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서 일까,

자꾸만 생각이 났다.


이 마음이 좋아서 생기는 설렘인지,

그저 궁금한 호기심인지

스스로도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먼저 걸려오지 않는 전화를 붙잡고

어떤 핑계를 대어 연락해볼까.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해볼까,

문득 생각이 났다고 해볼까.


자꾸 그의 잔상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마음이 헷갈렸다.


나는 맞지만 그는 아닐 때에,

그 때가 두려워서

부정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내내 그리운 마음이 들었으면서도.



-Ram


1. 어떤 잔상

-아빠가 나 초등학교때 내 방 책상에 앉아서 리아의 눈물을 혼자 들으며 감상에 젖어있던 모습

-동생이 고등학교 1학년때 잠깐 밥 먹으러 집에 들어왔는데, 식탁에서 오리털잠바도 벗지 못한 채로 고추참치 캔 하나 따서 밥을 열심히 먹고 있던 모습(심지어 그때 나도 집에 있었는데, 그 모습이 우스워서 사진을 찍으니까 나를 흘려보면서 찍지말라며 짜증냈던 일까지)

-엄마가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TV셋탑박스로 음악을 틀 줄 알게 되면서, 기타클래스를 다니면서 배운 노래를 틀게하고, 부르면서 설거지를 하던 모습


2.

너의 잔상이 이제 희미해져.

처음엔 장소고, 음악이고, 너무 잔상이 남아서 어지러웠는데,

이제는 너의 잔상이 희미해지고 옅어졌어.

너와 비교하는 것도 완벽하게 사라졌고, 널 추억하는 순간들 또한 이제 내 하루 어디에도 없게 되었어.

나에게 이런 시간도 오다니. 다행이야. 모두에게.


3.

사실 아직 다운힐이 겁이 조금은 난다.

예전 낙차하기 직전 이제 넘어질 것을 알던 그 마음이 아직까지 생생해서

상상할 때마다 심장이 마구 뛴다.

작년에 그나마 다운힐에서 큰 사고없이 잘 다녔는데,

올해도 무사하길 바라며. 겁내지 말고 해야하는 대로 차근차근 해보자.



-Hee


세상을 보던 눈을 감고

마음에 담긴 잔상들을 떠올린다.


팔꿈치를 책상에 반쯤 기대 고민하는 모습

노란 빛 아래에 앉아 미소짓는 모습

하늘 속 구름을 쳐다보는 모습

책상에 붙어앉아 골똘한 모습

깨질깨질 간식 먹는 모습


잊혀지고 아쉬울까

떠올리고 떠올려본다.



-Cheol


1.


나보다 먼저 앞서나가서 나를 거칠게 이끌기를 바라며 꾹꾹 눌러 쓴 글들은 결국 한 걸음도 나를 앞서가지 못한 셈이다. 나는 여전히 어제를 살고 좋았던 것들을 그리고 늘 후회하며 살고 있으니까.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순간들, 괴로워 얼른 떠나오고 싶었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고만 싶으니까. 어찌 됐든 좋았던 것들, 지독했더라도 지금 다시 좋아하고 있다면 다시 바라고 그린다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인가, 이제는 이런 마음 편한 생각도 한다.


2.


횟집의 비릿한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 머릿결 사이사이 스며들 때,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 전단지가 붙은 전봇대를 지날 때마다 내가 너를 기억하는 것처럼 너도 나를 기억할까. 집으로 바래다주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 내게 가벼운 의무감으로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손 흔들어 주었던 것처럼 살면서 어떤 순간에는, 내가 알 듯 모를 듯 챙겨왔던 흔하고 사소한 것들이 부재하는 순간에는 작은 의무감으로 너도 나를 생각하지 않을까. 떠밀어 보낸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건 순전히 네 몫이겠지만 골목을 서성이며 너의 집이 있던 3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층층이 센서 등이 켜졌다 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멀리서 너를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나의 몫인가 보다. 술에 취하면 말도 많아지고 잘 웃게 되는 네 얼굴을 생각해. 나는 여전히 너를 생각하면. 우리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즐겁고 행복해지니까. 만약 네가 나를 기억한다면 잠시라도 내가 너의 행복이었으면 좋겠어. 우리 마지막이 어땠든 나는 네가 있어서 좋았거든. 내 지난 시간 속에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거든.



-Ho


2019년 1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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