 내 자신조차 떠나보낸다는 것


돌아보면 투닥였던 순간조차 소중해서 미성숙한 스스로가 아쉬워지고, 함께한 추억들을 간직하며 얻을 공허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크기는 아니겠지.


크리스마스 이브에 받은 소중한 선물. 존재하지 않는 우리를 묵묵히 끌어안고 담담히 맞이한다.



-Cheol


도심 속에서 홀로 섬에 살고 있다는 기분을 위해 우선은 잘 지낸다는 사실을 기어코 숨깁니다. 우울을 애써 드러내지 않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요. 이런 고립 아닌 고립이 인위적인 따뜻함을 찾아 방황하지 않게 하거든요. 모두가 신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도 저기 바다 건너의 일일뿐이죠. 무작위적인 온기에 불안과 슬픔이 팽창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내일도 마찬가지로 별일 없을 테니까요. 중요한 건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에요. 혼자서도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하고 루틴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에 집중해요.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읽던 책을 마저 읽으면서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일몰처럼 넘어가기를 기다립니다.



-Ho


2018년 12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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